전문가 "10년 유지 전기요금 체계 개선해야" 정부 "개편 계획 없다"

  • 여름철 전기 요금 폭탄을 유발하는 가정용 전기 누진제를 개선해야 된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본래의 취지와는 다르게 저소득층만 절약을 강요하게 된 상황이기 때문이다.

    7일 정계와 학계 전문가들은 10년간 유지해 온 가정용 전기요금 체계를 개선해야 한다고 주장하고 있다. 정부는 개편 계획이 없다는 입장을 고수하고 있지만, 지금 당장이 아니라도 개편은 불가피할 것으로 전망된다.

    누진제는 전기를 많이 쓸수록 요금 단가가 가파르게 높아져 4배 이상 불어나는 제도다.

    평소 전기요금을 4만4000원가량 내는 가정에서 여름철 한 달간 에어컨을 3시간 가동한다면 약 9만8천원, 6시간 튼다면 18만원이 넘는 요금을 내야된다.

    정부는 2007년 전력을 많이 쓰는 가정에 높은 요금을 부과해 전기사용 절약을 유도하고 전력을 적게 쓰는 저소득 가구의 전력 요금은 낮춰 소득 재분배 효과를 내기 위해 누진제를 처음 적용했다.

    지난 10년간 전력사용 행태가 크게 달라졌는데 소비자들에게만 인내를 요구하는 것은 적합지 않다는 지적이 끊임없이 제기되면서 관련 학계와 전문가들 사이에서도 전기 요금제 개편을 위한 연구가 활발하게 이뤄지고 있다.

    에너지경제연구원 조성진 연구위원과 박광수 선임 연구위원은 '주택용 전력수요의 계절별 가격탄력성 추정을 통한 누진 요금제 효과 검증 연구' 논문에서 "가구당 전력소비가 증가하면 이런 추세를 반영한 누진구간이나 누진 배율의 조정이 필요함에도 10년간 전혀 변화가 없었다"며 "적정원가를 반영한 요금구조보다 소비절약을 강조하고 있기 때문"이라고 지적했다.

  • ▲ ⓒ연합뉴스
    ▲ ⓒ연합뉴스


    이미 정치권에서는 전기요금 체계를 바꾸려는 움직임이 일고 있다.

    더불어민주당 변재일 정책위 의장은 "산업용 전기요금은 원가 이하로 제공하고 가정용 전기요금은 선풍기 하나에 의지할 정도로 높은 요금을 적용하는 누진제를 근본부터 다시 검토할 단계가 된 것 아닌가 생각한다"고 밝혔다.

    국민의당은 누진제 구간 6단계에서 4단계로 줄여 가계 부담을 완화하고 대신 전기를 많이 쓰는 기업에 요금을 더 물리는 방안을 추진키로 했다.

    그러나 정부는 부자 감세 논란, 에너지 신산업 투자 재원 문제 등 제도 개편 시 발생할 수 있는 부작용들을 고려해야 하는 만큼 당장 개편은 어렵다는 입장이다.

    가정용 전기요금에 누진제를 적용한 취지는 저소득층의 부담을 줄이고 고소득층의 전기사용을 억제하자는 것인데 섣불리 개편하면 부자 감세 효과만 나타날 수 있다는 우려 때문이다.

    우태희 산업부 2차관은 이날 국회 산업통상자원위원회 전체회의에서 "(누진제) 단계를 줄이면 문제가 더 악화된다"며 "누군가 전기요금을 더 부담해야 할 가능성이 있다"고 말했다.

    하지만 현행 제도가 저소득층에게 유리한 제도라고 말하기도 어려운 상황이다.

    저소득층에는 복지할인요금이 적용되긴 하지만, 장애인 가구처럼 전력사용이 많을 수밖에 없는 가구는 결국 누진제로 인해 원가 이상의 요금을 내야만 하는 상황이 발생한다.

    조성진 연구위원과 같은 연구원 윤태연 부연구위원은 '주택용 전력수요 계절별 패턴 분석과 시사점' 보고서에서 "현행 체계에서 가장 많은 혜택을 받는 대상은 고소득 1인 가구"라면서 "구조적으로 전력소비가 많을 수밖에 없는 가구는 저소득층이라고 해도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또 "앞으로 기저발전 증가 등으로 전력 도매시장가격이 하락하고 전기 원가가 떨어질 것으로 예상돼 저소득 가구에 대한 비용 지원 효과는 더욱 축소될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