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4개 사채권자들 특약조정 승인현금성 자산 3.6조에 부채비율 75% 불과"시중 유동성 우려 과도하다"월드타워 담보 등 그룹 차원 헤지 노력 인정
  • ▲ 롯데 월드타워 전경ⓒ롯데그룹
    ▲ 롯데 월드타워 전경ⓒ롯데그룹
    롯데케미칼이 기한이익상실(EOD) 사유가 발생한 14개 회사채의 특약 조정을 두고 사채권자들과 원만한 합의를 이끌어냈다. 이날 특약 조항 삭제로 롯데케미칼의 부담은 한층 경감될 것으로 보인다.

    롯데케미칼은 19일 서울 송파구 롯데월드타워에서 사채권자 집회를 개최하고 사채관리계약 제 2-3조 제2호 의무 위반에 대한 변경의 건을 가결했다. 이날 9시께 시작한 집회는 오후 5시 전후 마무리 됐다. 이후 롯데케미칼은 법원 인가를 거쳐 특약 조항을 모두 삭제할 예정이다.

    이날 집회에선 2013년 9월부터 2023년 3월까지 발행된 만기 도래 이전의 회사채 14개의 특약을 삭제하는 안건이 논의됐다. EOD는 약정한 상황에서 채권자가 사채를 만기일 전에 회수할 수 있는 권리다.

    사채 관리 계약 상으론 3개월 누적 평균 이자보상배율(EBITDA/이자비용)을 5배 이상으로 유지해야 하지만 롯데케미칼은 최근 EBITDA가 급감하며 기준치를 충족하지 못했다. 실제 롯데케미칼의 이자 비용 대비 EBITDA는 올해 3분기 4.3배를 기록하며 EOD 선언 사유가 발생했다. EOD 사유로 롯데케미칼이 당장 갚아야 할 회사채는 총 2조450억원 규모로 시장에선 롯데그룹 유동성에 대한 우려가 확산됐다.

    다만 이날 채권자들은 대부분 이견 없이 롯데케미칼의 요구를 수용했다고 전해진다. 롯데그룹이 적극적인 지원에 나서며 롯데케미칼은 집회 이전에 이미 약 90%의 채권자를 대상으로 긍정적인 의견을 이끌어 냈다.

    최근 롯데그룹이 채권자들을 설득하기 위해 최근 시가 6조원 규모의 롯데월드타워를 롯데케미칼 회사채 담보로 내놓고, 시중은행과 롯데케미칼 신용 보강을 위한 계약을 체결한 바 있다.

    향후 롯데케미칼은 2030년까지 전체 매출 60%를 차지하는 기초 화학 비중을 30%로 낮추고, 고부가가치 제품 비중을 높여 수익성을 개선한다는 방침이다. 롯데케미칼은 2022년 영업손실 7626억원을 낸 데 이어 지난해 3477억원, 올해 3분기에도 누적 6600억원의 적자를 기록했다. 중국의 저가 물량 공세, 롯데에너지머트리얼즈 투자 부담도 가중되면서 이익 규모가 줄었다.

    롯데케미칼은 또 자체적으로 회사채를 상환할 능력이 충분하다는 입장이다. 롯데케미칼의 3분기 기준 현금성자산 규모는 3조6220억원, 부채비율은 75.4%에 이른다. 롯데케미칼은 유휴 법인 청산 등으로 현재 예금을 비롯해 4조원 규모의 가용 유동성 자금을 확보했고, 연내에 해외 자회사 지분을 통해 1조3000억원을 추가로 확보할 계획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