잘못된 산출방식-왜곡된 분석값, 정책 자료 활용 강호인 장관 '통계 중시' 무색
  • ▲ 국토부.ⓒ연합뉴스
    ▲ 국토부.ⓒ연합뉴스

    강호인 국토교통부 장관은 취임 일성으로 기초 통계의 중요성을 강조했다. 그러나 국토부 산하기관이 잇따라 '고무줄' 통계를 내놓고 있어 스스로 정책 신뢰도에 흠집을 내고 있다는 지적이 나온다.

    25일 교통안전공단(이하 공단)에 따르면 지난해 자동차검사를 받은 차량을 대상으로 주행거리를 조사한 결과 국내 자동차 1대당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39.8㎞로 나타났다. 연간 주행거리는 1만4527㎞로 조사됐다. 자동차 1대당 1일 평균 주행거리는 2014년보다 1.0% 감소하고 연간 주행거리는 2.9% 증가했다고 공단은 밝혔다. 공단은 자동차 등록 대수 증가와 기름값 하락의 여파라고 분석했다.

    공단이 발표한 연도별 1일 평균 자동차 주행거리는 2012년 41.0㎞, 2013년 39.7㎞, 2014년 40.2㎞, 지난해 39.8㎞다. 오르락내리락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3월 공단이 발표한 통계를 보면 사정이 달라진다. 지난해 공단은 2013년 우리나라 전체 자동차의 하루 평균 주행거리가 43.8㎞로 분석됐다고 발표했다. 올해 내놓은 자료와 4.1㎞ 차이 난다. 이는 공단이 밝힌 2015년 주행거리 39.8㎞와 비교할 때 10.3%에 해당하는 수치다. 또한 지난해 발표한 통계를 연도별 주행거리에 대입하면 1일 평균 주행거리는 2013년 이후 계속 감소하는 것으로 나타난다.

    공단의 통계가 오락가락하는 원인은 그동안 공단이 잘못된 통계방식을 사용해왔기 때문이다. 공단이 2001년부터 매년 발간하는 자동차 주행거리 통계는 올해부터 통계청이 승인하는 국가통계가 됐다. 공단은 국가통계 지정 이후 통계품질개선 작업에 착수했고 그동안 통계에 활용해온 산술평균이 부정확하다고 판단했다. 공단은 올해 통계를 내면서 새롭게 가중평균 방식을 적용했고 지난 4년간 자료를 확인하는 과정에서 통계수치 오류가 수정됐다.

    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자동차검사를 토대로 주행거리를 조사하다 보니 상대적으로 검사 유효기간이 짧아 검사 빈도가 잦은 사업용 자동차가 표본집단에 많이 포함됐고 이로 말미암아 통계가 과추정되는 문제가 있었다"며 "새롭게 가중치가 적용되다 보니 올해 발표한 주행거리 통계수치가 지난해보다 적게 나왔다"고 해명했다. 이어 "그동안 알고도 가중치를 적용하지 않은 게 아니라 몰랐던 것"이라고 덧붙였다.

  • ▲ 연도별 자동차 주행거리 변화 추이.ⓒ교통안전공단
    ▲ 연도별 자동차 주행거리 변화 추이.ⓒ교통안전공단

    문제는 이런 엉터리 통계가 정부 부처의 정책 수립에 기초 자료로 쓰여왔다는 점이다. 공단은 올해 발간하는 '2015 자동차 주행거리 통계'를 도로·교통·도시계획 등 다양한 분야에서 활용하도록 정부기관과 연구원에 배포할 예정이다. 공단 관계자는 "그동안 공단 통계 자료는 국토부가 도로 수송실적을 파악하거나 환경부가 차량 운행에 따른 대기오염물질 배출 총량을 알아볼 때 활용돼왔다"고 부연했다.

    국토부 산하기관의 통계 오류는 어제오늘의 얘기가 아니다. 지난 3월 한국도로공사는 지난해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를 발표하면서 민자고속도로 사망자 집계를 빠뜨려 경찰청 통계와 혼선을 일으켰다. 당시 도공은 2015년 고속도로 교통사고 사망자 수가 223명으로 2014년 253명보다 12%(30명) 줄었다고 의미를 부여했다. 그러나 경찰청이 집계한 통계는 지난해와 2014년 각각 241명과 273명으로, 도공과 비교하면 각각 18명과 20명이 더 많았다. 오류가 있는 기초 통계는 도미노 현상을 일으켜 도공과 경찰청이 분석한 고속도로 사망자 증감 폭에도 영향을 끼쳤다. 도공 관계자는 "경찰청 통계와 차이가 나는 것은 민자고속도로 집계가 빠졌기 때문"이라며 "다음부터 내놓는 보도자료에는 이를 명시해 혼선을 없애겠다"고 말했다.

    국토부는 주택 관련 통계에서도 심심치 않게 오류를 내는 실정이다. 지난해 10월에는 미분양 통계를 내면서 경기 김포시 등 8개 지방자치단체의 통계를 빠뜨려 미분양 규모를 축소하려는 것 아니냐는 의혹을 샀다. 당시 국토부는 경기지역 일부 지자체에서 9월 말 기준 미분양 통계를 수기로 집계하는 과정에서 누락이 있었다고 해명했다.

    한편 강 장관은 지난해 취임사에서 일하는 방식과 관련해 통계의 중요성을 강조해 눈길을 끌었다. 그는 "무엇이 문제인지 진단하는 데 통계만큼 좋은 수단도 없다"며 "주요 정책에 사용되는 기초 통계를 보완해야 한다"고 역설했다.

  • ▲ 강호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
    ▲ 강호인 국토부 장관.ⓒ연합뉴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