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대림산업이 3분기 중 운용자금을 위한 회사채 발행을 추진한다. 몇 년간 이어진 건설업에 대한 불확실성으로 회사채 발행 자체가 적었던 만큼 업계에서도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금융투자업계에서도 건설 회사채에 대한 투자심리를 가늠할 수 있는 기회로 보고 있다. 다만 여전히 위험 업종이라는 꼬리표 때문에 시장활성화로 이어지긴 쉽지 않을 것이란 전망이다.
26일 업계에 따르면 대림산업은 오는 10월 1000억원 규모의 공모 회사채 발행을 추진하고 있다. 이를 위해 내달 말까지 주관사 선정을 마무리 지을 계획인 것으로 알려졌다.
대림산업 측은 "운영자금 확보 차원에서 회사채 발행을 준비 중이다. 정확한 조건과 발행시기는 아직 결정되지 않았다"고 밝혔다.
대림산업의 회사채 발행은 지난해 7월 이후 1년3개월 만이다. 앞서 대림산업은 지난해 1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수요예측에 2350억원의 투자금이 몰리면서 발행에 성공한 바 있다.
건설업계 전체로 보더라도 회사채 발행이 드문 상황이다. 국제유가 하락에 따른 해외수주 급감과 미청구공사액에 대한 리스크, 주택공급 과잉 우려 확산 등이 겹치면서 금융투자업계의 건설업에 대한 시각이 여전히 보수적이기 때문이다.
실제로 올 들어 삼성물산(AA)과 현대건설(AA-, 이상 신용등급)만 각각 3000억원과 1000억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에 성공했을 뿐 그 외 건설업계 발행 실적이 없다.
이들의 흥행에 앞서 △롯데건설 △대우건설 △SK건설 △한화건설 △GS건설 등이 올 들어 1조6000억원에 달하는 회사채 만기가 도래했지만, 자체 보유현금으로 상환하거나 상대적으로 안정성이 떨어지는 메자닌 채권을 통해 급한 불을 껐다. 일부 건설사의 경우 회사채 발행을 통한 차환을 고려하기도 했지만 상황이 여의치 않자 발행 계획을 접은 것으로 전해졌다.
메자닌은 채권과 주식의 중간 위험 단계에 있는 채권을 가리킨다. 전환사채(CB), 교환사채(EB), 신주인수권부사채(BW) 등이 있다.
때문에 업계에서는 대림산업의 흥행 여부를 보고 공모 회사채 발행 여부를 결정짓겠다는 분위기다. 신용평가업계 집계 결과 9월 이후 연내 만기가 돌아오는 건설 회사채는 모두 8900억원이다. 롯데건설이 2900억원으로 가장 많이 보유하고 있으며 현대건설 2100억원, 대우건설 2000억원 등의 순이다.
9월 만기가 돌아오는 회사채를 보유한 A건설 관계자는 "애초 현금상환이나 메자닌 발행 등을 만기 대안으로 생각했지만, 건설 회사채 시장 분위기가 개선될 조짐을 보이고 있어 대림산업 결과를 주목하고 있다"고 말했다.
신한금융투자 관계자도 "앞서 삼성물산이나 현대건설과 달리 그룹사 후광효과를 기대할 수 없는 대림산업이 회사채 발행에 성공할 경우 기업어음(CP) 등 단기채권 발행에 의존하던 건설사들의 자금조달에도 숨통이 트일 것"이라며 "대림산업의 성공 여부가 건설 회사채 시장의 투자심리 회복을 확인할 계기가 될 뿐더러 나아가 추가적인 건설사들의 채권시장 '귀환'을 결정짓는 요인으로 작용할 것"이라고 분석했다.
다만 건설업이 5대 취약업종 중 하나로 선정되는 등 투자심리 회복이 아직 확인되지 않은데다 최근 주택경기 불확실성 확산과 해외 리스크에 대한 불안심리가 트라우마로 남아 있는 만큼 낙관적으로만 보긴 어렵다는 주장이 제기된다. 특히 일부 건설사의 경우 해외수주 건이 실적 개선 등에 발목을 잡는 경향이 있는 만큼 사업 포트폴리오에 대한 확신이 서기 전까지 거래 관망세가 이어질 수 있다는 전망도 제기된다.
건설협회 관계자는 "정부에서 조선업에 대한 구조조정을 진행하고 있는데, 건설업도 중장기적으로 보면 안전하지 않다는 인식이 여전하다"며 "글로벌 저성장이 지속되면 중견건설사를 시작으로 건설기업 자체 리스크가 확대된다는 경험이 자리잡혀 있다"고 판단했다.
미래에셋대우증권 관계자는 "국내 건설경기에 집중도가 높다던가 만기가 짧은 채권의 경우 발행되더라도 무난하게 소화할 수 있지 않을까 예상한다"면서도 "신용등급이 같더라도 개별 기업에 대한 사업 포트폴리오 등에 따라 투자자들이 차별적으로 접근하는 만큼 기업별 '옥석가리기'가 진행되는 국면이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