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전문지식 갖춘 몇 안되는 인물""위기 때 제대로 대응 못하고 사임한 인물"
  • ▲ 유창근 현대상선 새 CEO 내정자.ⓒ연합뉴스
    ▲ 유창근 현대상선 새 CEO 내정자.ⓒ연합뉴스

위기에 처한 국내 해운업계가 현대상선의 새로운 수장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현대그룹에서 계열 분리된 이후 산업은행 자회사로 들어간 현대상선의 새로운 수장을 누가 맡을지 관심이 집중됐기 때문이다. 설상가상으로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국내 2위 현대상선 수장의 역할이 더욱 커졌다.

5일 현대상선은 이사회를 열어 오는 20일 예정인 임시주주총회에서 유창근 현 인천항만공사 사장의 이사 선임에 대한 안건을 부의했다. 대표이사 선임은 임시주주총회를 이후 이사회에서 결정될 예정이다. 

유 내정자는 이미 지난 2012년 11월부터 2014년 3월까지 현대상선 대표이사 사장을 역임한 바 있으며 현대상선에 20여년을 넘게 근무한 정통 해운맨이다.

그는 지난 2일 채권은행 등으로 구성된 현대상선 경영진추천위원회로부터 최고경영자(CEO) 후보자로 최종 결정 통보를 받았다. 경영공백 최소화를 위해 오는 7일 인천항만공사 이임식을 마치고, 8일부터 업무보고를 받을 예정이다.
 
유 내정자의 취임을 앞두고 해운업계 반응은 반신반의 하는 모습이다. 

현대상선 내부에서는 유 내정자의 취임을 반기고 있지만, 해운업계 일각에서는 의구심이 높다.  

현대상선 한 관계자는 "과장급 이하는 유사장에 대해 잘 모른다. 글로벌 해운업계가 살얼음판을 걷고 있는 상황에서 유 사장은 해운업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전문 지식을 갖춘 몇 안되는 인물이다"라며 내정 소식을 반겼다. 

선주협회 한 관계자는 "글로벌 비즈니스에 탁월하다고 들었다. 전 세계 해운업이 불황인 만큼 새로운 변화와 혁신을 통해 해운업 전체가 다시 일어날 수 있는 기회가 마련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반면 일각에서는 유 내정자의 취임에 난색을 표했다. 

해운업계 한 관계자는 "적임자가 없긴 없는 모양"이라며 "이미 한 차례 현대상선 사장으로 일한 바 있는 유 내정자는 위기에 제대로 대응 조차 못하고 사임한 인물이다"라고 비난했다. 

이어 "당시 내부 조직에 있어서도 유 사장은 책임 회피에 급급했다"며 "이번에는 어떤 식으로 대응할지 지켜봐야 할 것이다"라고 부정적인 평가를 내렸다. 

2011년부터 2013년 말 본격 구조조정에 돌입할 당시 유 내정자는 현대상선 사장으로 재임하면서 위기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했다는 지적이다. 이런 인물에게 다시 경영권을 쥐어주는 게 합리적이냐는 얘기다.

경영진추천위원회는 외국계 CEO를 영입하는 방안도 고려했지만, 고액연봉과 원활한 소통 등을 고려해 국내 인사를 찾았다고 답했다. 

한편, 유 내정자는 1953년생으로 대광고와 고려대 경제학과를 나왔다.1986년 현대상선에 입사해 컨테이너 사업본부장과 해영선박 대표이사를 거쳐 2012년부터 2014년 초까지 현대상선 대표이사를 역임했다. 2014년부터는 인천항만공사 사장으로 일해왔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