가입 예정 '디 얼라이언스'에 기업회생 긍정 신호 "이제 40년 저력 발휘할 기회"… 신인도 하락 해결과제 지적도
-
한진해운의 세계해운동맹(얼라이언스) 잔류에 청신호가 켜졌다. 정부가 최후의 수단으로 공익채권을 고민하고 있다고 밝힌 지 하루 만에 한진그룹이 조양호 회장의 사재를 포함 1000억원의 자금 유동성을 확보하겠다고 밝혔다. 해운동맹에 기업회생에 대한 긍정적인 신호를 준 셈이다. 해운동맹 잔류는 한진해운 회생의 필수조건이다.
일각에선 이제야말로 업력 40년의 한진해운이 저력을 보여줄 기회라는 의견이 나온다.
6일 한진그룹은 한진해운발 물류대란 해결을 위해 자체적으로 1000억원을 조달하기로 했다고 발표했다. 조양호 회장의 400억원 사재 출연과 함께 미국 롱비치터미널 등 해외터미널 지분과 대여금 채권을 담보로 600억원을 지원하기로 했다.
해양수산부는 입항 대기나 거부 등으로 비정상적인 운항 상태에 놓인 한진해운 선박 97척에 실린 화물 32만5000TEU(1TEU=20피트 컨테이너 1개)를 처리하는 게 700억~1000억원의 비용이 들 것으로 추정한다. 기름값과 하역료, 항만사용료 등을 모두 합해서다. 윤학배 해수부 차관은 지난 5일 정부세종청사에서 기자들과 만나 이같이 밝히고 "먼저 한진해운이나 한진그룹에서 해외 터미널 등을 담보로 유동성을 확보해야 한다"고 강조했다. 윤 차관은 "한진해운에 추가 담보 여력이 있고 이를 통해 유동성을 확보할 수 있을 거로 본다"고 부연했다.
윤 차관은 최후의 수단으로 공익채권 활용도 언급했다. 그는 "아시아 특히 동북아지역 화물의 경우 한진해운 선박이 국내 항만으로 들어올 때 발생할 수 있는 하역료 등의 문제를 공익채권을 통해 해결하는 방안도 고민하고 있다"고 말했다. 부산항만공사 등이 화물 하역과 관련해 지급을 보증하거나 대납해 물동량 처리를 원활히 하겠다는 것이다. 공익채권은 회사의 정리 절차나 재산 관리를 위해 쓴 비용에 대한 청구권이다. 다른 채권보다 최우선하는 변제 권한을 가지며 회생 절차와 상관없이 변제받을 수 있다.
해수부는 싱가포르, 독일 함부르크, 미국 로스앤젤레스(LA)·롱비치 등 거점 항만을 선정해 화물 하역을 지원하겠다고도 했다.
지원 대상이 제한적이긴 하나 정부의 지원카드와 함께 한진그룹의 자금 조달 결정으로 한진해운의 해운동맹 잔류 가능성은 커졌다는 견해가 나온다. 세계 해운동맹은 내년 4월부터 전면 재편돼 새 판을 짜게 된다. 한진해운이 새로 가입할 예정인 '디 얼라이언스' 등 해운동맹은 10월 전에 새로운 내부운항계획을 만들 것으로 알려졌다. 해운동맹으로선 이달 안에 한진해운을 새 운항계획에 포함할지를 저울질할 수밖에 없다는 얘기다. 김우호 한국해양수산개발원(KMI) 해운해사연구본부장은 "정부의 공익채권이나 거점항만 운용 등은 시장에 한진해운이 회생할 거라는 신호를 줬다고 봐야 한다"며 "앞으로 디 얼라이언스와의 노선협의 등에 상당한 힘을 받을 수 있을 것"이라고 전망했다. 김 본부장은 "한진해운이 법과 제도의 힘을 빌려 기업회생 프로그램에 들어간 만큼 (자금 조달 등을 통해) 앞으로 채무관계가 정리되고 핵심 노선 위주로 정상적인 영업활동에 나서게 되면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본다"고 내다봤다.
김 본부장은 "이제야말로 한진해운이 저력을 보여줄 때"라며 "40년 업력을 발휘할 기회를 얻었다"고 진단했다. 자금 조달과 정부의 지원 방침으로 기업회생 절차를 밟을 동력을 얻은 만큼 이제 한진해운이 우량 자산으로 평가받는 네트워크를 활용해 영업력을 확대할 차례라는 것이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한진해운의 앞으로 회생절차가 녹록지 않을 거라는 의견도 제기된다. 신인도에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는 지적이다. 해수부 한 관계자는 "한진해운이 국내외 화주로부터 이미 신뢰를 잃었다는 게 무엇보다 큰 피해"라며 "다시 화주로부터 신뢰를 얻는 과정이 쉽지 않을 거라는 의견이 지배적이다"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