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오랜만에 꿈틀대기 시작한 여의도 재건축시장이 악재를 만났다. 서울시가 압구정동 재건축 사업방향을 도시정비계획안에서 지구단위계획안으로 방향을 선회하면서다.
압구정동과 같이 사업방향이 바뀔 가능성은 낮지만, 사업 추진기간이 장기화되면서 가격조정이 불가피한 만큼 재건축시장 침체여파가 있을 것 판단된다.
8일 영등포구청에 따르면 여의도 내 재건축 연한인 준공 30년을 넘긴 아파트는 모두 16개 단지 총 7787가구다. 이 중 일부 단지 경우 사업추진을 위한 조합설립에 나서면서 여의도 재건축시장에 오랜만에 훈풍이 불고 있다.
서울아파트는 이달 재건축조합설립을 위한 창립총회를 개최할 예정이며, 조합 설립안이 통과될 경우 이르면 10월 늦어도 11월 내에는 재건축 시행사를 최종선정할 계획이다. 영등포구청도 연내 서울아파트에 대한 안전진단을 실시할 방침이다.
앞서 서울아파트는 지난 5월 여의공영과 GS건설을 재건축사업 우선협상대상자로 선정한 바 있다. 당초 7월 최종 사업자선정이 이뤄질 것으로 기대됐으나, 조합설립이 미뤄지면서 일정이 다소 늦춰졌다.
이미 지난 5월 재건축 추진 첫 단계인 안전진단 요청에 대한 주민동의를 얻어 둔 만큼 조합설립만 완료되면 재건축 추진도 급물살을 탈 것으로 보인다. 이 경우 16개 단지 중 처음으로 재건축사업이 가시화되는 셈이다.
지상 12~15층, 192가구로 지어진 서울아파트는 용적률이 200% 초반대로 일반 재건축으로는 사업성이 떨어진다. 때문에 토지주와 시공사가 함께 개발하는 지주공동사업 방식으로 개발해 용적률을 750%까지 끌어올릴 예정이다.
또 서울시의 '한강변 기본 관리계획'에 따라 주상복합으로 지을 경우 51층 이상으로 신축이 가능한 만큼 주민들은 서울아파트가 여의도를 대표하는 랜드마크로 탈바꿈할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수정아파트도 조합설립 작업이 한창이다. 수정아파트는 지난 6월 재건축사업 재추진 여부를 결정하는 주민총회를 통해 사업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주민동의율도 95%에 달하는 만큼 조합설립에 큰 변수가 없다는 게 업계 중론이다.
수정아파트 역시 51층 이상으로 층고를 높일 수 있는 만큼 지주공동사업 방식으로 개발할 것이라는 분위기다. 앞서 수정아파트는 2002년 안전진단(D등급)을 통과하고 2004년 추진위원회 승인까지 받아 재건축 추진이 빠를 것으로 기대를 모은 바 있다.
이밖에 광장, 목화, 미성, 시범 등은 조합설립 이전단계인 추진위원회가 설립된 상태다. 이 중 목화아파트는 재건축 대신 리모델링 사업으로 선회했고, 나머지 단지는 안전진단 신청을 계획하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이들은 대부분 1971~1978년 사이에 준공돼 재건축 연한 기준을 훌쩍 넘긴 터라 큰 잡음 없이 진행될 경우 5~10년 이내 새 아파트로 탈바꿈하는 것이 가능하다는 분석이다.
재건축사업에 속도가 붙으면서 주변 부동산시세도 들썩이고 있다.
국토교통부 실거래가시스템에 따르면 지난 4월 7억1000만원에 거래된 대교아파트 5층 전용 95.5㎡ 경우 8월 7억9000만원에 계약되면서 4개월 만에 8000만원이 올랐다. 시범아파트 10층 전용 79.24㎡ 역시 5월 7억4000만원에서 8월 7억9000만원으로 3개월 새 5000만원 올랐다.
지난해 이후 정부가 관련 규제완화를 추진하면서 시작된 재건축 열풍이 강남권에 몰아친 데 이어 호기를 놓치지 않으려는 여의도로 옮겨갔다는 분석이 지배적이다. 규제완화 정책에 따라 아파트 재건축 연한이 종전 40년에서 30년으로 짧아졌고, 재건축 조합 설립 요건도 동별 소유자 3분의 2 찬성에서 2분의 1 찬성으로 낮아졌다.
여의도 Y공인중개소 대표는 "여의도는 서울시내에서 아직도 저평가된 지역 중 한 곳으로 꼽힌다. 지금은 아파트가 노후돼 젊은 사람이 적지만 위치나 생활편의성 측면에서 여의도의 가치는 여전히 높은 것으로 평가된다"며 "재건축이 결정만 되면 자연스럽게 여의도가 다시 한 번 부각될 것"이라고 말했다.
인근 G공인중개소 관계자는 "강남에서 불어온 재건축 바람에다 최근 서울아파트 등 여의도 재건축에 대한 다양한 소식이 전해지면서 집값이 갑자기 뜨고 있다"며 "재건축 사업이 진행될 것이라는 기대감이 항상 있던 지역이었던 터라 연초에 비해 실거래가가 평균 1억원 가까이 올랐다"고 귀띔했다.
문제는 최근 서울시가 압구정동 재건축사업의 추진방향을 지구단위계획으로 바꾸는 악재가 발생했다는 것. 여의도 재건축사업 방향이 바뀔 가능성은 낮지만 침체될 수 있는 압구정 재건축시장 분위기가 자칫 여의도시장까지 번지는 것 아니냐는 우려다.
서울시는 이달 말 압구정동 재건축사업 추진방안을 발표할 예정이다. 도시정비계획안에서 지구단위계획안으로 사업을 재추진할 방침인 것으로 알려졌다.
도시정비계획안 경우 주거개선에만 초점이 맞춰지는 반면, 지구단위계획은 앞으로 지역이 변화하는 것도 고려해 교통, 교육, 상업시설, 학교 등 기반시설의 규모와 용적률 조정, 환경영향평가 등을 조정하기 때문에 물리적인 시간이 1년가량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이 여파로 시장에서는 재건축 기대감에 올 들어 오름세를 보였던 압구정 아파트 가격조정이 불가피하다는 분석이다.
권일 부동산인포 팀장은 "여의도 시장에서 재건축에 대한 니즈가 압구정에 비해 떨어지는데다 용적률, 층고, 조합원들의 수익성 여부 등이 해결되지 않은 상황이라 상승세를 보였던 압구정 쪽에서의 분위기가 반전된다면, 심리적인 부분이 작용, 동반 침체 우려가 있다"고 진단했다.
여기에 일부 단지 경우 재건축 성사 직전단계에서 사업이 좌절된 경험이 있다. 서울아파트는 2007년 주민동의에 따라 재건축을 추진하다가 관련 규제가 강화되면서 사업이 백지화된 바 있고, 수정아파트도 2004년 추진위 설립을 완료하고도 10여년 동안 사업이 표류했다. 또 다시 무산될 리스크가 내재돼 있다는 분석이다.
장재현 리얼투데이 팀장은 "여의도의 경우 재건축 이야기가 나온 지 10여년이 넘었지만, 아직 사업이 본궤도에 오른 곳이 한 곳도 없다"며 "소위 말하는 '있는 사람들'이 주요 주민들이다보니 살면서 리모델링 등으로 수선을 하면서 불편한 점을 보완해 왔다. 또 중층 대형 평형 일색이라 1대 1 재건축으로 진행해야해 사업성에 대한 문제도 해결되지 않은 상태다"고 설명했다.
일각에서는 정치적 변수에 대한 목소리도 있다. 권일 팀장은 "결국은 인허가권이 있는 서울시가 키를 쥐고 있다"며 "박원순 시장 체제에서 한강변 쪽 재건축은 쉽지만은 않아보인다. 박 시장과 정치적 성향이 같은 인물이 또 다시 시장이 된다면 어려움이 장기화될 수도 있을 것"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