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양한 맛 찾는 소비자 니즈에 부합하며 가파른 성장세이태원, 경리단길, 서래마을 2030 중심으로 인기비싼 가격과 한정된 유통망은 한계로 꼽혀
  • ▲ 관련 사진. ⓒ브루클린브루어리
    ▲ 관련 사진. ⓒ브루클린브루어리

    수제맥주로 알려진 크래프트 비어(craft beear)가 맥주 시장에 활기를 불어넣고 있다. 대기업이 독점하는 국내 맥주시장에서 차별화된 맛과 질로 틈새 시장을 파고들며 빠른 성장세를 보이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해 기준 국내 맥주 시장 점유율 0.1%에 불과했던 크래프트 비어는 올해 5배 성장한 0.5%로 확대될 것으로 전망되고 있다. 시장 자체는 미미하지만 성장세는 가장 두드러진다.

    국세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 대기업 맥주 시장 점유율은 지난 2007년 97.6%에서 2015년 91.5%로 지속 하락했으며 수입맥주 시장 점유율은 2010년 2.8%에서 5년 만에 3배 성장해 지난해에는 8.4%를 기록했다. 현재 우리나라는 총 87개국에서 약 400여개의 수입 맥주 제품을 수입하고 있다.

    다양한 맛을 찾는 소비자의 니즈가 확대되면서 수입 맥주와 함께 차별화 된 크래프트 비어가 새로운 세그먼트로 자리잡고 있는 추세다.

    실제 이태원이나 경리단길, 서래마을, 가로수길과 같은 젊은층이 자주 찾는 식당가와 펍에서는 다양한 종류의 크래프트 비어 메뉴를 선보이고 있으며 지난 7월 문을 연 쉐이크쉑(일명 쉑쉑버거)도 뉴욕의 대표적인 크래프트 비어인 브루클린 브루어리의 '쉑마이스터에일'을 선보여 좋은 반응을 얻고 있다.

    이태원과 경리단길을 즐겨 찾는 프리랜서 류영미 씨(36세)는 "새로운 크래프트 맥주를 하나씩 골라 먹는 재미가 쏠쏠하다"면서 "가격은 조금 비싸지만 향이 풍부하고 시중에서 쉽게 접할 수 없는 특별한 맥주이기 때문에 즐겨 먹는다"고 말했다.

    수입맥주협회 자료에 따르면 2011년부터 2015년까지 글로벌 톱10 맥주 시장 점유율은 74% 에서 약 63%로 약 10% 감소한 것으로 나타났다. 대기업의 프리미엄 맥주가 시장 독점하던 형태에서 다양한 브랜드가 시장을 세분화하는 추세로 변화하고 있다. 이 중 성장세가 두드러지는 것이 바로 크래프트 비어이다.

    크래프트 비어의 성장을 이끄는 것은 대기업이 아닌 소규모 맥주 사업자들이다. 현재 국내 크래프트 비어 사업자 수는 50여개로 국내에서 직접 제품을 생산하고 있는 카브루(KA-BREW)와 플래티넘 브루어리,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가 전체 시장 점유율 70% 가량을 차지한다.

    카브루는 지난해 초 중견식품기업인 진주햄에 인수되면서 본격적으로 크래프트 비어 시장을 넓혀갈 준비를 하고 있다. 카브루는 2000년 창업한 이후 이태원과 경리단길을 비롯한 전국 주요 크래프트 비어 상권에 위치한 레스토랑, 펍(PUB), 골프장, 호텔 등에 제품을 공급하고 있다. 

    플래티넘은 2002년 강남에 브루어리를 열고 아메리카식 페일 에일을 양조해 선보이고 있다. 현재 1200개 이상의 거래처를 확보하고 있고 충북 증평에 연 1300만 리터의 맥주를 생산할 수 있는 공장을 갖추고 있다. 앞으로 마트나 편의점에도 진출하는 것이 목표이다.


  • ▲ 아크 병맥주 2종.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 아크 병맥주 2종.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


    2014년 11월 문을 연 코리아크래프트브류어리는 국내 업체를 대상으로 납품하는 기존 소규모 양조장과는 달리 수출 시장에 초점을 맞추고 있다. 충북 음성에 자체 생산 공장을 두고 있으며 지난해에는 국산 크래프트 비어 중 최초로 병맥주를 선보였으며 최근에는 캐릭터 브랜드 '라인프렌즈'와 협업한 신제품을 선보이는 등 시장을 확대해나가고 있다.

    올 초에는 크래프트 맥주 종주국으로 불리는 미국의 '브루클린 브루어리(Brooklyn Brewery)'가 한국 시장에 진출했다.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올해 안에 연간 최대 2000만 리터를 생산할 수 있는 제주 양조장을 완공해 아시아 시장 수출기지로 육성한다는 계획이다. 

    브루클린 브루어리는 이미 서울·경기권 약 300여개 매장에 입점해 있으며 출시 첫 달부터 현재까지 월평균 30%의 매출 성장을 보이고 있다. 최근에는 장진우 셰프가 운영하는 바 '칼로앤디에고' 1층에 컬래버레이션 팝업 스토어를 오픈하며 고객 접점을 늘려가고 있다.

    크래프트 비어는 소규모 생산, 독립성과 창조정신, 장인정신과 전통원료를 기반으로 한 다품종 소량 생산 맥주로 '수제맥주'라고도 일컫는다. 대기업이 생산하는 단일 품종·대량 생산 맥주와는 달리 다양하고 특색 있는 맛을 자랑한다. 맥주 종주국은 독일이지만 크래프트 맥주의 맹주는 미국으로 꼽힌다. 한국은 2014~2015년 미국 크래프트 맥주 수출국 중 5위를 차지하는 주요 국가이다.


  • ▲ 이태원 장진우 거리에 오픈한 브루클린브루어리 팝업 스토어. ⓒ브루클린브루어리
    ▲ 이태원 장진우 거리에 오픈한 브루클린브루어리 팝업 스토어. ⓒ브루클린브루어리

    문혁기 브루클린브루어리코리아의 대표는 "세계 맥주 시장을 보면 판매량은 정체되고 있지만 판매 단가가 높은 프리미엄 제품의 성장세는 뚜렷하다"며 "우리나라는 2014년 아시아 최초로 미국크래프트맥주 수입 5위 안에 진입해 아시아 내 크래프트 맥주 선진국으로 부상하고 있는 만큼 향후 크래프트 맥주 시장 성장이 기대된다"고 밝혔다.

    이어 "국내 와인 시장이 1998년부터 연평균 16.7%로 성장하며 국내 소비자들에게 친숙한 주류로 자리잡은 만큼 크래프트 맥주도 소비자들에게 범용적인 맥주가 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맥주 업계의 한 관계자는 "최근 젊은층을 중심으로 독특한 맛과 스토리를 지닌 크래프트 비어에 대한 관심이 커지고 있다"면서 "특히 2014년 맥주 축제 규제법안이 완화되면서 수십개의 맥주 축제가 생겨나고 크래프트 비어가 이 문화를 주도하고 있다"고 설명했다. 

    다만 "수제맥주 특성상 일반 맥주에 비해 1.5~2배 가량 비싼 가격과 한정적인 유통망 등은 한계점으로 꼽힌다"면서 "아직 시장 초기 단계인만큼 크래프트 맥주가 하나의 제도권 사업 영역으로 성장하기 위해서는 체계적이고 효율적인 유통망 확보와 가격 경쟁력을 갖추는 것이 관건"이라고 지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