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요백화점·대형마트서 점포당 1개도 안팔려… 고급 식당가도 대부분 미입점"국순당 려, 영업활동도 거의 없어… 시장서도 찾는 사람 無"국순당 실적회복 위해 신제품 쏟아내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해
  • ▲ 배중호 국순당 대표. ⓒ국순당
    ▲ 배중호 국순당 대표. ⓒ국순당


    배중호 국순당 대표가 위기 돌파를 위해 야심차게 선보인 프리미엄 증류소주 '려'가 시장에서 철저하게 외면받고 있다.

    국순당은 주력 제품인 막걸리 등 전통주 시장 침체가 지속되고 지난해 가짜 백수오 파동이 겹치면서 이를 타개할 방편으로 7년을 공들여 증류소주를 선보였지만 반응이 시원찮아 시장 진입에 실패한 것으로 보인다. 

    14일 유통업계에 따르면 지난 8월 국순당이 출시한 프리미엄 증류소주 '려'는 현재 시장에서 찾아보기 힘든 제품이 됐다. 출시한지 2달도 채 되지 않았지만 주요 백화점과 대형마트에서 판매가 부진해 점차 자취를 감추고 있는 것.

    실제로 2016년 추석 명절 선물 센트 판매기간 동안 '려' 선물세트 판매량을 살펴보면 존재감이 무색한 상황이다. 전국 점포별로 1개도 채 안팔린 경우가 많았다.

    A백화점에서는 2016년 추석 선물 세트 판매기간 동안, 전국 매장을 통틀어 10여개에 불과한 세트가 팔렸을 뿐이다. 

    A백화점 관계자는 "명절에 입점했지만 팔리지 않아서 결국 철수했다"고 전했다.

    B백화점은 '려' 선물세트를 판매했지만 판매 실적은 찾아 보기 어려웠다. 

    B 백화점 관계자는 "'려' 선물세트는 판매량을 계산하기 조차 어려울 정도로 존재감이 없었다"며 "판매 실적도 사실상 거의 없었다"고 긔뜸했다.  현재는 전국 점포에서 '려' 제품을 판매하고 있지 않다.

    C백화점과 D백화점에선 아예 '려'를 판매하지 않았다. 

    대형마트 E 관계자는 "이번 추석때 3만9000원대 가격의 '려' 선물세트를 팔았는데 매출이 400만원을 넘지 못했다"면서 "매장수로 따지면 점포당 1개도 못 판 꼴"이라고 설명했다.

    국순당은 다음달께 '려' 단품을 출시할 예정이지만 백화점과 대형마트 모두 "이 제품을 입점시킬지에 대해서는 정해지지 않았다"고 입을 모았다. 

  • ▲ '려'. ⓒ국순당
    ▲ '려'. ⓒ국순당


    국순당에서 운영하는 전통주점 '백세주마을'을 제외하고 주요 호텔과 고급한정식, 일식집에서는 대부분 '려'를 취급하고 있지 않은 것으로 나타났다.

    보통 주류회사들이 주류 도매상을 거쳐 제품을 납품하는 반면, 국순당은 본사에서 직접 영업을 뛰는 직판 체제로 운영된다. '려' 출시 이후 영업 활동이 전무해 대부분의 식당에 '려'가 입점돼 있지 않은 상황이다. 

    한 프리미엄 소주 브랜드의 영업 직원은 "서울 주요 식당에 '려'가 입점된 경우는 거의 본적이 없다"면서 "출시 초기 시음주를 몇차례 돌린 것 빼고는 본격적인 영업활동을 펼치지 않고 있다"고 전했다. 

    또 다른 영업직원은 "보통 신제품이 나오면 영업직원들이 매일 업소를 돌면서 샘플도 뿌리고 판매 권유도 강력하게 하는데 '려'는 아무런 움직임이 없다"면서 "배중호 대표가 직접 나서서 공을 들인 제품이라고 알고 있는데 왜 정작 영업 활동은 하지 않는지 궁금하다"고 말했다.

    이어 "국순당이 7년 넘게 '려' 개발에 몰두한 것으로 알고 있는데 시장 반응은 너무 저조하다"고 분위기를 전했다. 

    이들은 "고가의 증류 소주가 주로 팔리는 호텔이나 고급 일식집 등 유흥주점 및 식당에서 '려'를 본적이 없고 물어보거나 관심을 보인 점주 조차 없었다"며 경쟁 제품이 아니라며 선을 그었다.

    국순당이 출사표를 낸 증류소주 시장은 연 70억원 규모로 하이트진로 '일품진로'와 광주요그룹 '화요'가 주도하고 있다. 후발주자인 롯데주류가 '대장부'와 '대장부 21'를 내놓고 경쟁에 뛰어들었다. 여기에 국순당 '려'가 가세했지만 시장 반응은 싸늘했다.

    유통업계 관계자는 "매출의 50% 가까이를 차지하는 막걸리 시장이 침체된데다 가짜 백수오 때문에 힘든 시간을 보낸 국순당이 올해 증류소주와 과일맛 막걸리 등 다양한 신제품을 출시하고 있다"면서 "실적 회복을 위해 안간힘을 쓰고 있지만 시장 반응은 기대에 미치지 못하고 있다"고 전했다. 

    고봉환 국순당 홍보팀장은 "'려'는 현재 선물세트로만 선보였기 때문에 아직 호텔이나 식당에 입점하지 않았다"면서 "개별 제품은 숙성된 이후에 조만간 출시할 예정"이라고 밝혔다.

    국순당의 지난해 매출액은 전년 대비 15.7% 감소한 774억원으로, 국순당이 실적을 공개한 1995년 이후 20년 만에 처음으로 영업적자 82억원을 기록했다.

    올해도 상황은 좋지 않다. 올 상반기 매출은 전년 대비 약 9% 감소한 353억원을 기록했고 영업적자를 지속했으며 3분기 매출액은 전년 대비 1.4% 감소한 231억원, 영업손실은 2억6000만원으로 적자를 유지할 것으로 추정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