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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T가 최순실 게이트로 시끌하다. 인사 개입은 물론, 광고몰아주기로 부당 이익을 챙겼다는 의혹이 검찰 조사를 통해 사실로 드러났기 때문이다.
최근 검찰이 발표한 공소사실에 따르면, 최씨는 박 대통령과의 친분을 이용해 차은택씨를 비롯한 측근으로부터 이동수씨와 신혜성씨를 추천받아 KT 임원으로 채용시켰다.
이후 이들은 KT 광고 발주를 책임지는 자리에 앉았고, 최씨가 실소유한 광고회사 플레이그라운드에 광고 물량을 배정했다.
문제는 최씨와 연루된 이씨와 신씨가 최근 KT를 퇴사하자, 일부 '비난의 화살'이 황창규 회장으로 방향을 돌렸다는 점이다.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고개를 들었던 '정부 외압설'을 잠재우지 못하고, 입김에 흔들렸다는 이유다.
그러나 이번 사건에서 분명한 것은 황 회장은 다른 재계 총수들과 같은 피해자다. 수 천, 수만명의 선원들의 생사를 책임져야할 선장의 입장에서는 크기를 예측할 수 없는 초대형 태풍과 같은 청와대의 입김에 불응할 수는 없었을 것이라는 게 재계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1988년 5공 청문회에서 정주영 전 현대그룹 명예회장은 일해재단 기금 모금과 관련, "당시 전경련 회장이었던 나는 정부의 기분을 나쁘지 않게 해서 모든 것을 편안하게 하기 위해, 시류에 따라 돈을 냈다"고 밝힌 바 있다. 수 만명의 직원들의 생계를 책임지고 있는 오너로써 생존을 위해, 정권 요구에 어쩔 수 없었던 것이다.
황창규 회장은 2014년 'KT 구원투수'로 나서 난재 극복은 물론, 실적 개선까지 두마리 토끼를 잡은 CEO로 평가 받고 있다. 56개였던 계열사 중 비통신부분을 매각해 30여개로 줄이는 조직개편을 단행하는 등 다양한 혁신시도를 거듭하며 지난해 매출 23조 2912억원, 영업이익 1조 2929억원을 달성, 흑자전환을 이뤄냈다.
특히 올 2분기에는 매출 5조 6776억원과 영업이익 4270억을 달성하는 등 지난 2012년 이후 처음으로 분기영업익 4000억원을 재돌파하기도 했다.
이뿐만이 아니다. 위기 관리 능력도 뛰어나, 지난 2014년 자회사 간부급 직원의 거액 횡령 및 점적 사건과 함께 980만 이용자 개인정보 유출 사태 발생시, 급히 기자회견을 열고 머리를 숙이는 등 경영 리더십을 십분 발휘해 좋지 않은 여론을 잠재우기도 했다.
재계 안팎서 '최순실 게이트' 관련, 황 회장 연임에 대한 잡음이 끊이질 않고 있다. 그러나 연임이냐 혹은 연임불가냐를 논하기 전에, 황 회장의 임기 동안 치적을 먼저 인정해야 한다는 목소리에 힘이 실고 있다.
사회에서 능력을 인정받고 살아가던 한 가장이 본인의 가정을 지키기 위해 어쩔 수 없이 자존심을 굽히고 잠시 머리를 숙였다고 해서 앞뒤 안가리고 비난만 하는 모습이 아쉬운 이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