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장 생·손보 10개사 배당 축소 가능성IFRS17 대비 자본확충 방안 고심

  • 보험사들이 내년 3월 주주총회를 앞두고 고민이 많아졌다. 올해 보험권 수익성은 악조건 속에서도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왔지만 내년을 생각하면 투자자들과 수익을 나누는 것도 힘들 것이란 전망 때문이다.

    29일 업계에 따르면 주식시장에 상장된 생·손보사 10곳은 내년 배당률을 낮출 것이란 전망이 우세하다. 단 지난해 보험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24.7%를 기록한 만큼 두 자릿수 비율은 넘길 것이란 희망도 있다. 보험사들이 배당성향을 낮추는 이유는 새로운 회계기준(IFRS 17)으로 인해 자본확충이 필요하기 때문이다.

    일단 보험사들은 자본확충을 위해 △유상증자 △후순위채 발행 △자사주 매각 △내부 유보금 확대 등을 이용해야 한다. 그러나 이 가운데 유상증자 실시에 대해선 시장과 업계 모두 부정적이다. 일단 보험사가 수 천억원 이상의 신주 발행 시 오너 일가가 대규모 증자 참여가 쉽지 않다. 또 유상증자에 참여하지 않을 경우 경영권에도 영향을 받는 만큼 자본확충 방안을 결정하기 힘든 상황이다. 이밖에도 저금리로 허덕이는 보험사의 10조원~20조원 규모의 유상증자를 국내 주식시장이 받아줄 수 있을지도 미지수다.

    한국투자증권 윤태호 애널리스트는 "유상증자가 근본적 해결책은 아니지만 국내 금융시장과 보험사의 현재 지배구조를 고려했을 때 현실성이 없다"며 "오히려 보험사의 배당을 낮추는 것으로 내부 유보금을 확보하는 전략을 구사할 가능성이 높다"고 말했다. 보험사들은 그동안 고배당 정책을 유지해 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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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해 상장 보험사의 평균 배당성향은 24.7%를 기록한 바 있다. 상장 보험사 중 동양생명은 지난해 40.1%의 배당성향을 보이며 주주들의 주머니를 두둑히 챙겨줬다.

    동양생명은 안방보험에 인수되기 전 20~30%대의 배당성향을 유지했지만 인수 이후 40%대로 끌어올렸다.

    메리츠화재도 고배당 기업 중 하나다. 메리츠화재는 지난해 배당성향이 35.7%를 기록했다. 현대해상 배당률은 28.2%, 삼성생명 27.5%, 삼성화재 27.3% 순이며 한화생명, 동부화재, 미래에셋생명도 20%를 웃돌았다. 즉, 금융당국과 시장에선 배당을 줄이면 충분히 자본을 확보하는 데 여유가 생길 것으로 보고 있다.

    보험사들은 오는 2021년 부채를 시가로 평가하는 새 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내부 유보를 쌓아야하는 상황이다. 저축성보험료 수입이 부채로 인식되면서 자본이 줄고 재무건전성은 악화되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금융당국에서는 올해부터 배당을 자제할 것을 주문하고 있어 배당성향은 전년보다는 낮아질 것으로 예상된다.

    금융당국에서도 보험권의 고배당을 지양하라는 주문이 이어지고 있다. 금감원 관계자는 "지난해 배당을 자제하고 내부 유보를 할 것을 유도했었지만 높은 배당성향을 보였다"며 "새 회계기준 도입을 앞두고 보험사들이 자구노력을 통해 자본을 확충하는 방안을 마련해야 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