해운업계 "정부와 채권단이 획기적인 경쟁력 확보 방안 내놔야"
  • ▲ ⓒ한진해운
    ▲ ⓒ한진해운

세계 7위이자 국내 1위 원양 컨테이너 해운사였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간지 3개월이 지났다. 국적선사 1위였던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대상이되자 세계 해운시장에서 한국해운사 위상이 점차 추락하고 있으며, 지금까지도 한국 해운업계는 제 갈길을 찾지 못하고 표류하고 있다. 

무엇보다도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들어서자 한국 해운사 전반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졌다. 결국 화주들이 한국 해운사를 기피하면서 반사이익은 고스란히 외국선사에게 돌아갔다. 당초 국내 해운선사들이 반사이익을 얻을 것이라는 예측은 보기 좋게 빗나간 셈이다. 

5일 한국선주협회에 따르면 한진해운이 법정관리에 돌입하면서 세계 1위 해운사인 덴마크의 머스크는 같은 기간 점유율이 12.17%에서 13.67%로 1.5%포인트 높아진 것으로 나타났다.
 
대만 에버그린(세계 5위)은 1.04%포인트, 중국 코스코(세계 4위)는 0.5%포인트 각각 상승했다. 일본 3대 선사(MOL, K라인, NYK)들도 점유율이 같은 기간 1.67%포인트 올랐다. 이들 외국 해운사가 한진해운 물량의 절반 이상을 가져간 셈이다. 나머지 10여개 외국 선사도 대부분 0.2∼0.4%포인트 점유율이 올랐다.

 
이에 대해 조봉기 선주협회 상무는 "이미 예견된 결과"라며 "한진해운 법정관리 이후 그동안 쌓았던 신뢰가 무너진 상태에서 국내 어떤 해운사도 버티기 힘든 상황"이라고 심정을 토로했다. 이어 그는 "한국 해운업계는 암울하기만 하다"며 "한진해운이 법정관리 직전에도 어려웠는데 시간이 지나면서 설 자리가 더욱 없어지는게 사실"이라고 우려했다. 

◇법원, 대한해운에 한진해운 주요 알짜 노선 넘겨  

한진해운의 주력 사업이 공중분해 되고 있다. 알짜 노선으로 꼽히던 미주~아시아 노선과 선박 인력 등은 현재 삼라마이더스그룹(SM그룹)으로 넘어간 상태다. 

삼라마이더스는 지난달 22일 공시를 통해 한진해운의 태평양노선 관련 영업 및 운영 고객관리 정보와 미국, 중국, 베트남 등 주요 지역 7개국 소재 자회사 물류운영시스템 등의 물적 자산 및 관련 인적 조직 등을 포함한 컨테이너 사업 일부를 370억원에 양수키로 결정했다. 

이 과정에서 알짜 중에 알짜로 손꼽힌 롱비치터미널 인수 관련 지분 54%는 별도 계약 대상이라 본계약에서 빠졌다. 법원은 최근 롱비치터미널 비공개 입찰을 진행했다. 대한해운이 자금 문제로 인수 결정을 쉽사리 내리지 못하자, 법원이 매각 주관사와 함께 현대상선 컨소시엄과 사모펀드인 한앤컴퍼니로부터 각각 가격제안서를 받은 것이다. 

뒤늦게 입찰에 참여한 현대상선은 세계 2위 해운사인 스위스 MSC와 손잡고 지분 인수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  

◇공멸 직전 해운, 경쟁력 회복 위해 남은 과제는?

문제는 한진해운 법정관리로 해운업계가 그야말로 초토화 됐다는 점이다. 이제와서 다시 이전의 모습을 되찾기는 무리라는게 전문가들의 전언이다. 하지만 해운업계 전문가들은 국내 해운업계가 공멸 위기에서 벗어나기 위해서는 정부와 채권단이 획기적인 해운업 경쟁력 확보 방안을 내놔야 한다고 지적한다.

조봉기 상무는 "해운업계가 장기적으로 경쟁력을 확보하려면 무엇보다도 일차적으로 업계 자체에서 혁신적인 아이디어가 나와야 한다"며 "1차적인 원인은 그 누구도 아닌 해운업계 자체가 안일하게 대처했기 때문이고, 이제라도 제대로 된 틀을 세워야 한다"고 강조했다.
 
또 그는 "한진해운이든 현대상선이든 어려워진 가장 큰 이유는 금융(정부)쪽에서 논리로 대응하면서 일시적인 불만 끄려고 했기 때문"이라며 "산업이 크기 위해서는 그만큼의 무대를 만들어 국제 경쟁에서도 뒤쳐지지 않을 정도의 여력을 만들어 줘야 하고, 그 역할을 정부가 해야한다"고 덧붙였다. 

마지막으로 조 상무는 "한진해운 법정관리는 산업적 시각을 고려하지 않은채 구조조정에 들어갔던 것이 문제였다"며 "해운과 금융 등이 협의체를 구성해 서로 도움이 되는 상생체계를 구축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결국 표류하고 있는 한국해운 업계를 살리기 위해서는 향후 정부의 역할이 더욱 중요하다는 얘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