OPEC 감산 합의…"중동 등 재정 호전, 프로젝트 발주 기대"국토부 예산 20조원…주택 경기 연착륙에 도움될 듯
  • ▲ 삼성엔지니어링이 시공한 알제리 스킥다 정유플랜트. ⓒ뉴데일리경제 DB
    ▲ 삼성엔지니어링이 시공한 알제리 스킥다 정유플랜트. ⓒ뉴데일리경제 DB


    국내 주택경기가 꺾일 가능성이 커지면서 불확실성이 확대되던 건설업계에 희소식이 이어지고 있다. 내리막을 걷고 있던 국제유가가 반등하기 시작했으며 국회 SOC예산이 소폭 증가하면서 어느 정도 숨통이 틔인 것. 

    7일 업계에 따르면 최근 석유수출국기구(OPEC)는 정기총회에서 내년 1월부터 석유생산량을 하루 3250만배럴로 정하는데 합의했다. 현재보다 120만배럴을 감산하는 것으로, OPEC이 감산에 합의한 것은 2008년 12월 이후 8년 만이다.

    감산합의에 따라 국제유가는 최근 배럴당 50달러를 넘어섰다. 한국석유공사 조사 결과 11월 마지막주(24일~12월1일) 미국 서부텍사스산원유(WTI) 가격은 전주보다 배럴당 3.1달러 오른 51.06달러를 기록했다. 영국 브렌트유 가격은 같은 기간 배럴당 4.95달러 오른 53.94달러로 나타났다.

    중동 두바이유 가격 역시 배럴당 3.35달러 오른 49.02달러를 기록했다. 이에 중동 국가들은 내년 석유가격을 배럴당 45~50달러 수준으로 예측하고 있다.

    국제유가가 반등하면서 건설업계에도 기대감이 커지고 있다. 유가가 오르면서 중동 국가들의 재정 상태가 호전되면 건설 프로젝트의 발주가 재개되지 않겠냐는 것이다.

    해외건설협회 역시 올해 발주가 지연된 중동 지역 석유화학플랜트 발주가 재개되고 아시아인프라은행(AIIB)의 투자가 본격화되면 내년 해외수주는 올해(326억달러 추정)에 비해 약 40% 늘어난 455억달러로 예상하고 있다.

    김형근 NH투자증권 애널리스트는 "OPEC의 감산 합의로 국제유가가 안정화되면서 중동 국가들이 그동안 연기하거나 취소했던 프로젝트의 발주를 재개할 것"이라며 "국내 건설사들이 해외수주를 회복할 수 있을 것으로 보인다"고 분석했다.

    대형건설 A사 관계자도 "일단 OPEC 회원국들이 감산에 합의한 것이 핵심 포인트"라며 "유가가 50~60달러 수준만 된다면 중동 국가들이 미뤄뒀던 대형 프로젝트들을 잇따라 발주할 것으로 예상되는 만큼 예의주시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와 함께 국내 건설시장도 호재를 맞았다. 지난 3일 국회를 통과한 내년도 국토교통부 예산은 올해 본예산(21조9392억원)에 비해 8.3% 줄어든 20조1168억원으로 편성됐다. 이는 당초 정부안(19조7949억원)보다 3219억원(1.6%) 증액된 것이다. 예산 감소폭도 정부안(-9.8%)보다 소폭 줄었다.

    국토부 관계자는 "도로가 줄었지만, 철도 등 대부분의 SOC 예산이 늘면서 전체적으로 정부안보다 3000억원 넘게 증액됐다"고 설명했다.

    부문별로 보면 철도(도시철도 포함)가 3395억원이 늘어 증액 폭이 가장 컸다. 광주 송정~목포 간 호남고속철도 2단계 구간 마무리 공사비용이 정부안(75억원)보다 655억원이 늘었고, 서해선 복선전철도 정부안(5183억원)보다 650억원 증액됐다.

    철도 외에도 △지역 및 도시 189억원 △산업단지 172억원 △주택 156억원 △물류 등 기타 99억원 △항공·공항 23억원이 각각 늘었다. 특히 지진과 관련해 지진대비 인프라 구축, 조기경보체계 강화, 내진보강 등 지진방재 종합대책 자금 1403억원이 추가 반영됐다.

    중견건설 B사 관계자는 "주택공급 과잉 우려에 정부 규제까지 강화되는 바람에 내년도 부동산시장 침체가 기정사실화되면서 당장은 주택 착공으로 문제가 없겠지만 향후 먹거리에 대한 고민이 많았던 것이 사실"이라며 "꾸준히 감소세에 있던 SOC 예산이 소폭이나마 늘어나 안정적인 수익구조를 도모할 수 있게 됐다"고 말했다.

    업계 한 관계자는 "부동산 경기 침체의 충격을 낮추기 위해 내년 예산의 70%가량을 상반기에 편성한 것으로 보인다"며 "최근 1~2년간 주택에 의존했던 건설사들에게는 숨통이 트일 수 있는 계기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다만 그는 "예산이 증액됐지만, 정부안에 비해 증액된 것일 뿐 올해 예산에 비해 부족해 정부가 적기에 물량을 풀어야 건설기업들의 체감경기가 저하되지 않을 것"이라며 "국제유가 역시 반등을 했지만, 중동이나 중남미 국가들의 악화된 재정이 한순간에 회복되기에는 역부족일 것"이라고 경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