블룸버그 “수천명 해고”삼성 “일상적 인력 조정”반도체·모바일 위기론 확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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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지난달에 이어 또 다시 삼성전자가 해외 법인의 인력을 감축한다는 외신 보도가 나왔다. 회사는 “일상적인 인력 조정”이라는 입장이지만 반도체와 가전 등 주력 사업 실적 부진에 직면한 삼성전자의 위기 상황을 단적으로 보여준다는 평가다. 

    2일 블룸버그통신은 1일(현지시간) 현지 소식통을 인용해 삼성전자가 글로벌 인력감축 계획의 일환으로 동남아시아·호주·뉴질랜드에서 수천명을 해고할 계획이라고 보도했다. 전 세계 삼성전자 임직원 26만여 명 중 해외 생산 법인 임직원은 14만여 명에 달한다.

    사안에 정통한 한 관계자에 따르면 싱가포르에 있는 삼성전자 여러 부서 직원이 이날 인사 담당자, 관리자들과 비공개회의에서 감원 계획과 관련한 세부 내용을 통보받았다. 또 다른 관계자는 다른 지역에 있는 해외 법인에서도 감원이 계획됐다고 언급했다.

    블룸버그는 또 삼성전자가 최근 인도와 남미 일부 지역에서는 이미 인력의 약 10%를 감원했다면서, 삼성전자가 전체 해외인력의 10%에 해당하는 수준의 인력 감축에 나설 가능성이 있다고 덧붙였다. 

    회사는 ‘일상적인 인력 조정’이라는 입장이다. 삼성전자 측은 “일부 해외 법인에서 운영 효율성을 개선하고자 일상적인 인력 조정을 실시하고 있다”면서 “회사 차원에서 특정 직책에 대해 구체적인 목표치를 설정하지 않았다”고 전했다. 

    삼성전자의 인력 구조조정 소식은 이번이 처음이 아니다. 앞서 로이터통신은 지난달 11일 삼성전자가 전세계 해외자회사에 영업 및 마케팅 직원을 약 15%, 행정직원을 최대 30%까지 줄이도록 지시했다고 보도한 바 있다. 

    최근 잇따르는 삼성전자의 인력 감축설, 공장 철수설 등은 회사가 직면한 위기 상황을 여실히 보여준다는 평가다. 

    삼성전자는 지난해 사상 최악의 반도체 실적을 기록한 이후 올해 반등에 성공했지만 고대역폭메모리(HBM) 등 AI 반도체는 SK하이닉스 등 경쟁업체에 밀리고 있다. 

    반도체 위탁생산(파운드리)의 장기 적자도 점쳐지는 상황이다. 세계 최대 파운드리 업체 TSMC가 오는 3분기 최대 매출을 달성할 것이란 전망과는 정반대다. 삼성전자는 수율 등 문제로 고객사 확보에 난항을 겪으며 파운드리에서만 올 상반기 1조5000억원 적자를 낸 것으로 추정된다. 글로벌 금융그룹 맥쿼리도 최근 보고서를 통해 “우리는 오랫동안 삼성 파운드리 사업에 부정적이었다”며 “안타깝게도 상황은 더 나아지지 않고 있다. 신규 고객 확보가 없었다”고 지적하기도 했다.

    스마트폰, 가전 사업의 성적도 당분간 저조할 것이란 관측이 지배적이다. 스마트폰의 경우 지난 7월 출시된 갤럭시Z폴드6와 갤럭시Z플립6의 판매 실적이 전작 대비 부진한 것으로 알려진다. 애플과 중국 화웨이 등과의 치열한 경쟁이 배경으로 지목된다. TV·생활가전의 영업이익률도 하락하는 추세다. 올해 2분기 TV와 가전 부문의 영업이익은 전년 동기 대비 34% 감소한 4900억원에 그쳤다. 

    이 같은 분위기를 반영하듯 삼성전자의 주가도 연일 최저가를 경신하고 있다. 이달 들어서만 주가가 16% 넘게 빠졌다. 임직원들이 앞다퉈 자사주 매입에 나서고 있지만 큰 효과는 없는 상황이다. 삼성전자는 전 거래일(9월 30일)에도 52주 최저가인 6만1500원에 장을 마감했다.

    업계 관계자는 “HBM은 SK하이닉스에, 파운드리는 TSMC, 스마트폰은 화웨이 등에 밀리며 삼성이 우위를 선점한 사업 영역이 갈수록 줄고 있는 상황”이라면서 “최근 퍼지는 인력 감축설, 파운드리 설비 일부 가동 중단, 설비기술연구소 해체 등 설들은 삼성 내부의 위기감이 얼마나 큰지 보여주는 단적인 사례”라고 전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