法 "고려아연 자사주 매입 가능" 판단고려아연 주당 80만원 매수 나설 듯CP 4천억, 회사채 1조 '실탄 마련'최씨 측, 영풍정밀 3만원에 대항공개매수
  •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 ⓒ고려아연
    MBK파트너스·㈜영풍과 경영권 분쟁을 벌이고 있는 최윤범 고려아연 회장의 반격이 시작됐다. 고려아연은 자본시장에서 조단위 자금을 확보하며 자사주 취득 초읽기에 나섰고, 최 회장 측은 사재를 투입해 영풍정밀에 대한 대항공개매수를 본격화했다. 경영권 분쟁의 '제2라운드'가 시작됐다는 평가다.

    서울중앙지법 민사합의50부(수석부장판사 김상훈)는 2일 영풍이 고려아연 최윤범 회장 등을 상대로 제기한 자기주식 취득금지 가처분 신청을 기각했다. 법원의 결정으로 고려아연은 경영권 방어 수단 중 하나인 자사주 매입을 계속해서 추진할 수 있게 됐다.

    자사주는 의결권이 인정되지 않아 상대적으로 기존의 최대 주주의 지배력이 커지는 효과를 낳는다. 자사주를 우호 세력에 매각하거나 맞교환하는 경우 의결권이 되살아나 경영권 방어에 활용할 수 있다.

    앞서 영풍과 MBK파트너스는 고려아연의 경영권 확보를 위해 주식을 공개매수하겠다고 밝히면서 공개매수 기간(9월 13일~10월 4일) 동안 고려아연이 자사주를 취득할 수 없도록 해 달라고 법원에 가처분 신청을 냈다.

    자본시장과 금융투자업에 관한 법률(자본시장법) 제140조에 따르면 공개매수자와 특별관계자 등은 공개매수 공고일로부터 매수기간이 종료하는 날까지 공개매수 이외 방법으로 주식을 취득할 수 없다.

    지난달 27일 진행된 가처분 심문에서 MBK는 고려아연이 영풍의 특별관계자에 해당한다며 최 회장 측이 공개매수 외 방법으로 자사주를 취득하는 것은 위법하다고 주장한 것으로 알려졌다. 반면 최 회장 측은 영풍 측의 약탈적 의도를 주장하며 자사주 취득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유일한 수단이라며 반박한 것으로 전해졌다.

    법원이 가처분 신청을 받아들이지 않으면서 최 회장 측은 경영권 방어를 위한 강력한 수단을 활용할 수 있게 됐다. 고려아연은 이날 오전 이사회를 열고 공개매수를 통해 자사주를 매수하는 계획을 의결할 방침이다. 공개매수가격은 MBK가 제시한 주당 75만원보다 높은 80만원이 될 가능성이 높게 점쳐진다.

    고려아연의 자사주 공개매수 실탄 확보 작업도 진행 중이다. 고려아연은 이달 중 1조원 규모의 회사채 발행을 위해 최근 한국기업평가와 나이스신용평가 등 두 곳의 신용평사로부터 무보증사채에 대한 신용등급을 AA+로 부여받았다.

    앞서 고려아연은 지난달 총 4000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을 발행하기도 했다. 단기 신용등급 역시 최상위인 A1 수준이다. 회사의 재무안정성과 현금창출력, 사업 지속성 등 각종 지표가 초우량기업에 해당한다는 평가다.

    최 회장 측은 영풍정밀의 경영권 지키기에도 나섰다. 최 회장, 최창규 영풍정밀 회장, 최창영 고려아연 명예회장 3인이 출자해 설립한 특수목적법인(SPC)인 제리코파트너스는 이날부터 21일까지 영풍정밀에 대한 공개매수를 진행한다고 공시했다.

    제리코파트너스는 영풍정밀 발행주식의 25%인 393만7500주를 공개매수하는 데 최대 1181억원을 투입할 예정이다. 투입 자금 중 300억원은 최 회장 등 주주 3인이 사재로 출연하고, 나머지 881억원은 하나증권에서 차입할 계획이다.

    영풍정밀은 고려아연 지분 1.85%를 보유 중으로, 고려아연 경영권 분쟁에서 '캐스팅보트' 역할을 할 핵심 계열사로 지목된다. 최 회장 측의 대항공개매수가 성공하면 우호 지분은 기존 35.31%에서 최대 60.30%로 증가, 영풍정밀의 고려아연에 대한 의결권을 확보할 수 있다는 판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