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기업 빵집 출점제한 조치로 매장수 경쟁 아닌 자존심 싸움으로 진화뚜레쥬르, 신규 BI 선포 후 대대적 매장 리뉴얼 진행파리바게뜨 "빵 맛과 품질이 경쟁력, 큰 영향 없어"뚜레쥬르 "매장 늘리기보다 효율화, 차별화로 경쟁할 것"
  • ▲ ⓒSPC. CJ푸드빌
    ▲ ⓒSPC. CJ푸드빌

    국내 최대 베이커리 전문점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미묘한 신경전이 다시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지난 2013년 제과점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된 이후 출점 제한 등의 영향으로 과열된 경쟁 양상은 사그라들었지만 이제는 표면적인 매장 수 경쟁이 아닌 자존심 싸움으로 변모하고 있다.

    3일 업계에 따르면 CJ푸드빌이 운영하는 뚜레쥬르는 지난해 4월, 6년 만에 신규 BI(Brand Identity)를 선포하고 매장 콘셉트를 대대적으로 리뉴얼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지난해 잠실점을 시작으로 대학로점, 일산장항점, 송도그린워크점 등 60여개 점포를 리뉴얼했다. 그 결과 기존 매장 대비 고객이 2배 가까이 늘고 매출도 50% 이상 증가하는 등의 성과를 거뒀다. 향후 전국 매장을 대상으로 리뉴얼을 진행한다는 계획이다.

    지난해 말 기준 뚜레쥬르 매장은 전국 1310여개로 1년 전과 대동소이한 수준이다. 동반성장위원회가 대형 프랜차이즈 신설 점포수를 매년 직전 해 말 점포수의 2% 이내로 한정하고 동네빵집으로부터 도보 500m 이내에는 매장을 열 수 없도록 제한하면서 뚜레쥬르가 올해 신규로 열 수 있는 매장은 20여개 내외다. 이에 뚜레쥬르는 매장 수를 늘리는 대신 효율화와 차별화로 고객을 끌어모으는 전략을 내세운 것.

    파리바게뜨는 현재 국내 매장수 3400여개로 뚜레쥬르와의 격차가 3배 가까이 난다. 그러나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매장이 마주보고 있는 경우가 많아 뚜레쥬르의 변화에 내심 속을 태우고 있다.

    최근 대대적으로 리뉴얼을 마친 뚜레쥬르 대학로점의 경우, 바로 인근에 파리바게뜨가 자리잡고 있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상권이 겹칠 수 밖에 없어 이처럼 양사 매장이 마주하고 있는 경우가 대부분이다.

    파리바게뜨는 매출이나 고객 수 변화 등 실질적인 타격은 물론, 고객에게 보여지는 브랜드 이미지 싸움에서 뚜레쥬르에 밀리지 않을지 고심하고 있다. 고객 입장에서는 전국 매장 수나 총 매출이 높은 브랜드가 무엇인가 보다, 본인이 실제 이용하는 빵집 매장의 이미지가 더 중요하기 때문이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어차피 뚜레쥬르가 매장 수로 이기는 것은 불가능해졌기 때문에 이제는 질적 경쟁으로 파리바게뜨에 맞서려는 것 같다"며 "서로 신경 안쓰는 것처럼 보이지만 양사의 치열한 자존심 싸움은 예전부터 유명했다"고 전했다.


  • ▲ 파리바게뜨 매장 전경. ⓒSPC
    ▲ 파리바게뜨 매장 전경. ⓒSPC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2000년대부터 프랜차이즈 제빵 시장에서 치열한 경쟁을 벌여왔다. 1990년대 제빵 시장을 선점했던 크라운베이커리를 밀어내고 2000년대 중반부터는 SPC와 CJ 그룹 간 자존심을 건 빵집 전쟁을 시작했다.

    가장 대표적인 사례가 파리바게뜨의 '트라이앵글 상권 전략'이다.

    타 제과업체를 사이에 두고 파리바게뜨 매장을 2개 이상 임점시켜 둘러싸는 형태로, 경쟁점이 얼마 버티지 못하고 스스로 나가떨어지게 하는 방식이다. 사실상 업계에서는 당시 최대 경쟁업체였던 '뚜레쥬르' 죽이기 전략으로 통한다.

    익명의 업계 관계자는 "파리바게뜨는 뚜레쥬르가 신규 매장을 내면 그 근처에 매장 2개를 더 내서 뚜레쥬르가 못 버티고 문을 닫게 하는 전략을 썼다"며 "그때는 제과점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기 전이라 출점 제한이 없었기 때문에 파리바게뜨는 이 전략으로 큰 폭의 성장을 일궜다"고 설명했다.

    파리바게뜨는 영업직원들이 직접 뚜레쥬르 매장 점주를 찾아가 파리바게뜨로 매장을 바꿀 것을 권유하고 경쟁 빵집이 들어선 건물 주인에게 보증금과 월세 등을 올리는 조건으로 파리바게뜨를 입점시키는 등 매장 늘리기 경쟁에 사활을 걸었다. 그 결과 현재 3000개가 넘는 국내 최대 매장을 운영하게 된 것.

    지난 2010년 12월 벌어진 파리바게뜨 '쥐식빵' 조작 사건은 빵집 전쟁에서 비롯된 가장 극단적인 사례로 꼽힌다. 당시 '쥐식빵' 자작극을 벌이고 신고한 사람이 뚜레쥬르 가맹점주 김 모씨인 것으로 드러났기 때문. 경찰조사에서 김 씨는 뚜레쥬르를 운영하면서 반경 500m 안에 있는 파리바게뜨 매장 2곳과 경쟁을 벌이며 극심한 경제적 어려움을 겪었다고 토로했다.

    이후 파리바게뜨 '트라이앵글 상권 전략'은 뚜레쥬르뿐만 아니라 동네빵집까지 다 죽인다는 비판을 받고, 2013년 제과점업이 중소기업 적합업종으로 지정되면서 현재는 자취를 감췄다. 

    이후 잠잠했던 양사의 신경전은 2014년 프랜차이즈 제빵사의 이동통신사 제휴할인율 담합사건으로 다시 한 번 불거졌다.

    2000년대 초반부터 파리바게뜨는 SK텔레콤, 뚜레쥬르는 KT 등과 제휴를 맺어 이동통신사 고객을 대상으로 20~40%씩 빵값을 할인해줬는데 동네빵집들이 '골목상권 죽이기'라며 반발하고 나섰다. 이에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크라운베이커리는 동네빵집과의 상생 차원에서 향후 제휴 할인율을 최대 10%로 제한하기로 합의했다.

    공정거래위원회 카르텔조사국은 이들 업체가 할인율을 낮추기로 담합한 것은 사실상 가격 인상 행위로 소비자들에게 피해를 입혔다고 보고 조사에 착수했다. 

    SPC는 이를 감지한 뒤 재빠르게 리니언시(자진 신고자 감면제)를 해 과징금이 100% 면제되는 1순위 자격을 획득했다. 뒤따라 CJ푸드빌도 과징금 50%를 면제받는 리니언시 2순위 자격을 얻었다.

    당시 공정위 측은 이 사건에 대해 무혐의 결정을 내리면서 일단락됐지만 동종업계의 신의를 져버렸다는 눈총을 받으며 SPC와 CJ푸드빌의 감정은 상할대로 상한 뒤였다.

    약 20m 남짓한 골목을 사이에 두고 5년간 벌여왔던 '강남역 빵집 전쟁'도 양사의 자존심 경쟁을 보여준 유명한 사례다. 현재는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 모두 해당 매장에서 철수했지만 당지에는 불꽃 튀는 신경전을 벌였다.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는 지난 2011년 5월, 강남역 7번 출구 인근 중심상권에 이틀 간격으로 대형 매장을 열었다. 이 지역은 하루 유동인구 20만명 이상이 몰리는 지역으로 브랜드 노출 효과가 크기 때문에 양사는 사활을 걸고 경쟁에 임했다.

    업계 관계자는 "하루 고객수가 얼마나 되는지 양사가 서로 매일 체크했다는 이야기가 돌 정도로 경쟁이 극심했다"며 "두 매장 모두 월 임대료만 1억원이 넘는 등 부담이 컸지만 브랜드를 대표하는 플래그십 스토어이다 보니 이미지 싸움에서 밀리지 않기 위해 누가 더 오래 버티는지 이를 악물었던 것 같다"고 전했다.

    양사의 제 살 깎아먹기식 자존심 싸움은 지난해 초 파리바게뜨가 1억4000만원으로 껑충 뛴 월 임대료를 감당하지 못하면서 끝이났다. 파리바게뜨가 강남 매장을 철수한 뒤 뚜레쥬르도 지난해 4월 해당 매장의 영업을 종료했다. 

  • ▲ 뚜레쥬르 신규 BI를 적용한 잠실점 외관.ⓒCJ푸드빌
    ▲ 뚜레쥬르 신규 BI를 적용한 잠실점 외관.ⓒCJ푸드빌



    제과점 업계 관계자는 "경쟁 과열로 빵집 프랜차이즈가 포화 상태에 이르고 성장세도 주춤해지면서 한동안 파리바게뜨와 뚜레쥬르의 경쟁도 조용해졌다"며 "최근 뚜레쥬르가 대대적인 매장 리뉴얼에 나서면서 2009년 발표한 BI를 계속 사용하고 있는 파리바게뜨로서는 이를 의식할 수 밖에 없을 것"이라고 전했다.

    이에 대해 파리바게뜨 측은 "뚜레쥬르가 매장 리뉴얼을 진행하고 있는 것은 알지만 리뉴얼 된 매장으로 인해 파리바게뜨 매장 매출이나 고객수가 영향을 받은 사례는 없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일시적인 영향이 있을수도 있지만 결국 빵 맛이나 품질이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고 밝혔다.

    뚜레쥬르 관계자는 "국내에서는 매장 수를 늘리기 보다 매장 효율화와 차별화를 통해 고객을 만족시키는 것에 중점을 두고 있다"며 "그동안 지속 쌓아온 건강한 재료로 차별화한 장점은 고수하면서 신선함을 강조한 프리미엄 제품을 적극 출시해 뚜레쥬르 브랜드를 알려나갈 것"이라고 말했다. 

    한편 동반위의 대기업의 제과점업 출점 제한 조치를 오는 2019년 2월까지 연장하기로 했다. 신규 출점 시 500m 거리제한과 전년도 말 점포수의 2% 내에서만 가맹점을 신설할 수 있는 규제를 적용 받는다.

    다만 신도시와 신상권 등에 진출하는 대형 프랜차이즈 점포의 경우 500m 거리제한에 예외를 두기로 했다. 유통산업발전법 등을 준수해 개점한 백화점, 대형마트, 기업형슈퍼마켓(SSM)과 호텔 내에 들어선 빵집의 경우에도 거리제한 없이 대기업 출점이 가능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