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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이 앞세운 미국 우선주의를 바탕으로 한 글로벌 환율전쟁이 임박했다. 한국은 미국발 환율전쟁에 주목하면서 '환율조작국' 지정 가능성에 촉각을 곤두세우고 있다.
12일 외신 등 업계에 따르면 트럼프 대통령은 당선 전부터 중국은 물론 일본, 독일을 상대로도 통화 가치를 인위적으로 낮춰 부당한 이득을 보고 있다며 비난함에 따라 세계 각국은 이에 반발하며 갈등의 골이 깊어지는 형국이다.
지난달 31일에는 트럼프 대통령이 "중국과 일본이 수년간 무슨 짓을 해왔는지 보라"며 "이들은 시장을 조작했고 우리는 얼간이처럼 이를 지켜봤다"고 말했다. 국가 이름까지 직접 거론하며 사실상 선전포고를 한 것이다.
일본과 독일은 물론 프랑스, 유럽중앙은행(ECB)의 총재까지 나서 트럼프 행정부의 주장을 비판하면서, 미국과 여타 국가간 신경전이 고조되고 있다. 지난 2010년 선진국과 신흥국 사이에 벌어진 환율전쟁 이후 다시 전쟁이 시작될 조짐을 보이고 있다.
올해 소비와 내수가 부진해도 수출에 의존해 회복 기조를 이어갈 것이라 예상됐던 한국 경제는 더욱 암울할 수 밖에 없다. 트럼프 행정부로부터 촉발된 글로벌 환율전쟁에 세계 각국이 자국 산업보호와 수출 증진을 위해 통화가치를 떨어뜨릴 수 있기 때문이다. 글로벌 환율전쟁에 한국이 적잖은 피해를 볼 것이란 우려가 커지는 대목이다.
한국은 환율 널뛰기가 심해져도 조작국 지정 우려로 속수무책이다. 중국이나 일본, 독일 등 조작국 지정 가능성이 있는 다른 국가들이 경제·외교전을 펼치며 자국 이익 보호에 주력하고 있는 것과 비교된다.
대통령 탄핵 국면 등 정치 불안으로 대미 통상외교가 실종됐고, 원/달러 환율이 급등락해도 환율조작국 지정 우려 때문에 외환 당국이 쏠림을 막는 '미세조정(스무딩 오퍼레이션)'이 어려운 상황이라는 분석이다.
그럼에도 우리나라가 미국에 의해 환율조작국으로 지정될 가능성은 그리 크지 않다는 게 다수 전문가들의 의견이다.
트럼프 행정부에서 아직 한국의 환율 정책에 대한 직접적인 불만을 쏟아내지 않고 있다. 또 현행 미국 법률을 따져봐도 우리나라가 환율조작국 요건에 해당한다고 보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국 재무부는 지난해 4월과 10월 보고서에서 한국을 '관찰대상국'으로만 분류한 바 있다.
환율조작국 지정 조건은 연간 200억 달러 이상의 대미 무역흑자, 국내총생산(GDP) 대비 3%를 초과한 경상수지 흑자, GDP 대비 2% 초과의 달러 매수 개입 등 3가지다. 우리나라는 대미 무역흑자나 GDP 대비 경상수지 흑자 규모 등 2가지 조건에 해당된다.
미국 재무부는 오는 4월 환율보고서를 통해 '환율조작국'을 다시 지정할 예정인데, 우리나라는 올해도 조작국으로 지정되지 않도록 각별한 유의가 필요한 상황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