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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딸기 찹살떡의 눈물’의 진짜 피해자이자 기술자인 안홍성 씨가 그동안의 역경을 딛고 팬케이크 디저트를 들고 나왔다. 그냥 팬케이크이 아니라 ‘샤르르 팬케이크’이다. 명명(命名)답게 입안으로 들어오는 순간 ‘샤르르’ 녹는 신기함을 지녔다.
조류 독감(AI)으로 계란 값이 폭등하는 가운데에서도 고객과의 으리으리한 ‘의리’를 위해 팬케이크 가격을 인상하지 않았다. 계란을 적게 쓰는 래시피로 변화를 줄 수 있음에도 머랭 방식(계란 노른자를 빼고 흰자로 빠르게 저어 거품을 내는 방식)을 고집하는 모습은 여전히 프로답다.
요식업계에서 안 씨만큼이나 롤러코스터 사연을 가진 사람은 드물다. 그래서 그 동안의 소식을 듣기 위해 2번째 ‘나는 성공인이다’의 주인공으로 안 씨를 선정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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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 사건 이후 다시는 창업을 하지 않겠다고 다짐했어요.”
안 씨가 말한 ‘그 사건’은 지난 2013년7월28일 방송된 MBC ‘시사매거진 2580’의 ‘딸기 찹쌀떡의 눈물’ 오보 사건이다. 잠시 설명하면 MBC는 안 씨가 동업을 하던 김 모 씨의 딸기 찹쌀떡 기술을 빼앗은 것처럼 보도했다.
나중에 검찰 조사에서 피해자와 가해자 바뀐 것으로 밝혀졌지만 마녀사냥이 끝난 후였다. 안 씨와 안 씨의 가족은 치유할 수 없는 큰 상처를 입었다.
“가족과 거래처분들이 정말 많은 응원을 해줬습니다. ‘재능 버리지 말고, 한 번 더 해 보라’는 격려가 다시 한 번 창업에 도전 할 수 있는 도움을 주었습니다.”
고난은 선물이었을까. 안 씨는 과거보다 더 단단해져 있었다. 그 사건의 본거지였던 명동에 본란 듯이 점포를 개업했다. 아이템도 그 당시와 똑같은 ‘디저트’다. 이 정도면 자신과의 정면승부였다.
‘왜 항상 명동, 디저트, 일본 견학을 고집하는냐’는 질문에 그는 이렇게 답했다.
“국가대표 디저트를 만들고 싶어요. 제가 생각하는 국가대표 디저트는 한국을 찾은 외국인들한테도 사랑받고 남녀노소 누구나 편안하게 먹을 수 있는 디저트예요. 일본에 가면 그 지역을 대표하는 명물 디저트가 꼭 있어요. ‘왜, 우리한텐 없는 걸까?’라는 고민을 계속했죠. 외국에 나가면 그 나라에 기념품을 사는 것처럼 꼭 맛봐야 할 맛있는 디저트를 만드는 것이 제 꿈이죠. 명동은 세계의 관광객들과 한국의 일반 대중들이 모두 모이는 곳으로 이런 디저트를 알리는 데에 적합한 곳이죠. 또 한국에서 장사를 해야 하는 만큼 한국인의 입맛도 존중해야 하는데 가까운 일본의 디저트는 배울 점이 많았어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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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 씨가 점포의 이름을 ‘홍만당’으로 지었다. 붉은 ‘홍’에 만 ‘만’자, 집 ‘당’자다. 붉은 ‘홍’에는 번창의 의미가 담여 있다. ‘홍만당’은 한국, 일본, 중국인들이 모두 쉽게 알 수 있는 글자다. 발음도 역시 한중일 모두 똑같다. 그래서 한국인, 외국인 모두 쉽게 기억할 수 있다.
홍만당의 주력 메뉴는 ‘샤르르 팬케이크’이다. 물론 그 유명한 ‘과일 찹쌀떡’도 간판 메뉴다. 팬케이크를 주력 메뉴로 선정한 이유에 대해 ‘대중화가 필요한 메뉴’라는 소신을 밝혔다.
“디저트카페에서 판매하는 팬케이크는 솔직히 너무 비쌉니다. 팬케이크, 생크림, 시럽 등 3가지를 갖추고 1만8,000원~2만 원에 팔아요. 팬케이크는 원가가 비싼 음식이 아니예요. 누구나 쉽게 먹을 수 있도록 가격이 더 떨어져야 해요. 홍만당은 ‘머랭 기법’을 기반으로 주문 후 조리에 들어가요. 과일도 얹어 줘요. 양도 더 많아요. 조리 과정에서 손도 많이 가고, 머랭 방식이어서 계란도 더 많이 들어가는데 가격은 5,800원으로 4배 가량 저렴해요.”
실제로 취재 과정에서 머랭 기법으로 갓 나온 팬케이크를 먹은 결과 기존에 알고 있던 팬케이크의 맛과 전혀 달랐다. 입안에서 ‘샤르르’ 녹을 정도로 부드러웠다.
안 씨는 아주 특이하고 재미난 쥬스도 선보였다. 이름이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 ‘세일러문’, ‘공주쥬스’, ‘짱구가이상해’, ‘줄리엣’ 등이다.
“무겁게 마시는 음료보다 어떻게 하면 더 재밌고, 더 가볍고, 더 건강하게 마실 건가를 고민했어요. 그래서 그날 컨디션에 따라 마실 수 있는 과일·야채 쥬스를 개발하게 됐어요.”
‘이상한 나라의 앨리스’는 생리할 때, ‘세일러문’은 빈혈 예방, ‘줄리엣’은 장 다이어트용, ‘짱구가 이상해’는 설사할 때 마시면 좋은 음료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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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AI로 계란 값이 폭등하면서 일부 빵가게들이 가격을 일제히 인상해 논란을 빚었다. 하지만 안 씨는 지금도, 앞으로도 일시적인 원가 인상 요인으로 인한 가격 인상은 없을 것이라고 약속했다.
“사실 계란 가격이 너무 올랐습니다. 우리 점포에서 개발한 팬케이크는 머랭 방식이어서 흰자만 사용해 계란이 더 많이 들어가요. 이론적으로는 가격을 인상하는 게 맞아요. 하지만 일시적인 현상 때문에 가격을 인상하는 것은 고객과의 신뢰를 끊고, 돈을 쫓아가겠다는 의미여서 지금 이 수준에서 계속 제공 할 계획이예요.”
안 씨는 창업 선배로서 예비 창업자들에게 ‘돈’만 쫓는 창업자가 되지 않기를 바란다고 전했다.
“본인이 만들고 싶은 ‘음식’, 재밌게 만들 수 있는 ‘음식’을 찾는 게 우선입니다. 또, ‘음식’은 사람을 쉽게 속일 수 있는 아이템이기 때문에 진실하게 만들려는 마음을 항상 붙잡고 있어야 해요. 돈의 유혹과 거짓 음식을 바꾸지 않겠다는 신념을 갖고 있으면 분명 ‘돈’은 따라 올 것입니다.”
정규호 기자 jkh@meconomynews.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