졸업식보다 '취업 준비'…고용 한파에 대학 문화 시들
  • ▲ 2017학년도 새 학기를 앞두고 대학별로 학위수여식을 진행 중인 가운데 졸업식 행사장이 취업난으로 졸업생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 2017학년도 새 학기를 앞두고 대학별로 학위수여식을 진행 중인 가운데 졸업식 행사장이 취업난으로 졸업생의 관심을 받지 못하고 있다. ⓒ뉴데일리경제

    사회 진출을 알리는 대학 졸업식이 우울한 잔치로 전락하고 있다. 경제난으로 취업 시장이 얼어붙으면서, 학위를 받아도 취업 자체가 어려워 축하받을 졸업식 행사장을 선뜻 찾지 못하는 이들이 적지 않다.

    대학 졸업식은 초·중·고교와 달리 본인 의사에 따라 참여 여부를 결정한다. 대학 생활을 마무리하는
    졸업이지만, 오히려 취업난으로 쓸쓸함을 가중시키고 있다.

    아예 졸업 앨범을 촬영하지 않거나 홀로 학위증만 따로 챙겨가는 '셀프 졸업'으로, 취업준비생들은 학사모도 던지지 못한 채 대학
    을 떠날 정도다.

    23일 서울의 한 4년제 대학에서 열린 '2016학년도 전기 학위수여식'을 찾아보니 졸업생들은 
    친구과 함께학사모를 던지며 기념사진을 찍거나, 가족들에게 자신의 졸업 가운을 입혀주며 감사함을 전하는 등 졸업식을 즐기는 분위기였다.

    반면 몇몇 졸업생은 대학을 떠나는 게 썩 내키지 않은지 조용히 구석에 앉아 자신의 휴대전화를 바라보거나 다른 이들을 표정 없이 쳐다
    봤다.

    졸업식 행사장 내부에는 가족들과 함께 졸업생들이 참석했지만 빈 좌석이 보이는 등 모두 들어차지는 않았다.

    올해 약 2천명의 졸업생을 배출한 서울 A대학은 최근 진행된 학위수여식에서 졸업가운 800여벌을 대여했다. 학위를 받을 졸
    업생 절반 이상이 졸업식을 찾지 않은 것이다.

    B대학의 경우 취업률 100%에 육박하는 의대·간호대·약대 등은 졸업생 대부분이 졸업식 행사에 참석했다. 반면 취업률이 낮은 인문·사회 계열은 30%
    가량이 찾지 않았다.

C대학에서는 졸업앨범을 신청한 졸업생이 전체 인원의 20%에 불과했고, 서울의 한 여대에서는 학위 수여가 결정된 1천여명 중 3분의 1정도 앨범을 신청한 것으로 나타났다.

D대학 관계자는 "취업을 못 한 졸업생은 학위수여식 참석 자체를 꺼리는 분위기다.
참여 규모가 감소하는 추세다. 졸업앨범은 신청은 자율적이지만 아예 사진도 찍지 않고, 구매하지 않는 경우가 상당하다. 아예 학위증만 따로 찾아가기도 한다"고 말했다.

E대학 측은 "졸업 전 취업에 성공한 이들은 편안하게 졸업식에 참석한다. 반면 취업하지 못한 이들에게 졸업식은 거부감이 있을 것"이라고 전했다.

24일 통계청 '종사자 규모별 취업자' 자료에 따르면 올해 1월 기준 300인 이상 대기업 취업자수는 241만6천
명으로 전년 동기보다 4만6천명 감소, 5~299인 기업의 경우 16만7천명 늘었지만 2013년 3월(15만5천명) 이후 증가폭이 가장 작았다.

최근 발표된 올해 1월 '고용동향'을 살펴보면 경제활동참가율은 전체 연령대에서 20~29세의 경우 62.2%로 1년 전보다 1.3%포인트 하락했고, 고용률은 20대가 56.9%로 전체 연령대 중 유일하게 감소했다.

대졸 이상 실업자는 지난해 1월보다 4만2천명 증가, 실업률은 3.6%를 기록했다.

  • ▲ 23일 '2016학년도 학위수여식'을 진행한 서울의 한 대학 앞에서 행사 시작 뒤에도 팔리지 않은 꽃다발이 진열대에 남겨져 있다. ⓒ뉴데일리경제
    ▲ 23일 '2016학년도 학위수여식'을 진행한 서울의 한 대학 앞에서 행사 시작 뒤에도 팔리지 않은 꽃다발이 진열대에 남겨져 있다. ⓒ뉴데일리경제

    올해 졸업한 G모씨(29)는 "취업 걱정에 졸업이 달갑지 않아 졸업식에 참석하지 않았다. 취업 준비 등으로 졸업식에 대한 중요성도 많이 떨어진 분위기다"고 말했다.

    김모씨(25·여)는 "올해 후기 학위수여식에서 졸업장을 받는다. 선배들 이야기를 들어보니 졸업식 분위기가 휑하다는, 아무
    래도 졸업식에 간다면 민망할 거 같다"며 졸업식 참석을 고민하기도 했다. 

    지난해 12월 교육부가 발표한 '2015 고등교육기관 졸업자 취업통계'에서 4년제 대학, 전문대 등을 졸업한 57만6천여명 중 
    67.5%가 취업한 것으로 나타났다.

    수치상으로 10명 중 6~7명은 취업에 성공했지만, 계열별 취업률을 살펴보면 격차가 존재했다.

    의료·의약 등 의약계열은 82.2%, 공학계열은 72.8%로 평균치 이상 취업률을 기록한 반면 인문(57.6%), 예체능(61.9%), 사회
    (64.3%) 등은 낮은 수준이었다.

  • 취업 전선에서 어려움이 계열에 따라 가중되면서 공무원시험으로 고개를 돌리는 이들도 적지 않다. 지난해 4월 치러진 국가직 9급 공무원 공채시험에 16만3791명이 응시, 2011년 10만5114명에서 60%가량 증가한 것으로 역대 최대 규모를 기록했다.

    경제협력개발기구(OECD)가 지난해 11월 발행한 '교육정책개관' 한국보고서에서는 '한국 고등교육 이수자의 취업률은 OECD 평균보다 낮다'고 지적했다.

    작년 기준 한국의 대학 진학률은 69.8%, 전체 고등교육기관의 신입생 충원율은 89.9%를 기록했다.

    대학 진학에 큰 어려움이 없는 반면 기업이 취업 문턱을 높이면서 졸업식 빈자리를 늘렸다는 지적이다.

    송동섭 단국대 국제대학장·경영대학원장은 "취업을 못 하니깐 졸업에 대한 즐거움보다, '취업 수험생'으로 긴장감이 높아졌다. 이에 졸업식에 대한 비중을 많이 두지 않고 있다. 한국 경제가 어려움에 부닥쳐 있는 상황에서, 지금대로라면 2~3년 동안은 어려움에 처할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취업난이 대학 문화를 바꿀 정도로 황폐해졌다. 마음이 편안해야 졸업식을 즐길 수 있는데 미래가 불확실하니깐 기쁘게 생각하지 않는 거 같다. 정책적으로 경제 활성화를 위한 극약 처방이 필요하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