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주부 김모(60)씨는 창고형 할인마트 '충성 고객' 중 하나다.
신선 식품은 아파트 단지 안 슈퍼에서 사지만 생필품은 직접 창고형 할인마트에 차를 몰고 가 따로 장을 본다.
김씨는 "창고형 할인마트는 모든 제품을 두 개 이상 묶어 팔고 상품 용량이 큰 게 사실"이라며 "갈 때마다 용량 대비 가격이 얼마인지 꼼꼼히 비교하는데 확실히 일반 마트보다 싸서 아예 주변 친척, 이웃과 나눠 쓸 심산으로 구매한다"고 밝혔다.
불황이 깊어지면서 가용비(가격대비 용량이 크다는 뜻)를 쫓는 소비 트렌드가 뚜렷해지고 있다.
27일 빅데이터 분석업체 다음소프트가 2015년 1월부터 올해 1월까지 블로그와 트위터에서 가용비와 관련한 단어들의 언급량을 분석한 결과 '대용량' 언급량은 증가 추세다.
가용비를 뜻하는 또 다른 신조어인 '인간 사료'에 대한 언급량은 평균 250건 정도로 많지 않지만, 꾸준한 편이다.
다음소프트는 "음식군에서 대용량 제품을 인간 사료라고 부른다"며 "최근에는 경제적 여유가 부족한 취업준비생 등에게서 불황 속 대용량 제품 인기를 쉽게 찾아볼 수 있다"고 설명했다.
'대용량' 이슈로 주목받는 장소로 '창고형 할인마트'를 빼놓을 수 없다.
2015년 기준 창고형 할인마트의 매출 규모는 4조 4천630억원으로 2012년에 비해 53%나 증가했다.
SNS상에서 창고형 할인마트에 대한 감성어를 분석한 결과를 보면 긍정어가 63%로 부정어(7%)보다 많아 소비자들의 호감을 살펴볼 수 있다.
한때 폭발적 인기를 끌었다가 자취를 감췄던 '무한리필'에 대한 SNS상 언급량도 월평균 1만5천건에 이른다.
다음소프트는 "무한리필은 가격대비 음식 맛이 떨어진다는 부정적인 선입견이 강하지만 SNS상에서는 '양 대비 착한 가격' 등 긍정적인 감성어가 72%로 부정적인 감성어(3%) 보다 훨씬 많다"고 분석했다.
건국대학교 소비자정보학과 이승신 교수는 "업체들의 경쟁으로 품질이 균일화되니 성능, 품질, 만족도는 큰 차이가 없어진다"며 "가성비가 인기를 끈 것처럼 인간 사료, 대용량에 대한 관심 증가도 품질 균일화가 큰 영향을 끼쳤다"고 설명했다.
이 교수는 "불황이 뚜렷한 상황에서 실속을 따지는 것은 가장 대표적인 소비 트렌드"라며 "앞으로도 브랜드, 명품 소비는 주춤하고 가격대비 기능, 용량을 중요시하는 소비 패턴이 이어질 것"이라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