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의 氣를 살리자!] 규제보다 '자율'에 맡겨야상법 개정안·법인세 인상 등 기업규제 수두룩
  • ▲ 자료 사진.ⓒ뉴데일리
    ▲ 자료 사진.ⓒ뉴데일리

     

    우리는 대한민국 역사상 가장 혼란스러운 시기를 보내고 있다. 미국의 트럼프 대통령으로부터 본격화되고 있는 글로벌 보호무역주의와 금리인상으로 촉발될 금융시장 동요, 여기에 중국의 사드보복 등 대외적 리스크는 커져가고 있다. 국내 사정은 더욱 긴박하다.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이어 구속영장 청구, 이로 인한 조기 대선에 따른 혼란한 정국은 말할 것도 없다. 세월호 인양에 따른 진상 조사 등도 국민의 이목을 끌고 있다. 무엇보다 최순실 게이트 여파로 대기업 뇌물죄 수사 및 반기업 정서 확산이 경제계를 더 우울하게 하고 있다. 재벌 개혁을 비롯한 각종 규제 공약들이 봇물처럼 쏟아지면서 경제살리기는 공허한 메아리에 그칠 가능성이 커졌다. 침체된 경제를 살리고 기업들이 힘을 내서 일할 수 있는 경영환경을 만들어주는 것이 경제살리기의 시작이 될 것이다. 이에 뉴데일리경제는 창간기획으로 [기업의 氣를 살리자!] 시리즈를 진행하고자 한다.<편집자주>  

     

    요동치는 정국에 경제계의 불안감이 심화하고 있다. 정치적 리스크를 조속히 마무리하고 경제살리기와 민생안정에 역량을 집중해야 할 때에 반기업 정서에 편승한 기업 옥죄기 공약이 쏟아지고 있어서다.


    28일 재계에 따르면 19대 대통령 선거가 오는 5월 9일로 확정되면서 후보자들이 충분한 검증이 이뤄지지 않은 경제 공약을 내걸 가능성이 커지면서 우려의 목소리가 높다. 

     

    대기업들에 대한 무분별한 편견과 선입견이 한국경제의 발목을 스스로 옭아매지 않을까 걱정스러운 분위기다. 이에 경제계에서는 이같은 우려를 대선 후보들에 전달하면서 한국경제를 제대로 바라볼 수 있는 조언을 아끼지 않고 있다.


    박용만 대한상공회의소 회장은 지난 23일 제19대 대선 후보들에게 '경제계 제언'을 전달하면서 "대선 기간이 짧아 후보들이 공약을 준비하는데 어려움이 예상된다"며 "경제계가 먼저 나서야 할 때라고 판단해 제언에 경제계의 희망을 담았다"고 전했다.


    박 회장은 경제계를 대표해 3대 틀, 9개 과제로 이뤄진 경제계 제언을 대선 후보들에게 전달했다


    제언문에는 "과거 성장공식인 '대한민국 주식회사'를 포기해야 한다"고 담겨있다. 정부가 어떤 산업을 키울지 정하고 규제와 지원을 통해 자원을 배분하는 과거의 방식에서 벗어나야 한다는 의미다.


    또 규제의 틀을 정해진 것만 할 수 있는 '포지티브 규제'에서 정해진 것 빼고 다 할 수 있는 '네거티브 규제'로 바꿔줄 것을 요구했다. 치열한 글로벌 경영환경 속에서 우리 기업은 너무 많은 규제 속에 갇혀 있다는 주장이다.


    실제로 OECD가 측정한 국가별 규제수준(2013년도 기준)을 보면 우리나라는 네 번째로 규제가 많은 국가다. 이웃 나라인 일본은 18위다. 유럽의 경우 독일 23위, 이탈리아 28위, 덴마크 30위, 영국 32위 등으로 하위권에 집중적으로 포진해 있다. 1위는 터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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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상공회의소


    이처럼 경제계가 과도한 규제를 걱정하고 있지만, 여야 대선 후보들은 기업을 옥죄는 포퓰리즘적 공약을 내놓고 있다.


    대표적으로 징벌적 손해배상제 도입, 공정거래위원회의 전속고발권 폐지, 법인세 인상, 상법개정안 등이 있다.


    징벌적 손해배상제도는 기업이 불법행위를 통해 이익을 얻을 경우 이보다 더 큰 금액의 손해배상이나 과징금을 부과하는 제도다.


    기업들은 이 제도가 시행될 경우 악용될 여지가 크다고 보고 있다. 이는 이미 '블랙 컨슈머'를 통해 증명된 사안이다. 이들은 블로그, SNS 등을 통해 영향력을 발휘하며 기업들에 과도한 보상금을 요구하고 있어 최근 사회적 문제가 되고 있다.


    공정위의 전속고발권 폐지 역시 소송 남발 우려가 있다. 시민단체, 소액주주들도 고발권을 행사할 수 있어 기업활동 위축, 중복수사 등이 이어질 수 있다.


    중기 적합업종 지정 법제화도 통상마찰을 일으킬 소지가 크다는 지적이다.


    단골 메뉴인 법인세 인상 역시 거론되고 있다. 최근 문재인 전 더불어민주당 대표와 이재명 성남시장은 이를 두고 정면충돌하기도 했다. 이재명 시장은 8%포인트 인상안을 주장한 데 반해 문재인 전 대표는 반대 입장을 내비쳤다. 다른 대선 후보들도 법인세를 높여 복지정책을 실현하겠다는 공약을 남발하고 있다.


    경제계는 이미 세계 최고 수준인 법인세율을 더 높이는 것은 경제상황을 고려할 때 옳지 않다는 입장이다. 법인세 인상은 기업의 부담으로 돌아와 결국 경제성장에 부정적 효과가 생길 것이라고 호소하고 있다.


    대주주의 권리를 제한하는 상법 개정안도 경제계의 우려를 사고 있다. 이 개정안은 감사위원 분리선임과 대주주 의결권 3% 제한, 집중투표제 의무화, 다중대표소송제 도입, 우리사주조합의 사외이사 후보추천권 부여, 전자투표제 의무화 등을 담고 있다.


    한국경제연구원은 이 같은 내용의 상법 개정안이 통과되면 외국계 투기자본에 악용될 소지가 크다고 분석하고 있다.


    감사위원 분리선출제는 외국계 투기자본이 일종의 '지분 쪼개기'로 3% 제한을 피해 모든 의결권을 행사할 수 있다. 집중투표제 의무화 역시 해외 기업사냥꾼에 의한 적대적 인수합병의 단초가 될 우려가 있다.

     

    또 다중대표소송제는 지주회사 체제에 위협이 되며 우리사주 조합에 사외이사 선임권을 줄 경우 특정 집단에 특혜를 주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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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대한상공회의소


    실제로 대선 후보주자의 공약에는 반기업 정책이 많다. 


    문재인 전 대표는 삼성·현대차·SK·LG 등 4대 재벌개혁에 집중하겠다는 의지를 내비치고 있다. 집중투표제·다중대표소송제·노동자추천이사제 등을 도입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이재명 성남시장은 재벌 초과수익 환수, 법인세 인상, 비과세 혜택 폐지 등을 주장하며 기업을 옥죄야 한다고 말하고 있다.


    안철수 전 국민의당 대표도 재벌 지배구조 통제 강화와 법인세 실효세율 인상 등을 주장하고 있다. 안희정 충남지사는 대기업 순환출자제도 개선, 자사주 의결권 제한 등을 공약으로 추진하고 있다. 유승민 바른정당 의원은 출자총액제한제도 강화, 기업 총수의 사면·복권 금지 등을 내걸며 반기업 정서에 맥을 같이하고 있다.


    한 재계 관계자는 "소액주주들의 의결권을 높이는 상법 개정안이 거론되고 있는데 이는 선진국에서 이미 실패한 모델"이라며 "경제민주화가 기업을 옥죄는 도구가 되는 것은 아닌지 우려된다"고 전했다.


    또 다른 관계자 역시 "최순실 사태로 반기업 정서가 팽배해진 것은 알지만 기업 입장에서 억울한 측면이 많다"며 "사회와 기업이 불신과 불안 대신 윈-윈할 수 있는 해법을 정치권이 만들어주길 바란다"고 말했다.

     

    이어 "세계 최고 수준의 상속세(65% 할증과세), 적대적 M&A 방어장치 도입 불허 등 다른 나라에 비해 불리한 제도적 환경은 계열사간 지분구조를 복잡하게 만든 요인"이라며 "구시대적 관행 단절과 기업의 사회적 책임 이행을 위한 환경을 마련해야 한다"고 지적했다.

     

    전문가들도 선심성 공약에 대해 경계할 것을 당부했다.


    신석훈 한국경제연구원 기업연구실장은 "최순실 사태로 반기업 정서가 퍼져있는 상태에서 조기 대선 국면에 들어서자 표심을 의식한 공약이 나오고 있다"며 "매번 대선 때마다 나오는 공약들이 정말 우리 경제를 위한 것인지 돌아봐야 할 것"이라고 지적했다.


    이어 "국가 경제를 생각한다면 당장 고용과 복지를 늘리기 위해 기업을 옥죄는 방식이 아닌 성장동력을 끌어올릴 방법을 찾아야 한다"고 조언했다.


    이종명 대한상공회의소 경제정책팀장은 "반기업 정서가 높아지고 있는데 정치권이 여기에 휩쓸려가고 있어 걱정된다"며 "시장경제에는 자율이 원칙인데 동시다발적으로 규제가 많이 생긴다면 이를 해치게 될 것"이라고 전했다.

    또 그는 "기업들이 더 좋은 방향으로 경영활동을 펼칠 수 있는 데 규제가 늘어난다면 이런 기회를 놓치게 된다"며 "시장경제의 토대를 단단히 하기 위해 규제를 늘린 것에 대해 신중히 생각해야 할 것이다"라고 우려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