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음달 만기 회사채 국민연금이 43%(1천900억원) 보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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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우조선해양 회사채에 투자한 개인 비중은 30% 수준인 것으로 알려졌으나, 실제 비중은 10% 내외인 것으로 추정됐다.
대우조선으로선 흩어져 있는 개인 투자자들을 일일이 찾아가 손실분담을 요청해야 하는 부담이 줄어든다는 점에서 긍정적이다.
그러나 기관 투자자 비중이 높은 것이 반드시 좋지만은 않다.
대우조선 회사채 30%를 보유한 국민연금이 채무 재조정에 부정적 의견을 내놓을 경우 다른 기관 투자자들도 이를 따를 가능성이 있어서다.
이미 대우조선의 운명을 쥐고 있다는 평가를 받는 국민연금으로 선택의 무게추가 더 기우는 셈이다.
29일 금융당국에 따르면 금융감독원은 지난 23일 대우조선 구조조정 추진 방안 발표 이후 대우조선 회사채 보유자를 확인하는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
회사채는 주식처럼 사고팔 수 있어서 최초 투자자와 최종 보유자가 달라질 수 있다. 채무 재조정을 위해선 투자자를 특정해내는 것이 필요하다.
금감원이 잠정적으로 투자자 비중을 확인해본 결과 대우조선 회사채에 투자한 기관 비중은 80∼90%가량이었고 개인 비중은 10% 내외였다.
금감원 관계자는 "증권사를 통해 보유자를 확인하고 있기 때문에 최종 비율은 달라질 수 있다"고 말했다.
대우조선을 디폴트(채무불이행) 위기로 내몬 다음 달 21일 만기 회사채 4천400억원의 경우 국민연금이 1천900억원(43%)을 보유한 것으로 추정된다.
나머지는 우정사업본부(300억원), 신협(200억원), 교보생명(200억원) 등 기관 투자자가 보유하고 있다. 4월 만기 회사채의 기관 비중은 80% 이하다.
개인 투자자의 참석이 어렵다는 점을 고려하면 사실상 국민연금의 결정에 따라 가결 여부가 결정될 수 있다.
추가 경영정상화 방안에 따라 대우조선은 1조3천500억원 규모의 회사채 50%를 주식으로 전환(출자전환)하고 나머지 50%는 만기를 3년 연장해야 한다. 3%대였던 회사채 연 이자율도 1%대로 깎기로 했다.
이를 위해 다음 달 17∼18일 5차례의 사채권자 집회를 소집했다. 사채권자들이 채무 재조정에 동의해야 시중은행·국책은행의 출자전환과 신규 자금 2조9천억원을 지원받아 회생의 발판을 다질 수 있다.
사채권자 집회 개별 회차마다 참석 채권액 3분의 2 이상, 총 채권액 기준 3분의 1 이상이 찬성해야 채무 재조정 안이 가결된다.
대우조선은 채무 재조정 성공률을 높이기 위해 부장·차장급 간부 200명으로 태스크포스를 구성해 개인 투자자를 일일이 찾아다닌다는 계획을 세우고 있다.
회사채의 경우 '한 곳에서 지급불능이 발생하면 다른 채권자도 일방적으로 지급불능을 선언할 수 있다'는 크로스 디폴트(cross default·연쇄지급불능) 조항이 걸려 있어 사채권자 집회 5회 중 1회만 부결돼도 대우조선은 바로 단기 법정관리의 일종인 P플랜(Pre-Packaged Plan)으로 가야 한다.
내년 4월 2일 만기가 도래하는 2천억원 규모의 기업어음(CP) 상당 부문은 우정사업본부가 들고 있는 것으로 추정된다. CP는 사채권자 집회 소집 대상이 아니므로 일일이 개별 협상을 해야 한다.
국민연금이 짊어져야 하는 '선택의 무게'가 갈수록 무거워지면서 결국 울며 겨자 먹기로 채무 재조정에 합의할 수밖에 없을 것이라는 전망도 늘고 있다.
국민연금이 반대해 대우조선이 P플랜으로 가고, 이후 선박 발주 취소·대규모 선수금 환급 요청(RG콜) 등 후폭풍이 나타나면 비난의 화살이 집중적으로 국민연금을 향할 수 있어서다.
이 과정에서 대우조선 구조조정 책임론에서 자유롭지 못한 정부와 산업은행은 비난의 중심에서 벗어날 가능성이 있다.
대선을 앞둔 상황에서 고용·지역경제 영향이 큰 대우조선이 공중분해 되는 것은 정치권에 여간 부담스러운 일이 아니기 때문에 국민연금은 정치권 부담까지 견뎌내야 한다.
황세운 자본시장연구원 자본시장실장은 "국민연금이 지금까지 대우조선에 들어간 돈을 매몰비용(sunk cost)으로 간주하고, 살리는 게 도움이 되는지 청산이 나은지를 비교하는 작업을 하고 있을 것"이라며 "결국 청산가치보다 지속가치가 크다는 판단을 내려 정부 구조조정안을 받아들일 가능성이 크다고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