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병원 경쟁 포화…지역 병원들은 환자 유출 우려
  • ▲ 부산 기장군 중입자가속기센터 전경 ⓒ원자력의학원
    ▲ 부산 기장군 중입자가속기센터 전경 ⓒ원자력의학원


    국내 최고 대학병원인 서울대병원의 동남권 진출이 가시화되고 있다. 이미 대학병원이 대거 포진해 경쟁이 치열한 해당 지역 의료기관들은 환자 유출에 대한 우려감을 드러내고 있다.


    19일 대학병원계에 따르면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최근 의료용 중입자가속기 구축·중입자치료센터 건립 사업자 공모에 우선협상대상자로 서울대병원을 선정하고, 세부 협약 내용을 조율 중이다.


    앞서 한국원자력의학원은 지난 2010년부터 중입자 가속기에 대해 자체 기술 개발과 치료센터 개원 관련 사업을 추진해왔지만 표류하고 있다.


    총 사업비는 1,950억원. 미래창조과학부, 부산시, 기장군의 분담금 1천억원가량이 투입돼 센터 골격을 갖췄지만 한국원자력의학원이 나머지 분담금 750억원을 확보하지 못했다. 지역 대학병원들에게 컨소시엄 형태로 투자 유치에 나섰지만 지분 문제 등으로 성사되지 않았다.


    서울대병원이 협상자로 나서면서 투자자를 찾지 못했던 꼬인 실타래가 풀리고 있다.


    수백억대 사업비를 투자하는만큼 조건은 파격적이다. 중입자가속기센터 운영권뿐 아니라 동남권원자력의학원의 운영권이 부여된다.


    계약이 성사된다면 서울대병원의 동남권 진출이 가시화되는 셈이다. 중입자가속기가 국내에 첫 도입되는 만큼 그 경쟁력도 더욱 강화된다.


    서울대병원 한 보직자는 "한두푼의 비용이 들어가는 것이 아니기 때문에 재무타당성 등을 검토할 뿐 결정된 바는 없다"면서도 "질 좋은 의료서비스 혜택을 국민들에게 돌아가게 한다는 점에서 국가 전체적인 공공의료 측면에서 볼 때 서울대병원이 하는 것이 맞다"고 밝혔다.


    지역 대학병원들은 긴장하고 있다. 이미 동남권 대학병원은 포화 상태로, 서울대병원의 진출이 달갑지만은 않기 때문이다.


    여기에는 해운대백병원, 부산백병원, 동아대병원, 고신대복음병원, 부산대병원, 양산부산대병원, 울산대병원 등 국·사립 대형 대학병원들이 대거 포진해 수도권만큼이나 경쟁이 치열하다.


    특히 부산 지역은 대형병원의 대규모 투자를 통해 지방 중 의료질이 높은 지역으로 꼽힌다. 대체로 병원별 의료수익도 양호한 편이다.


    실제로 관내 환자가 다른 지역에서 치료받아 발생하는 '유출진료비'가 지난 4년간 지속적으로 늘고 있는 전라·강원·충청 등과 달리, 부산 지역은 반대 의미인 '유입진료비'가 계속 오르고 있다.


    비교적 수도권 등에 환자를 뺏기지 않고, 오히려 근처 의료환경이 열악한 곳으로부터 환자가 유입된다고 해석할 수 있다.


    중입자가속기 치료센터가 지역 의료수준을 한층 높일 수는 있지만 서울대병원의 진출이 도리어 서울 지역으로의 환자 유출을 가속화할 것이라는 우려가 나오는 대목이다.


    부산에 위치한 사립대학병원 관계자는 "한국원자력의학원의 투자 제안은 사립병원으로서는 하기 쉽지 않았던 문제"라면서 "결국 서울대병원으로 그 공이 넘어가면서 주변 대학병원들도 긴장하고 있다"고 전했다.


    이어 "최근 보건의료정책 환경이 대학병원들에게 녹록치 않다"면서 "가뜩이나 경쟁이 치열한 지역에서 서울대병원이 진심으로 지역 환자를 걱정할지, 본원으로 환자들을 보내지는 않을지 벌써부터 걱정하는 분위기"라고 덧붙였다.


    한편 중입자가속기는 탄소원소를 몸속 깊은 곳에 숨어있는 암세포에 정확히 충돌시켜 암세포를 파괴하는 첨단 의료기기로, 각종 암치료의 생존률을 극대화하면서 '꿈의 암치료기'라고 불린다. 치료에는 4천~5천만원 정도가 소요된다고 알려진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