개각·조직개편 등 과제 산적, 보수정권 정책 물갈이 예고
  •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제19대 대통령에 취임했다.ⓒ연합뉴스
    ▲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제19대 대통령에 취임했다.ⓒ연합뉴스

    문재인 대통령이 10일 제19대 대통령에 취임했지만, 정부 부처는 아직 뒤숭숭한 분위기다.

    경제 현안이 산적한 가운데 내각 구성, 조직개편, 기존 정책 물갈이 등의 변수가 말끔히 해소되지 않은 탓이다.

    당장 전임 정부에서 임명된 각료들과 함께 국정을 논할 수밖에 없는 구조여서 집권 초기 어색한 동거가 불가피한 상황이다.

    문 대통령은 이날 오전 국회의사당 로텐더홀에서 취임선서를 하고 임기 5년의 대통령에 취임했다.

    문 대통령은 '국민께 드리는 말씀'을 통해 "지금 제 머리는 통합과 공존의 새로운 세상을 열어갈 청사진으로 가득 차 있다"며 "역사와 국민 앞에 두렵지만 겸허한 맘으로 대통령의 책임과 소명을 다할 것을 천명한다"고 밝혔다.

    문제는 새 정부가 들어섰지만, 제자리를 잡기까지는 다소 시일이 걸릴 수밖에 없다는 데 있다.

    이번 대선이 박근혜 전 대통령의 탄핵에 따른 궐위 선거로 치러진 탓에 문 대통령은 중앙선거관리위원회의 선거 결과 의결과 동시에 당선인 신분을 건너뛰고 바로 대통령이 됐다.

    대통령직인수위를 꾸리지 못한 데다 국회가 여소야대 국면이어서 야권의 협조가 없다면 내각 구성에만 수개월이 걸릴 수도 있다는 전망이 나온다.

    당장 전 정부에서 임명된 각료와의 불편한 동거가 불가피하다.

    각 부처 장·차관 등 정무직 공무원들은 대선 전날인 지난 8일 인사혁신처에 일괄 사표를 낸 것으로 전해졌다.

    문 대통령은 국정 공백 최소화를 위해 사표를 선별적으로 수리할 거로 관측된다.

    청문회와 총리의 제청 절차가 필요 없는 차관직에 소위 '실세'를 임명해 정부 조직을 장악하는 방안도 검토되는 것으로 알려졌다.

    각 부처는 어수선한 분위기다. 떠나게 될 장관과 실세 차관을 함께 모셔야 할 판국이다.

    정부조직 개편도 아직 구체적인 윤곽이 나오지 않았다.

    해양수산부의 경우 대선을 앞두고 불거졌던 세월호 인양 지연 관련 정치권 거래 의혹보도에서 제2차관 신설 등의 내용이 포함되는 바람에 구설에 오를까 조심하는 눈치다.

    문 대통령이 해양경찰청을 다시 독립 기구화 하겠다고 밝혔지만, 해경을 과거처럼 해수부의 외청으로 돌려놓을지도 불분명하다.

    역대 정부는 정권 교체 후 경제부처에 메스를 대왔다. 기획재정부가 대표적이다. 기재부의 뿌리인 재무부와 경제기획원은 김영삼 정부 때 재정경제원으로 합쳐졌다가 김대중 정부 들어 재정경제부, 기획예산위원회·예산청, 금융감독위원회로 쪼개졌다. 이후 이명박 정부에서 기획예산처와 재정경제부를 통합해 기재부가 만들어졌다.

    해수부도 2008년 국토해양부가 신설되면서 폐지됐다가 박근혜 정부 때 부활하는 등 부침을 겪었다.

    일각에서는 정권이 바뀔 때마다 입맛에 따라 정부조직이 폐지 또는 통폐합되다 보니 중장기 정책은 실종되고 관료사회의 정권 눈치 보기만 심해졌다는 비판이 나온다.

    문 대통령은 취임 후 정부조직 개편 폭을 최소화할 것으로 알려졌다. 하지만 이는 전임 정부 각료와의 동거에 따른 임시변통일 뿐 개각에 맞춰 조직이 개편될 가능성은 상존한다.

    문 대통령이 그동안 밝힌 내용을 보면 우선 외교부가 외교통상부로 복원될 전망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통상 업무를 떼 산업통상자원부로 개편했는데 앞으로 한·미 자유무역협정(FTA) 재협상 가능성 등으로 통상외교의 강화가 필요하다는 판단에 따른 것이다.

    문 대통령은 공약으로 중소기업청을 '중소벤처기업부'로 확대 개편하겠다고도 밝혔다.

    조직개편의 변화 속에 9년2개월여 만에 집권당이 바뀌면서 그동안 추진했던 보수정권의 경제정책 방향도 일정 부분 수정이 불가피하다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우선 기업과 고소득자의 세금 부담이 늘어날 가능성이 제기된다. 각종 정책공약 이행을 위해 재원 마련이 발등의 불로 떨어진 가운데 증세 카드가 유력하게 거론된다.

    문 대통령은 이명박 정부가 22%로 내린 법인세 최고세율을 25% 수준으로 환원할 수 있다고도 언급했었다.

    재벌의 불법경영승계를 막고자 대주주의 주식 양도차익 과세를 강화하고, 상속·증여 신고세액 공제를 줄여 자산소득 과세를 확대하는 방안도 추진할 것으로 보인다.

    정부 한 관계자는 "겉으로는 공식적으로 새 정부가 출범했지만, 개각에서부터 정책 방향까지 앞으로 해결해야 할 과제가 앞선 정부 때보다 많다"며 "당분간 어수선한 분위기가 이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