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 공시지가 현실화로 세금 부담… 제주·세종 등 공시지가 급등지서 두드러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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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자료사진. ⓒ연합뉴스


    #. 충북 청주시 흥덕구 운천동에 사는 A시는 정부가 공개한 올해 개별공시지가를 열람한 뒤 걱정이 커졌다. 지난해 ㎡당 45만원이었던 공시지가가 올해 50만원으로 껑충 뛰었기 때문이다. 수년 전 37만원이었던 것과 비교하면 짧은 기간에 공시지가가 50% 가까이 오른 셈이다. A씨는 공시지가 상승에 따라 재산세 등 토지 관련 세금이 덩달아 많이 부과될 것이 걱정돼 토지가격 하향조정을 요구하는 '개별공시지가 의견서'를 구청에 제출했다.

    A씨는 "소유한 땅의 가치가 오른 것은 반갑지만, 당분간 팔 계획도 없는데 공시지가가 올라본들 세금만 더 내게 된다"며 "공시지가를 낮춰달라고 요구했다"고 말했다.

    19일 업계에 따르면 충북도가 최근 올해 발표된 공시지가에 대한 의견을 받은 결과 1207건이 접수됐다. 이 중 공시지가를 낮춰달라는 의견이 전체의 63.1%인 762건에 달했다. 상향 조정 요구는 445건(36.9%)에 불과했다.

    정부가 공시지가 현실화를 위해 시세에 근접하는 수준으로 끌어올리면서 최근 들어 공시지가를 낮춰달라는 이의신청이 몰리고 있다.

    충북도의 한 관계자는 "예전에는 공시지가가 낮다면서 올려달라는 요구가 많았는데, 몇 년 전부터는 상황이 완전히 역전됐다"고 설명했다.

    토지를 팔 생각이 없거나 보상을 기대할 수 있는 개발지역에 편입되지 않은 토지의 공시지가가 상승하면 세금 부담이 커지기 때문이라는 것이 이 관계자의 분석이다.

    이 같은 현상은 충북도뿐만 아니라 전국적으로 마찬가지다.

    지난해 전국적으로 개별공시지가와 관련, 2만1322건의 이의신청이 이뤄졌다. 상향조정 요구는 8081건에 그쳤지만, 하향조정 요구는 1만2504건에 달했다. 공시지가 이의 제기 토지주 가운데 60%가량이 자신의 땅값을 내려달라고 요구한 것이다.

    하향조정 요구는 특히 공시지가 급등 지역에서 두드러지게 나타난다.

    지난해 제주도의 공시지가 평균 상승률은 27.7%에 달했다. 이 때문에 2142건의 이의신청이 접수됐는데, 지가를 낮춰달라는 요구는 2093건이 몰렸지만, 상향조정 요구는 49건에 불과했다.

    지난해 공시지가가 15.2% 오른 세종시에서도 하향 조정(453건) 이의신청이 상향조정(105건)의 4배를 넘었다.

    공시지가가 11% 오른 울산 역시 616건의 이의신청 가운데 508건이 가격을 낮춰달라는 요구다.

    정부는 이의가 접수된 토지의 개별공시지가는 감정평가사 검증과 해당 시·군 부동산가격공시위원회의 심의를 거쳐 이달 말 결정, 고시할 예정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정부의 공시지가 현실화 방침에 따라 올해도 전국적으로 공시지가가 평균 4% 이상 오를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 관계자는 "서울 등 대도시의 경우 공시지가와 시세가 비슷하게 조정됐지만, 농촌 지역은 여전히 공시지가와 실거래가 차이가 적지 않다"며 "공시지가 상승에 따른 이의신청도 농촌에서 몰릴 것"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