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롯데 총수일가 경영비리 관련 신격호 총괄회장에 대한 세 번째 공판에 출석한 증인이 '모르쇠'로 일관해 재판장이 '위증죄'를 언급하며 경고했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22일 신격호 총괄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신 회장의 셋째 부인 서미경씨에 대한 특정범죄가중처벌등에 관한 법률위반 혐의 3차 공판을 진행했다.
이날 공판에는 2004년 롯데그룹에 입사해 지금까지 정책지원실에서 재무를 담당하고 있는 백모씨와 장모씨가 증인으로 출석, 증인 심문이 진행됐다.
이 과정에서 검찰과 세 사람의 변호인 측은 페이퍼컴퍼니에서 주식 지분을 어떻게 인수했는지 보여주는 구조를 그린 도면을 바탕으로 증인을 심문했으나 백씨는 시종일관 자신감 없는 목소리로 '잘 모르겠다' '기억이 안난다'고 답했다.
백씨는 검찰 측의 도면 작성 경위에 대해 본인이 작성한 게 맞다면서도 "2015년 경영권 분쟁이 터지고 거래관계를 확인하기 위해 만든 걸로 알고 있다. 누구 지시로 작성했는지 정확히 기억나지 않는다"고 말했다.
또 롯데그룹의 금고지기로 알려진 고바야시 마사모토 전 롯데캐피탈 사장 주도로 서씨 모녀가 수면 위로 드러나지 않도록 대책회의까지 거친 사실을 인정하면서도 서씨 모녀가 지분을 매입한 사실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른다"고 답했다.
지난 공판 과정에서 언급된 내용에 대해서는 "들은 적 있다" "지시가 있었다"고 답하면서 그 내용에 대해서는 "정확히 모른다" "기억이 안난다"고 거듭 대답하자 재판장이 직접 나서기도 했다.
재판장은 "아는 것을 모른다고 하고, 모르는 것은 안다고 해도 위증죄"라면서 "본인이 문서를 작성해놓고 지금에 와서 생각이 안 난다고 하는 것도 위증죄 일 수 있다. 잘 생각해보라"고 진정성 있는 답변을 촉구했다.
판사의 지적에도 불구하고 백씨는 이어진 변호사 측 질문에 비슷한 답변을 되풀이 했다. 이 과정에서 세 사람의 변호인 측은 "증인이 작성했다고 답변한 문서(도면)의 디테일한 부분도 도면과 실제 날짜가 맞지 않는 등 사실과 다른 점이 많다"고 한 목소리로 지적했다.
이에 대해 백씨는 "이전 근무자에게 업무파일 USB를 인수 받아 직접 작성했다"고 답하면서도 "그냥 베껴서 쓰기만 했느냐"는 서미경 변호인 측의 질문에는 "그렇다"고 대답하고, 도면과 사실관계가 틀린 진술도 많다는 것이냐"는 신영자 변호인 측 질문에는 "예전 거라 사실이랑은 다르다"고 답하기도 했다.
그런가 하면 이날 백씨와 함께 증인으로 출석한 장씨는 "서씨 모녀에게 주식을 증여하기 위해 홍콩에 페이퍼컴퍼니를 설립하라는 지시를 받았고, 이는 조세를 피하기 위해서"라고 증언했다.
이어 "주식 증여에 대한 큰 틀에 대한 구조는 내가 아이디어를 냈고, 서류를 받거나 결재 업무도 직접 했다"면서 다단계 출자구조가 본인의 아이디어였음을 명확히 했다.
한편, 지난 2차 공판에서 협심증으로 고통을 호소한 신 이사장은 이날 공판 도중 허리가 불편한 지 잠시 복대를 착용하기도 했다.
다음 공판은 6월13일 진행되고, 같은 달 27일 증인심문을 마친 뒤 7월4일부터 세 차례 서증조사를 거쳐 7월18일 결심 선고가 이뤄질 예정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