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감축계획 검토 중, 접은 거 아냐"… 손실비용 지급방식 변경도 시한폭탄
  • ▲ 무궁화 열차.ⓒ연합뉴스
    ▲ 무궁화 열차.ⓒ연합뉴스

    새 정부 초기 철도 공공성을 두고 청와대와 주무 부처인 국토교통부가 불협화음을 낼 소지가 감지된다.

    그동안 정부 정책이 철도운영 효율화에 초점을 맞춰온 가운데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촉발한 벽지 노선 감축이 이번 정부에서도 논란의 불씨가 될 것으로 점쳐진다.

    24일 국토부에 따르면 지난해 벽지 노선 운행 열차를 줄이겠다고 코레일이 낸 노선변경 인가 신청서를 국토부가 반려한 이후로 재신청은 들어오지 않았다.

    현재 벽지 노선 열차는 코레일이 감축 계획을 밝히기 이전 수준에서 운행되고 있다.

    겉으로는 벽지 노선 감축은 없던 일이 될 공산이 크다.

    코레일 관계자는 "지난해 10월, 12월 두 차례 같은 사유로 신청이 반려됐다"고 밝혔다. 산하기관으로서 부처 심기를 언짢게 해 득 될 게 없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새 정부의 정책 기류 변화도 코레일 운신의 폭을 좁히는 요소다.

    문재인 대통령은 후보 시절 친서민 교통정책을 공약으로 내세웠던 만큼 공공성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철도정책을 펼 거라는 견해가 지배적이다. 후보 시절 택시 정책을 구체적인 예로 들었지만, 대중교통을 통한 농산어촌 주민의 이동권 보장을 강조했던 게 좋은 예다.

    문제는 정권 과도기에 철도 공공성을 놓고 정부 내에서 미묘한 불협화음이 불거질 소지가 보인다는 점이다.

    코레일이 촉발한 벽지 노선 감축이 불씨가 될 가능성이 제기된다.

    벽지 노선 감축은 공공성 훼손 논란에 멈칫하며 일단 수면 아래로 가라앉은 상태다. 하지만 철도운영 효율화 논란이 다시 불거질 개연성은 다분하다.

    국토부와 코레일은 벽지 노선 감축 계획과 관련해 "검토 중"이나 "협의 중"이라고 답했다. 감축 계획을 완전히 접은 것은 아니라는 얘기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하반기에도 (벽지 노선 운행 개선은) 할 수는 있다"고 말했다.

    벽지 노선 철도 운행에 대한 국토부의 견해는 점진적인 감축이다.

    올해 정부의 공익서비스(PSO) 보상예산은 2962억원으로 책정됐다. 지난해보다 547억원 줄었다. 이 가운데 코레일의 7개 벽지 노선 운영에 따른 손실보상액은 지난해 2111억원에서 1461억원으로 650억원 삭감됐다.

    국토부는 올해 보조금을 기획재정부에 올릴 때 지난해보다 301억원을 셀프삭감했다. 이는 올해 총삭감액 650억원의 46%에 해당한다. 기재부 예산 심사 전에 자진해서 절반쯤을 삭감해 신청한 것이다.

    기재부도 코레일이 시장 독점 체제에 안주해 자산 매각이나 방만한 조직 개편 등에 소홀하다는 견지에서 지원예산을 삭감했다.

    철도정책 주무 부처인 국토부 내부에서는 벽지 노선 감축이 곧 공공성 축소는 아니라는 의견이 있다. 오히려 지속 가능한 공공성 유지를 위해 철도 운영의 효율성을 높일 필요가 있다는 견해다.

    국토부 한 관계자는 "극단적인 예이긴 하나, 400명을 태울 수 있는 열차에 이용객이 1~2명이라면 이들을 위해 수십~수백억 원을 쓰는 게 철도 공공성인지 따져봐야 한다"며 "공공성의 기준을 어디에 두느냐에 따라 이런 집행 예산을 '눈먼 돈'이라고 지적하는 시각도 있다"고 전했다.

    해당 두메 지역에 맞는 대중교통 맞춤 운행계획을 세워 서비스하는 편이 장기적으로 철도 공공성을 유지하는 방안이라는 주장이다.

    국토부가 추진하는 PSO 지급방식 변경이 코레일의 벽지 노선 감축을 유도할 수도 있다.

    국토부는 철도운영사가 벽지 노선을 운행한 뒤 발생한 손실을 지난해 수준에서 보전해주는 현행 방식을 건설 입찰방식처럼 바꾸는 방안을 추진 중이다. 정부가 PSO 지급 예정 총액을 제시하면 철도운영사가 최종 금액을 결정하는 방식으로, 철도운영의 효율화를 전제로 한다.

    철도운영사가 짠물 경영을 할수록 PSO 예산을 남겨 수익으로 전환할 수 있는 파이가 커진다. 철도운영사가 국토부 인가를 받지 않아도 되는 10% 미만 수준에서 점진적으로 벽지·적자 노선을 줄여나갈 가능성이 없지 않다.

    코레일 관계자는 "(새 정부 들어 바뀔) 철도 정책과 관련해 국토부도 고민이 많을 듯하다"며 "(코레일로선) 정부의 정책 방향을 기다리는 처지"라고 말했다.

    국토부 관계자는 "(코레일의 철도 운영 효율화를 촉구하는) 그동안의 PSO 예산 삭감 등은 정부가 독단적으로 진행한 게 아니라 국회 예산심의 과정을 거쳐 결정된 것"이라며 "그동안 (철도 정책 방향이) 공공성을 훼손해 온 것은 아니다"고 강조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