야당 협치 소문에 실세 장관 기대 난망… '잘해야 본전' 인식도 팽배
  • ▲ 농식품부 주관 가뭄 대책회의.ⓒ연합뉴스
    ▲ 농식품부 주관 가뭄 대책회의.ⓒ연합뉴스

    새 정부 들어 농정 홀대론의 목소리가 커지고 있다. 가뭄 피해와 조류 인플루엔자(AI) 재발 등 농정 현안이 잇따라 주목받고 있으나 주무 부처인 농림축산식품부는 장·차관 인선조차 깜깜히 모르는 상태다.

    농식품부 장관 자리를 여야 협치 차원에서 야당에 내어줄 거라는 소문에 부처 내부에선 농정이 푸대접받는 것 아니냐는 볼멘소리도 감지된다.

    7일 관가에 따르면 문재인 정부 초대 내각의 얼개가 속속 드러나고 있지만, 유독 농식품부 장·차관과 관련해선 윤곽이 잡히지 않고 있다.

    새 정부 출범 초기 국회 농림축산식품해양수산위원회 소속 전·현직 의원을 중심으로 하마평이 있었지만, 현재는 이마저도 끊긴 실정이다.

    농식품부 관계자는 "한동안 대여섯 명이 장관 후보자로 거론됐지만, 지금은 너무 잠잠하다"며 "내부에서도 이렇다 할 말이 없는 상황"이라고 전했다.

    새 정부 출범 초기 조각과 관련한 세평에는 농식품부 장관으로 더불어민주당 이개호 의원과 신정훈·김영록 전 의원, 김인식 전 농촌진흥청장 등이 거론됐었다.

    신 전 의원은 제19대 국회에서 농해수위 위원으로 활동했다. 2015년 12월부터 민주당 전국농어민위원회 위원장을 맡고 있다. 당내 농어업담당 원내부대표도 지냈다. 문 대통령의 농업공약 만들기를 주도한 것으로 알려졌다.

    김 전 의원은 제18·19대 국회에서 농해수위에 소속돼 활동했고, 지난 국회에서는 위원회 간사를 맡기도 했다.

    김 전 청장은 노무현 정부 때 대통령비서실에서 농어촌비서관을 지내며 문 대통령과 손발을 맞춘 바 있다.

    농해수위 민주당 간사인 이 의원은 대선 기간에 광주에 들렀던 문재인 당시 후보가 "이 의원이 장관 한번 하실 모양"이라고 말해 물망에 올랐다. 이 의원은 인수위원회 역할을 하는 국정기획자문위원회에서 농식품부가 업무보고를 해야 하는 경제2분과 위원장을 맡고 있다.

    그러나 이 의원은 7일 뉴데일리경제와의 통화에서 "농식품부 장관직과 관련해 연락받은 바 없고, 여러 상황과 개인적인 계획을 고려할 때 크게 기대하지 않고 있다"고 밝혔다.

    이 의원은 농식품부 장관으로 지명되면 어떻게 할 생각이냐는 질문에 "고민해 봐야 할 것 같다"고 답했다.
    내년 치러질 지방선거에 나설 구상인 만큼 시한부 장관직에 관심이 많지 않은 것으로 해석된다.

    유력하게 거론되는 후보자조차 장관직을 고사하는 상황에서, 농식품부 일각에서는 농정 홀대·기피론마저 제기된다.

    부처 특성상 새로운 국가적 어젠다를 견인하기는 쉽지 않은 반면 가뭄과 AI 등 골칫거리는 연례행사처럼 발생하고 있어 농식품부 장관 자리가 잘해야 본전이라는 인식이 있다는 것이다.

    박근혜 정부에서 이동필 전 장관이 '오동필'(대통령 임기 5년을 함께 할 사람)이라는 별칭으로 불리며 장수 장관 대열에 올랐지만, 개인적인 처세나 신임에 지나지 않을 뿐 부처 입지는 오히려 축소됐다는 설명이다.

    농식품부는 전 정부 들어 농림수산식품부에서 농림축산식품부로 개편됐다. 이 과정에서 수산업무는 부활한 해양수산부로, 식품안전 관련 업무는 식품의약품안전처로 각각 이관됐다.

    농식품부 한 관계자는 "조직이 개편되면서 업무영역은 되레 줄어들었고, 직원들도 다른 기관으로 넘어갔다"며 "식품안전 관련 업무를 보는 데 애로가 있었다"고 부연했다.

    설상가상 세종관가에서는 새 정부가 협치를 위해 농식품부 장관 자리를 야당 몫으로 넘길 거라는 소문이 무성하다.

    이에 대해 농식품부 관계자는 "부처 공무원이 왈가왈부할 사항은 아니다"며 "(청와대에서 여야 구분 없이) 적임자를 보낼 테니 (신임 장관이) 가능한 한 빨리 오셔서 (조직과 농정이) 안정되길 기대한다"고 말했다.

    그러나 기왕에 정치인 출신 장관이 온다면 힘 있는 여당 실세 의원이 오길 바라는 게 세종관가의 일반적인 견해임을 고려할 때 해당 부처장 자리가 야당 몫으로 배정되는 걸 반기는 공무원은 많지 않은 게 현실이다.

    세종청사 한 공무원은 "부처 정책 추진이나 예산 확보 등을 고려할 때 아무래도 여당 실세 의원이 오는 게 업무수행 측면에서 낫지 않겠느냐"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