면세품 국내 유통 제재할 법규 없어 속수무책면세업계·제조업체 "면세점 구입후 되파는 행위, 막을 근거 없어 어쩔 수 없다"해당물품 문제 발생시, 책임소지 불분명… 업체 "구입경로 확인 후 조치"
  • ▲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뉴데일리
    ▲ 인터넷 커뮤니티 캡쳐ⓒ뉴데일리


"정관장 '에브리타임 로얄' 면세점 동일 상품입니다. 온라인 최저가 보장합니다."

면세 상품을 인터넷을 통해 저렴하게 판매하는 불법 유통이 횡행하면서 소비자의 주의가 요구되고 있다.

6일 업계에 따르면 부가가치세와 지방세, 내국세 등이 면세된 국내산 면세 제품이 최근 인터넷을 통해 빈번하게 유통되고 있지만 이를 규제할 마땅한 법안이 없어 소비자들의 2차 피해가 우려되고 있다.

네이버의 한 대형 카페 커뮤니티에는 최근 KGC인삼공사의 브랜드 '정관장' 면세점 전용 상품을 구매대행으로 판매한다는 글이 올라왔다. 

해당 판매자는 "찾으시는 분은 꾸준히 찾으시는 정관장 면세라인입니다. 에브리타임 로얄.… 한동안 수급이 어려웠으나 좋은 가격으로 구대(구매대행) 가능하게 되었습니다. 온라인 최저가 보장합니다. 옵션가까지 확인해 보시고 오셔요~ 지속적인 구대 불확실한 제품입니다"라는 내용의 글을 올렸다.

이같은 판매자들은 대형 카페와 블로그 등을 통해 주기적으로 면세품을 올리고 판매를 하고 있다. 

현재 정관장의 홍삼정 에브리타임 로얄 10ml 30포 제품은 한 인터넷면세점에서 최저가 84달러(한화 약 9만6096원)에 판매되고 있다. 그러나 구매대행을 통해 구입하면 해외 출국을 하지 않고도 8만원에 구매할 수 있다.

똑같은 제품이지만 가격이 약 20% 가량 
저렴해 수십여명이 댓글을 달고 실제 구매를 하는 등 큰 관심을 모았다. 특히 면세점과 백화점, 가두점 등 내수 제품의 성분이 다른 것으로 알려지면서 면세점 정관장 제품을 선호하는 고객들도 많다.

그러나 공식판매처가 아닌 이같은 다른 유통 경로를 통해 구매한 제품이 유통 과정에서 변질되거나 파손됐을 경우 소비자들은 제조업체나 유통업체에 책임을 물을 수 없다.  

  • ▲ 정관장 온라인 면세점 사이트  캡쳐ⓒ뉴데일리
    ▲ 정관장 온라인 면세점 사이트 캡쳐ⓒ뉴데일리


  • 정관장 관계자는 "만약 고객이 구매한 제품이 제조상의 문제가 있을 경우에는 제조업체가 책임을 지지만 유통과정에서 제품이 변질되거나 파손될 경우에는 고객의 구매처를 조사한 뒤 책임소지를 따진다"며 "그렇기 때문에 고객들에게 정관장 공식판매처에서 제품을 구매할 것을 당부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
    면세점에서 구매한 제품을 소비자가 이윤을 붙여 되파는 행위를 제조업체가 막을 방법은 없다"며 "이를 막을 관련 법규가 없을 뿐더러 개인이 단순 변심으로 인해 거래 사이트에 올리는 것까지 제조업체 쪽에서 모두 파악할 수는 없기 때문"이라고 설명했다.  

    정관장과 같은 제조업체 입장에서는 면세점에서 합당하게 자사 제품을 구매한 고객이 추후 그 제품을 어떤식으로 활용하더라도 이를 제재할 근거가 없다는 입장이다. 

    국내 현행법상으로도 이를 제재할 법안은 마련돼 있지 않다.

    관세청 관계자는 "인터넷에서 거래되는 면세품이 면세점에서 구매한 것이 아니라 불법적인 경로를 통해 유출된 제품이라면 문제 삼을 수 있지만 그게 아니라면 면세품 재판매에 특정화된 법령은 없다"며 "다만 대량으로 면세품 판매를 지속한다면 이는 개인이 아닌 사업자로 봐야하고 그 사업자가 세금계산서를 발행하지 않아 세금을 내지 않고 상업활동을 한다면 불법으로 볼 수 있다"고 지적했다.

    그러나 "이는 면세품에 국한된 것이 아니라 어떠한 물건을 팔더라도 세금을 내지 않는 행위는 일반적인 유통질서를 흐리는 측면에서 봐야한다"고 덧붙였다.

    국세청 세원정보과 관계자는 "한 개인이 일시적, 우발적으로 면세품을 인터넷에서 되파는 것은 사업자로 간주하지 않기 때문에 크게 문제삼지 않는다"며 "공정한 상거래를 해칠 정도의 규모로 상업성을 띄고 면세품을 주기적으로 거래할 경우 이는 개인이 아닌 사업자로 간주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해당 사업자가 사업자등록을 하지 않고 거래를 지속하면 부가가치세를 탈루하는 게 되기 때문에 불법"이라면서도 "그러나 인터넷에서 면세품을 판매하는 판매 자체가 불법은 아니며 판매자들을 전수 조사할 근거도 없다"고 전했다.

    국세청은 신고 또는 10% 내외의 검사를 통해 불법 여부를 조사하고 있다. 전수 조사를 할 수 없기 때문에 이를 법적으로 제재할 근거도 여력도 없는 실정이다. 신고나 조사를 통해 불법 여부가 적발된다 하더라도 세금 추징 외에는 별다른 처벌 규정도 없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면세품은 기본적으로 국외로 가지고 나가는 것을 원칙으로 해서 세금을 면제해주는 것인데 이 제품을 국내에서 유통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며 "물론 면세점과 해당 브랜드의 매출이 늘어난다는 긍정적 측면이 있을 수 있지만 근본적으로는 유통 생태계를 파괴시키는 일"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설화수 화장품이나 정관장 홍삼 등 면세점 인기 상품들이 인터넷은 물론 홍대나 건대 일대 구둣방에서 싼 가격에 거래되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는 해당 브랜드에도 심각한 이미지 타격을 입힐뿐만 아니라 면세점 입장에서도 불법 유통 채널이 늘어나는 것은 걱정되는 사안"이라고 우려했다. 

  • ▲ 관련사진. ⓒ뉴데일리DB
    ▲ 관련사진. ⓒ뉴데일리DB

  • 그러나 매출 확대에 사활을 건 일부 면세점들이 이 같은 불법 유통을 알면서도 묵인하고 있다는 지적도 나온다.

    업계의 한 관계자는 "중국의 사드 배치 보복 이후 큰손으로 불리던 중국인 관광객이 급감하면서 면세점 매출도 반토막이 나는 등 심각한 타격을 입었다"며 "특히 신규 면세점들은 명품 브랜드를 입점시키는 것이 최대 숙원인데 이를 해결하기 위해서는 점포 매출이 가장 중요한 조건으로 꼽힌다"고 설명했다.

    이어 "대량으로 물건을 판매하게 되면 그만큼 매출이 상승하기 때문에 일부 신규 면세점들은 보따리상을 비롯한 면세품 취급업자들을 오히려 우대해주고 있는 것으로 알고 있다"며 "이러한 목적이 서로 맞아 떨어지면서 면세업계가 이같은 불법적 활동을 묵인하는 것도 면세품의 국내 유통을 근절할 수 없는 요인"이라고 전했다.

    A 면세점의 정관장 매장은 전체 매출의 60% 가량을 중국 보따리상인 '따이공'이 차지한다. 월 매출 4억5000만원 가량을 기록한 B 면세점 정관장 매장도 따이공 매출 비중이 50%에 육박한다. 면세점이나 해당 브랜드 입장에서는 따이공이 최대 고객인만큼 이들이 국내에서 재판매를 해도 묵인 하는 것이다. 

    서울 신라면세점은 지난 2016년 2월부터 4월까지 3개월간 시가 17억원 규모의 국산 화장품 업체의 샴푸를 대량으로 불법 유통한 것으로 드러났다. 불법 거래 당사자는 구매 대행을 통해 약 27억원에서 최대 39억원 가량의 부당이익을 취한 것으로 추정된다.

    면세업계 관계자는 "신라면세점의 경우 거래 당사자에 대한 자세한 정보가 알려지지 않았지만 불법 거래임을 알면서도 매출을 높이기 위해 이같은 일을 벌인 것으로 보인다"며 "직접적인 연관은 없지만 신라면세점이 신규면세점인 신라아이파크면세점에 세계적 명품인 루이비통을 유치하는 데 성공했는데, 그간 매출을 높이기 위해 사력을 다한것으로 알고 있다"고 말했다.

    국세청과 면세업계 등은 이같은 면세품 국내 불법 유통을 차단하기 위해 다양한 방안을 강구하고 있지만 현실적 어려움을 극복하기 쉽지 않다는 입장이다.

    업계 관계자는 "현재는 외국 여권 소지자들이 면세품을 구입하면 시내면세점에서 현장 인도를 바로 받을 수 있는데 이 제품을 국내 사업자들이 넘겨 받아 불법 유통하는 사례가 많아 모든 제품을 공항에서만 받도록 하자는 아이디어가 가장 많이 나왔다"며 "그러나 이렇게 되면 국산 면세품의 매출이 심각한 타격을 받을 수 있어 실현 가능성은 없어 보인다"고 말했다.

    이어 "현재 인기 화장품 브랜드 등 면세품의 1인당 판매 수량을 제한하고는 있지만 이는 어디까지나 권고 사항일뿐 강제할 수 없다"며 "때문에 면세품 불법 유통이 넘쳐나지만 규모가 그리 크지 않은 탓에 사실상 법의 사각지대에 놓여있는 상황"이라고 지적했다. 

    지난 5일에는 
    신세계면세점 직원들이 '보따리상'을 통해 면세품을 밀수입한 혐의로 재판에 넘겨졌다. 부산지검 외사부는 관세법 위반 혐의로 신세계면세점 부산점 직원 등 12명과 롯데면세점 부산점 직원 1명을 불구속 기소하고 신세계면세점 법인도 불구속 기소했다. 

    신세계면세점 직원들은 알고 지내는 보따리상을 통해 2013년 5월부터 2015년 12월까지 명품시계 등 면세품 시가 125억 원어치를 구매한 뒤 다시 한국으로 밀수입해 고객에게 되판 혐의를 받고 있다. 
    객은 명품을 면세가격에 샀고 보따리상은 면세품 구매가격의 5∼7%를 수수료 명목으로 챙겼으며 면세점 직원들은 판매실적에 따른 인센티브를 받는 등 조직적으로 면세품 밀수입 범행에 가담한 것으로 전해졌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