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력용량 부족 차단기로 땜질 처방… 과부하 걸리면 충전 먹통 돼개조 피하려 변압기 설치 등한시… 승객 불편 담보로 SR과 서비스 경쟁
  • ▲ KTX.ⓒ연합뉴스
    ▲ KTX.ⓒ연합뉴스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후발주자인 ㈜에스알(SR)의 열차 내 충전 서비스에 대응하려고 충전용 콘센트를 확대 설치했지만, 졸속으로 사업을 추진하면서 서비스가 불안한 것으로 드러났다.

    1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코레일은 올해 초 열차 내 서비스 개선을 이유로 KTX 객실에 콘센트를 설치하겠다고 국토부에 보고했다.

    코레일은 지난 2월10일 KTX 열차 1020량의 객실 전체에 콘센트 설치 작업을 마쳤다. 충전용 전원 콘센트 1구에 이동형 저장장치(USB) 포트 2구를 포함한 혼합형 콘센트다.

    새로 설치한 콘센트 수는 1만8000여개에 달한다. KTX-1은 객실 벽 창문과 창문 사이에, 객차당 15개씩 1만2000여개를 설치했다. 구형 열차인 KTX-1에는 통로에 유료 충전기가 있었지만, 좌석에는 충전용 콘센트가 없었다.

    KTX-산천은 좌석당 1개씩 5700여개를 설치했다. 신형 열차인 KTX-산천은 특실과 출입문 쪽 일부 좌석에만 충전용 콘센트가 설치돼 있었다. 늘어나는 디지털 모바일 기기 충전 수요를 감당하기엔 역부족이었다.

    문제는 코레일이 SR과의 서비스 경쟁에 급급하면서 객실의 전력 공급량은 그대로 둔 채 충전용 콘센트 수만 늘렸다는 점이다.

    전력 용량이 제한적이다 보니 충전 수요가 많으면 전력이 달려 문제가 될 수 있다는 얘기다.

    코레일은 이를 막고자 일정 수준 이상으로 과부하가 걸리면 전원이 끊기도록 전력차단기를 설치했다. 충전 서비스가 언제든 갑자기 먹통이 될 수 있는 것이다.

    관련 업계에 따르면 고속철(KTX·SRT)에 공급되는 전압은 2만5000볼트(V)다. 객실에서 220V로 충전 서비스가 이뤄지려면 변압기를 통해 공급 전력을 낮춰야 한다.

    SRT와 KTX에는 객차마다 보조 변압기가 1개씩 있다. 하지만 KTX-1은 일반 객차의 보조 변압기 용량이 3.75㎾로 KTX-산천의 57.6% 수준에 불과하다. SRT보다 KTX-1 객실에 공급되는 전기가 상대적으로 달리거나 불안정할 수 있다는 얘기다.

    설상가상 한국전력공사에서 공급하는 전압이 항상 일정한 것도 아니어서 변압기 용량은 전기의 안정적인 공급과 품질에 영향을 준다.

    변압기를 거쳐 객실과 화장실에 공급되는 전력량은 SRT가 1400㎾, KTX-산천이 1000㎾쯤으로 알려졌다. 소비전력이 1㎾인 제품을 충전한다고 하면 SRT가 KTX보다 400개를 더 충전할 여력이 있는 셈이다.

    이런 차이는 코레일이 객실 충전 서비스를 확대하면서 눈에 보이는 콘센트 수만 늘렸을 뿐 변압기 추가 설치 등을 통한 전력 용량 확보에는 소홀했기 때문이다.

    철도 관련 업계 관계자는 "(코레일에서) 기존 KTX 복도와 화장실에 설치된 청소용과 면도기용 콘센트에 연결된 3.75㎾ 소형 변압기를 연장해서 사용하는 것으로 안다"며 "전력 용량이 달릴 수밖에 없다"고 귀띔했다.

    코레일은 전력 용량을 늘리는 대신 승객 불편을 담보로 전력차단기를 설치하는 편법을 선택했다. 전력 수요가 많아 전류가 10암페어(A)를 넘으면 자동으로 전원 공급이 끊기게 한 것이다.

    일각에선 코레일이 SR과의 서비스 경쟁에 쫓기면서 전기 관련 설비를 졸속으로 확충했다고 지적한다.

    철도 관련 업계 관계자는 "코레일이 전력 용량을 늘리려면 에너지 유입량과 소비량을 다시 계산해서 열차를 개조해야 했다"고 설명했다.

    코레일이 국토부 승인을 받고 적잖은 돈을 들여 열차를 개조하는 사이 SR은 향상된 고객 서비스를 내세워 마케팅을 벌일 게 불 보듯 뻔했던 만큼 조바심을 냈다는 것이다.

    피해는 KTX 승객이 보고 있다. 회사원 노모씨는 "지난 5월 KTX에서 휴대전화 배터리를 충전하려 했으나 되지 않아 전원이 꺼지면서 불편을 겪었다"며 "절연구간이 아니었는데도 콘센트가 먹통이 돼 충전이 되지 않았다"고 말했다.

    이에 대해 코레일 관계자는 "어딘가에서 과부하가 걸려 차단기가 내려간 탓"이라며 "충전이 안 될 때는 승무원에게 얘기하면 차단기를 다시 올려준다"고 답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