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동빈 "신격호 명예회장 전적으로 결정"신격호 "세부·전문적 사항 보고 못 받아"신동빈 측 '공범' 표현에 신격호 측 '주범' '공범' 구분해달라 요청하기도
  • ▲ 롯데 경영비리 공판을 받고 있는 롯데 총수일가. ⓒ뉴데일리
    ▲ 롯데 경영비리 공판을 받고 있는 롯데 총수일가. ⓒ뉴데일리

     

    롯데그룹 총수일가 경영비리 관련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 임대(배임)' 혐의에 대한 첫 공판에서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과 신격호 명예회장 측 변호인이 미묘한 신경전을 벌였다.


    서울중앙지방법원 형사24부(부장판사 김상동)는 7일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 임대에 대한 첫 기일을 진행, 검찰 측에 공소사실을 확인하고 각 피고인 측의 진술을 청취했다.


    해당 공판의 피고인은 신격호 명예회장을 비롯해 신동빈 회장, 신영자 롯데장학재단 이사장, 서미경씨, 채정병 전 롯데카드 사장 등 총 5명이다.


    롯데그룹 계열사인 롯데쇼핑이 영화관운영, 영화/콘텐츠 투자 등 시네마사업을 운영하는 과정에서 신 명예회장의 자녀와 배우자가 주주로 구성된 유원실업·시네마통상·시네마푸드 등의 영화관 매점 입찰 회사를 설립하고, 이들에게 영화관 내 매장을 헐값에 임대해 자녀들에게는 부당 이익을, 롯데쇼핑에는 손실을 입혔다는 게 검찰 측의 공소사실이다.


    먼저 신 명예회장 측 변호인은 "임대료가 적정하다면 직영이 아니어도 임대인이 가족이어도 쟁점화 될 수 없다고 생각한다"면서 "동종업계에서도 영화관 매점은 직영으로 하기도 하고, 제3자에게 임대해 운영하기도 한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신 명예회장은 임대료에 문제가 없도록 여러 차례 지시했고, 이 같은 임대 사업이 롯데쇼핑에 손해를 줄 것이라는 생각을 한 적이 없다"면서 "2007년 공정위에서 이 부분에 대해 조사했을 당시 임대료율에 대해 지적해 임대료가 상향됐고, 이후 문제된 바 없다"고 덧붙였다.


    공정위 지적 이후 임대료를 올려 문제될 게 없다는 설명이다.


    또 신 명예회장 측 변호인은 "당시 공정위는 임대료율 시정을 요청했지만 친인척이 임대한 과정까지는 문제 삼지 않았다"면서 "백번 양보해 신 명예회장이 자녀들에게 매점을 임대한 게 문제가 되더라도 임대료 산정과 관련 평가를 진행하고 결정한 당사자는 롯데그룹 정책본부로 신 명예회장은 세부적이고 전문적인 사항은 보고 받은 바가 없다"고 강조했다.


    신 명예회장이 시네마 매점 운영을 지시했더라도 그 임대료가 부당하게 책정됐다면 그 책임은 실제 임대료를 평가·책정하고 집행한 롯데그룹 정책본부에 있기 때문에 신 명예회장은 무죄라는 주장이다.


    반면,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은 이 사건과 관련 영화관 매점 임대 사실에 대해 알고 있었으나, 모든 것은 신 명예회장의 뜻이었다는 취지의 주장을 펼쳤다.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영화관 매점 임대는 아버지가 가족들을 경제적으로 도와주려고 한 일로, 신 명예회장이 전적으로 결정하고 채정병 전 사장에게 직접 지시해 처리했다"면서 "신 명예회장은 영화관 매점을 입찰할 회사를 설립하라고 지시했고, 이름도 직접 결정했다"고 말했다.


    이어 "회사의 주주 구성은 물론 지분율까지 직접 적어줘 설립하게 하는 등 해당 회사의 대표이사도 직접 면접을 봐서 뽑을 정도였다"면서 "친인척 임대가 부적절할 수 있다는 생각에 채 전 사장에게 문제 여부를 확인했으나 감정평가를 통해 임대료를 책정하니 괜찮다는 얘기를 들었다"고 설명했다.


    특히, 2010년부터 대기업 일감몰아주기에 대한 조사가 거세지자 채 전 사장에게 그룹 이미지 실추를 막기 위해 신 회장은 신 명예회장에게 사업 중단을 요청했다고 덧붙였다.


    신 명예회장이 영화관 매점 임대를 위한 입찰 회사 설립을 지시했고, 문제 없이 진행하라고 지시한 상황 등을 알고 있었던 것에 대해서는 인정하지만, 그것만으로 공모해서 공범으로 배임에 관여했다고 볼 수 있는지 의문이라는 것.


    신 회장 변호인 측의 '공모', '공범' 발언에 신 명예회장 변호인 측은 재판부에 "공범과 주범을 구분해 달라"며 불쾌감을 토로하기도 했다.


    신 명예회장 측 변호인은 "사건 공소사실이 진행되는 동안 신 명예회장은 지위에 없었던 적도 있는 만큼 적극적인 가담과 전 과정을 지배하려 했다거나 하는 부분이 있어야 하는데 '공범'이라는 표현은 적절치 않아 보인다"고 주장했다.


    이어 진행된 증인 채택 과정에서도 신 명예회장 측과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의견이 달랐다.


    신 명예회장 측 변호인은 "롯데쇼핑이 임대해준 사업점이 매점만 있었던 게 아니다. 오락실이나 다른 사업점도 있었는데 신동빈 회장 측 변호인은 증인 채택에 이 부분을 배제하고 있다. 임대 비용을 결정했을 때 다른 사업장과도 비교해야 한다"면서 "임대 방법에 대해 가장 잘 알고 있는 정책본부와 시네마 사업본부에서 밝혀줘야 한다"고 강력하게 주장했다.


    이에 대해 신 회장 측 변호인은 "오늘 자리는 검찰 증인 신청에 대해 증인을 채택하고 어떤 내용에 대해 심리가 이뤄져야 하는지 결정하는 자리인데 신 명예회장 변호인은 다른 변호인(신동빈 측 변호인)에게 소송 제의를 하듯 발언하는 것은 적절치 않다고 생각한다"면서 "원하는 증인이 있으면 본인들이 신청해서 신문 하면 될 것"이라고 맞불을 놨다.


    한편, 이날 서미경씨와 변호인은 "이 사건의 영화관 임대 자체가 배임이라는 검사의 전제가 타당한지 의문"이라면서 "설사 영화관 매점 임대 행위가 롯데쇼핑 관계에서 배임에 해당하더라도 서미경은 롯데쇼핑의 사무를 처리한 사람이 아니기 때문에 공범에 해당하지 않는다"고 주장했다. 신 이사장 측 변호인 역시 "영화관 매점 임대 과정은 아버지가 결정했고, 신 이사장은 나중에 알았으며 고의나 가담 과정이 없었다"고 항변했다.


    롯데시네마 매점 불법 임대 다음 공판은 오는 16일 진행되고, 이날부터 본격적인 증인 신문이 이뤄진다. 재판부는 12일 정도의 기일을 예상하고 있으며 빠르면 9월 내 결심이 가능할 것으로 전망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