살충제 논란 보도 이후 일주일… 여전히 얼어붙은 고객 심리
"믿을 수 없습니다" … 정부 발표에도 국민 불신 여전
  • ▲ 계란 구매를 망설이고 있는 고객. ⓒ진범용 기자
    ▲ 계란 구매를 망설이고 있는 고객. ⓒ진범용 기자


    "정부에서 안전하다고 하지만, 아이가 먹어야 하는데 꺼림칙합니다" 대형마트를 찾은 주부 강선주(43) 씨.

    "이러다가 또 몸에 안 좋다는 새로운 뉴스가 나올지 어떻게 알아요. 일단은 (계란)안 먹을 겁니다" 편의점을 찾은 이호정(33)씨.

    살충제 계란 파문으로 논란이 됐던 계란을 전량 폐기하고 안전한 상품만 판매한다는 정부의 발표에도 소비자들은 여전히 계란 구매를 꺼리고 있었다.

    지난 21일 오후 구로구, 관악구 등의 대형마트와 편의점을 방문한 결과 소비자들의 이 같은 심리가 매장에 고스란히 나타났다. 특히 대형마트의 경우 즉석식품이나 신선식품 코너에는 사람이 북적였지만, 계란 판매대 앞에는 지나가는 사람만 보일 뿐 구매하는 고객은 거의 없었다.

    이현진(여·43세)씨는 "반찬으로 계란을 늘 올렸는데 살충제 논란 이후 구매하기 망설여져요. 그냥 먹다가 또 문제가 생기면 어떡해요." 라고 구매를 꺼리는 이유를 설명했다.

    함께 장을 보로 온 강성환(남·46세)씨도 "하루하루 뉴스가 새로 나오는데 뭘 믿고 먹어요. 당분간 집에서는 물론, 식당에서도 안 먹을 겁니다"라고 단호하게 잘라 말했다.

  • ▲ 안전성 적합 판정 계란이라고 설명하는 대형마트. ⓒ진범용 기자
    ▲ 안전성 적합 판정 계란이라고 설명하는 대형마트. ⓒ진범용 기자


    이곳에서 1시간가량 지켜봤지만, 계란을 구매하는 고객은 단 한사람도 없었다. 계란 매대 앞에 판매 적합성 인증을 받았다고 전단지를 부착해뒀지만, 고객들은 퉁명스러운 반응이었다.

    인근에 위치한 다른 대형마트 역시 상황은 비슷했다. 계란 구매의사를 묻는 기자의 질문에 대부분 "정부의 발표를 신용할 수 없다"는 견해를 밝혔다.

    계란을 구매하려고 현장을 찾았다는 이현미(여·37세)씨는 "뉴스에서 먹어도 된다고 해 구매해볼까 해서 왔는데 막상 아무도 안 사니까 저도 꺼려지네요. 저도 오늘은 안 사려고요"라고 답했다.

    계란 부진은 대형마트 판매량에도 반영됐다. 이마트에 따르면 지난 15일부터 21일까지 계란 매출은 전년 동기 대비 46% 급감했다. 정부의 발표에도 소비자들이 구매를 꺼리고 있다는 방증인 셈이다.

    편의점에서도 계란 판매 부진은 이어졌다. 같은 기간 A편의점의 경우 계란 매출이 전월대비 40.5% 급감했고 전주대비에서도 40.2% 폭락했다. B편의점 역시 전월대비, 전주대비 각 20% 줄었다.

    편의점 직원들도 계란 판매량이 줄었다고 입을 모았다. A편의점 한 직원은 "계란 판매가 눈에 띄게 줄었어요"라며 "평소 운동하면서 계란만 구매하시는 분이 있는데 그분도 계란을 사가지 않아요"라고 상황을 설명했다.

    편의점을 찾은 한 고객은 "정부에서 믿고 먹으라고 하는데 탈 나면 누가 책임지나요. 국내 계란은 괜찮다고 발표하고서도 문제가 생겼는데… 믿을 수 없습니다"라고 정부 발표를 신용하지 못하겠다고 강조했다.

  • ▲ 계란을 구매하려는 고객이 없는 매장. ⓒ진범용 기자
    ▲ 계란을 구매하려는 고객이 없는 매장. ⓒ진범용 기자


    이날 20곳의 편의점을 방문했지만 계란을 구매하는 고객은 두 명 정도에 불과했다. 그마저도 계란논란과 관련해 모르는 고객들이었다.

    익명을 요구한 한 관계자는 "최근 먹거리 문제가 지속적으로 불거지면서 정부의 발표를 못 믿겠다는 고객들이 많아지고 있다"며 "특히 계란의 경우 밥상과 밀접한 관계에 있어 더 민감하게 반응하는 것 같다. 국민이 정부를 믿고 안심할 수 있어야 계란 판매가 정상적으로 돌아갈 것으로 본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