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의 엉터리 조사 과정과 결과 발표 오류, 불안감만 증폭시켜정부, 대형마트, 친환경 인증… 국민의 불신 고조
  • ▲ 공덕시장 인근 전집 골목. ⓒ공준표 기자
    ▲ 공덕시장 인근 전집 골목. ⓒ공준표 기자


"정부에서 괜찮다고 인증한 계란은 사 드실 건가요?" 
"아뇨. 그 말을 어떻게 믿어요. 그냥 안먹을래요." 

살충제 계란 파문이 전국을 뒤덮으면서 그야말로 계란 대란(大亂)이 일었다.

지난 14일 살충제 계란 사태가 터진 뒤 정부는 산란계 농장의 계란 출하를 중단시키고 전수 조사에 나서는 등 발빠른 대처에 나서는 듯 했지만 우왕좌왕 실수를 반복하는 사이 국민들의 신뢰는 바닥을 쳤다.

급기야 국민들은 정부를 못 믿겠다며 안전하다고 인증된 계란도 절대 먹지 않겠다고 등을 졌다. 

계란은 남녀노소 누구나 즐겨먹는 식재료이자 가격도 저렴해 대표적인 서민 음식으로 꼽힌다. 그러나 살충제 계란 파문 이후 식탁에서는 물론 김밥과 순두부 등 대부분의 식당 메뉴에서까지 자취를 감췄다. 

정부의 엉터리 검사 과정과 오류 투성이의 결과 발표는 국민들의 불안감을 증폭시켰다.

지난 17일 정부의 살충제 계란 전수 조사가 마무리되면서 오늘부터는 전국에 계란이 다시 유통될 예정이었다. 그러나 살충제 계란 전수 조사 과정에서 검사 요원이 무작위로 계란을 추출하지 않고 일부 농장이 준비해 둔 계란을 받아 온 것으로 의심되는 사례가 발견됐다. 이에 농림축산식품부는 부랴부랴 121곳 농가에 대한 재검사를 실시했다.

조사 결과를 발표할 때도 실수는 이어졌다. 17일 오전 처음 발표한 살충제 성분이 검출된 계란 농가 숫자는 29곳이었지만 갑자기 31곳으로 바뀌었다. 31곳 명단도 잘못 발표 돼 애먼 농가들이 피해를 입었다. 17일 오후 10시 기준 전국 
살충제 부적합 농가는 45개로 늘었다.

며칠간 이어진 번복 탓에 농식품부 홈페이지에 공개된 이들 농장도 제대로 조사 된 것인지, 명단이 또 잘못 표기된 것은 아닌지 의심이 먼저 생긴다.

  • ▲ 공덕시장 내 계란소매점. ⓒ공준표 기자
    ▲ 공덕시장 내 계란소매점. ⓒ공준표 기자

  • 민들의 배신감은 여기서 끝이 아니다. 

    비싼 값을 치르더라도 '친환경' 인증 계란을 구매하고 조금 비싸더라도 대기업이 운영하는 대형마트를 믿고 구매했지만 되돌아온 것은 '살충제 성분 부적합 판정' 딱지였다. 

    홈플러스와 이마트에서 판매했던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나왔고 친환경 농가에서 생산한 계란에서도 살충제 성분이 검출됐다는 판정을 받았다. 전국에서 
    살충제 성분이 조금이라도 검출된 곳은 80곳(친환경 농가 63개·일반농가 17개)으로 늘었다. 

    살충제 계란은 단순히 식재료에 대한 공포감을 넘어 사회 시스템 전반에 대한 불신을 가중시켰다.

    국민들은 이제 정부도, 대기업도, 친환경 인증도 마음 놓고 믿을 수 없게 됐다. 어쩌다 대한민국은 작은 계란 한 알 조차 믿고 사먹을 수 없는 나라가 됐는지 개탄스러울 따름이다. "집에서 닭을 키워야 할 판"이라는 우스갯소리를 마냥 농으로만 웃어 넘길 수가 없다. 

    농식품부는 오늘 오후 4시 전수조사 최종 집계 결과를 발표한다. 중요한 것은 정부가 발표하는 숫자나 명단이 아니라 국민들이 이를 얼마나 신뢰할 수 있는지의 여부 아닐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