현지 주주와 협상 끝에 ‘300억원’ 증자키로국내 6개 대형 증권사 모두 베트남 진출 나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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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NH투자증권(사장 김원규)이 오랜 숙원이던 베트남 법인의 완전 자회사를 이뤄냈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NH투자증권은 지난주 이사회를 열고 베트남 법인인 ‘우리 CBV(Woori CBV Securities Coperation)’을 완전 자회사하기 위해 300억원을 증자하는 안건을 통과시켰다.

    현재 NH투자증권은 베트남 법인 지분 49%를 보유하고 있다. 나머지 지분 51%는 현지 대주주 연합이 보유하고 있었다. NH투자증권 측은 그간 베트남 법인을 완전자회사로 만들기 위해 현지 대주주 측과 가격 협상을 벌여 왔다.

    당초 업계가 예상한 인수 가격은 약 70~80억원대 정도였다. 그러나 실제 증자 규모는 300억원에 달해 추정치를 크게 웃돌았다. 최근 국내 주요 증권사들이 대부분 베트남 시장에 경쟁적으로 진출하면서 가격대가 상당히 높아진 것으로 알려졌다.

    완전자회사가 이뤄지면 향후 현지 법인 및 세부 비즈니스 일정도 결정될 예정이다.

    NH투자증권의 베트남 법인 자회사화를 추진한 관계자는 “현재 지분 인수 완료 후 인프라 구축 등 기본적인 업무가 남아있는 상태”라며 “현지 법인장으로 누가 선정될 지는 아직 미정”이라고 전했다.

    이와 함께 “베트남 현지에서 사용될 모바일 트레이딩 시스템(MTS) 개발 등도 본사 인수단 파견 및 현지 실사 후 개발 여부를 판단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NH투자증권은 앞서 지난 2009년 9월 당시 우리투자증권 시절 ‘우리 CBV증권’의 이름으로 베트남 CBV증권 지분 49%를 인수했다.

    국내 증권사들의 베트남 시장 진출은 지난 10여년간 꾸준히 추진돼 왔다.

    앞서 미래에셋대우, 한국투자증권, 신한금융투자 등은 베트남 시장에서 자체 법인을 내 현지 시장을 공략해 왔으며 점차 사세를 확장 중이다.

    가장 이른 지난 2007년 베트남 법인을 설립한 미래에셋대우는 올 6월 1000억원을 증자하며 현지 시장 공략에 박차를 가했다. 한국투자증권도 지난 2010년 현지 증권사를 인수해 세운 베트남 법인 ‘KIS 베트남’의 지분율을 98.7%까지 올렸다.

    신한금융투자도 지난해 2월 현지 법인 지분을 100% 인수해 완전자회사로 만들고 최초로 온라인 주식거래 시스템을 도입하면서 화제에 올랐다.

    후발 주자들의 추가 진출도 활발하다. KB증권은 최근 베트남 메리타임증권사의 인수를 위한 입찰 제안서를 제출한 것으로 알려졌다.

    삼성증권도 홍콩계 사모펀드 칼데라퍼시픽과 함께 베트남 최대 자산운용사인 ‘드래곤캐피탈’ 지분 인수 추진에 나섰다. 인수 지분은 40%로 삼성증권과 칼데라퍼시픽이 공동 2대주주가 된다.

    그러나 막상 베트남 시장에서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은 그리 두각을 드러내지 못하는 상황이다.

    현재 베트남 현지 법인을 설립한 국내 증권사 4곳의 상반기 실적은 아직 미미한 수준이다. 미래에셋대우는 14억원, 한국투자증권은 10억원의 순이익을 기록해 겨우 적자를 면한 수준이며 신한금융투자는 4억원의 손실을, NH투자증권은 3억원대의 손실을 각각 기록했다.

    아직 베트남 증권 시장은 초보적인 단계에 머물러 있는 탓이다. 실제 베트남 증권 시장은 거래 횟수가 제한되는 등 규제가 많아 거래가 활발하지 않은 편이다.

    그럼에도 많은 증권사들이 베트남 시장에 관심을 보이는 것은 높은 성장 가능성 때문이다. 매년 경제 성장률이 6%대에 달하는 고성장 추세인데다 1억명에 육박하는 인구 수, 그 중에서도 30대 이하 젊은층이 60%를 넘어 소비 시장이 활발하다는 점이 ‘투심’을 자극하고 있다.

    업계 관계자는 "신흥시장은 아직까지 글로벌 투자사들이 독점하고 있는 상황이라 국내 증권사들의 실적은 돋보이지 않고 있다"면서도 "장기적인 안목으로 볼 때 새로운 투자처 발굴의 차원에서 베트남 시장이 각광받고 있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