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법 논란에도 경영난 중소병원 돌파구· 취약한 재활의료 분야 발전 기대감…결국 롯데에 달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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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호텔롯데가 보바스기념병원의 실질적인 운영권을 쥐게 되면서 그간 명맥이 끊겼던 대기업 의료기관 진출의 물꼬가 터졌다.


    편법과 의료영리화 논란을 넘어 호텔롯데가 대기업 병원사업 진출의 새로운 모델로 새 역사를 쓸지 관심이 모이고 있다.


    ◆보바스병원으로 가는길, 우회로 택한 롯데…명맥 끊긴 대기업 진출 잇는다

    서울회생법원이 보바스기념병원을 운영하는 늘푸르의료재단 회생계획안을 지난 21일 최종 인가 결정하면서 호텔롯데의 병원 사업 진출이 가시화됐다.


    호텔롯데가 실질적인 지배권을 갖게 된 보바스병원은 지난 2002년 경기도 성남시 분당구에 개원한 540여병상 국내 최대 규모(1000평)의 재활요양병원이다. 지속적인 성장가도 속에 95%이상의 병상가동률, 연 의료수익 매출 400억원을 기록하며 의료계에서도 소위 '잘나가던' 병원으로 평가받았다.


    승승장구하던 보바스병원은 전임 이사장의 과도한 토지 구입과 비용 지출, 대표권 남용으로 발생한 빚을 떠안으면서 고꾸라지기 시작했다. 결국 지난해 보바스병원은 파산 대신 회생 신청을 했다.


    여기에 막대한 자금력이 있는 호텔롯데가 뛰어들었다. 호텔롯데는 지난해 11월 총 600억원 무상출연과 2300억원 대여 등 총 2900억원의 투자조건으로 재단과 인수계약을 맺었다. 대신 늘푸른재단 이사회 구성 권한을 호텔롯데가 받기로 했다. 소유권은 없지만 재단 이사회를 호텔롯데가 장악, 병원 운영의 실질적인 권한을 갖는 것이다.


    호텔롯데의 이같은 의료기관 진출 방식은 회생계획 논의 과정에서 위법성 논란으로 이어졌다. 대기업이 편법 논란 없이 의료기관 사업에 뛰어들려면 비영리법인 등을 세워 새롭게 의료기관을 개설해야 한다. 예컨대 대기업병원의 대표격인 삼성서울병원이나 서울아산병원은 비영리재단을 통해 설립, 운영되고 있다. 현행 의료법상 의료기관 개설 주체를 의사·의료법인·비영리법인에 한정하고 있고, 의료법인 간 합병도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호텔롯데는 그렇게 하지 않았다. 의료법인을 사고 파는 것은 금지돼 있어도 의료법인 경영권 인수까지는 법에서 명시적으로 제한하지 못하고 있기에 가능했다.


    호텔롯데가 위법성 논란까지 일면서 우회로를 택한 이유는 리스크 완화로 분석된다. 삼성서울병원과 서울아산병원은 그룹 총수의 의지에 따라 대규모 투자가 있었고, 오랜 시간 노하우 축적 끝에 현재 명성에 이르렀다. 재단을 설립해 병원을 짓지 않고 기존 의료법인의 이사회를 장악하는 방식은 기라성 같은 대형병원과의 경쟁 속에 의료 분야 노하우가 전무한 호텔롯데로서는 묘책인 셈이다.


    법원의 이번 판단으로 십수년간 끊겼던 대기업 의료기관 진출의 명맥이 다시 이어지는 모습이다. 대기업 병원사업은 현대의 아산병원(1977년)을 신호탄으로 삼성의 삼성의료원(1982년), 한진의 인하대병원(1984년), 대우의 아주대병원(1987년), 두산의 중앙대병원(2008년) 이후로 끊겼다.


    한국야쿠르트, 부영그룹, 호반건설·보성건설 등 유수 대기업이 의료기관 운영에 관심을 보여왔지만 막대한 자금 부담과 병원 운영 노하우 부재 등으로 시도에 그쳤을 뿐이다.


    호텔롯데는 관계자는 "국내 재활시설과 요양시설이 상당히 부족한 상황은 호텔롯데가 재활 의료기관 사업에 뛰어든 이유다. 앞으로 의료소외계층에 대한 사회공헌 차원의 지원도 검토하고 있다"면서 "보바스병원이 지금보다 더욱 고도의 실력, 인프라를 갖추도록 그룹 차원에서 지원을 아끼지 않을 것"이라고 말했다.


    ◆의료영리화 VS 취약한 재활의료 한단계 업그레이드…결국 롯데에 달렸다


    이번 호텔롯데의 보바스병원 인수에는 우려와 기대의 시선이 공존하고 있다.


    우려하는 시선에는 '대기업의 의료기관 진출=돈벌이·의료영리화' 공식이 저변에 깔려있다. 공공의료성남시민행동은 "의료영리화를 추진하고자 하는 재벌의 병원 우회 인수합병은 위법"이라면서 "재벌 특혜"라고 비판했다.


    반대로 자금력을 가진 대기업의 투자가 의료기술 등 전반적인 의료산업을 발전시킬 것이라는 기대감도 높다. 의료정책 전문가들은 무엇보다 보바스병원이 재활치료를 전문으로 한다는 점에서 긍정적인 평가를 하고 있다.


    의료계는 제대로 된 시설을 갖추고 양질의 재활병원으로서 주도적인 역할을 의료기관은 많지 않다고 보고 있다. 특히 낮은 수가(의료서비스 대가) 문제로 전문적인 재활 치료를 하는 대신 장기입원을 위한 요양병원 수준 운영에 그치는 실정이다.


    국민건강보험공단 이홍균 건강보험정책연구원장은 "대기업의 대대적 투자 방침 속에 삼성서울병원이 내과계, 서울아산병원이 외과계 의료기술 발전이나 혁혁한 공을 세웠다는 것은 부정할 수 없는 일"이라면서 "사회적으로 재활치료 영역의 중요성은 계속 높아지고 있어 투자가 필요하지만 저수가 논리에 갇혀 정체된 분야다. 예단할 수는 없지만 그런 측면에서 호텔롯데 진출이 긍정적인 결과를 가져올 수도 있다"고 밝혔다.


    서울의대 의료관리학교실 김 윤 교수는 "의료기관 공급 과잉 상태에서 투자 여력의 한계에 도달한 병원들이 새로운 투자자를 발견한 것"이라면서 "그런 측면에서 긍정적인 기대가 있을 수 있다"고 전했다.


    호텔롯데의 의료기관 운영에 대해 우려와 기대가 공존하는 만큼 향후 호텔롯데의 방향성과 목표에 모든 것이 달려 있다는 지적이다.


    김 윤 교수는 "과거 삼성병원과 아산병원은 대한민국 최고 병원을 세우겠다는 목표를 세웠지만 호텔롯데가 병원을 인수해 무엇을 하겠다는 건지 간단히 설명되지 않는 건 사실"이라면서 "앞으로 어떻게 하느냐가 중요하다. 편법적인 방식을 택한 호텔롯데에 대한 역사적 평가는 결국 호텔롯데에 달려 있다"고 말했다.


    이어 김 교수는 "재활 분야는 수가가 낮지만 대신 반복적인 입원이나 장기입원에 대한 통제가 없을 뿐 아니라 여러 가지 비급여 치료를 하기 유리한 조건의 '룰이 잘 안잡힌 시장'"이라면서 "여기서 호텔롯데가 돈벌이를 할지, 아니면 재활의료를 한 단계 업그레이드시킬지 흥미롭게 지켜봐야 할 대목"이라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