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최근 야당에 이어 여당에서도 '단말기 완전자급제'에 대한 논의가 급속도로 이뤄지며, 이통사들의 숨통이 틔이는 모습이다.
단말기 자급제가 시행되면 휴대전화 단말기 유통과정에서 이통사가 유통점에 지원하는 판매 장려금이 사라지면서 마케팅 비용을 절감할 수 있기 때문이다. 특히 보조금 개념이 사실상 사라져 선택 약정 요금할인 제도 역시 유명무실해질 가능성도 높다.
26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최근 국회 과학기술정보방송통신위원회 김성태 의원(자유한국당)이 단말기 완전 자급제를 골자로 한 전기통신사업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한데 이어 최근 박홍근 더불어민주당 의원도 '완전자급제' 도입 방안을 담은 '전기통신사업법 일부개정법률안'을 대표 발의했다.
박 의원은 "완전자급제가 시행되면 휴대전화 단말기를 별도로 구입한 후 통신 서비스에 가입해야해 소비자들이 온라인에서 가격비교를 통해 저렴한 단말기를 구매하는 방식이 확산될 것"이라며 "또 유심칩 교체를 통해 언제든 통신사를 변경할 수 있어 자신에게 맞는 합리적 요금제를 선택하기도 훨씬 쉬워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특히 박 의원은 완전자급제가 단말기 판매시장에 대기업이 진입, 영세 유통점둘의 줄도산 우려를 보완할 '제한적 완전자급제 장치'도 마련했다.
이는 이동통신 서비스와 단말기의 결합판매를 완전히 단절시키는 완전자급제 고유의 취지는 유지하되 골목상권 보호를 위해 대기업의 휴대전화 판매를 금지시키는 것이 골자다.
다시말해, 일반 휴대폰 유통점(오픈마켓)만 단말기를 판매할 수 있도록 하고, 제조사 및 대기업과 그 특수관계인이 운영하는 유통점들에선 단말기를 판매하지 못하도록 하겠다는 것이다.
정치권에서 이 같은 논의가 일자 이통사들은 자급제 도입에 탄력이 붙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완전자급제'든 '제한적 자급제'든 자급제가 시행되면 이통사들은 가입자를 유치하기 위해 그동안 전국 휴대전화 판매점에 제공했던 기존 판매 장려금을 주지 않아도 되기 때문이다.
말그대로 통신서비스만 제공하면 되기 때문에, 기존 단말기 판매를 위해 매년 전국 휴대전화 판매점에 지원해 왔던 7조~8조원의 마케팅 비용 절감이 가능해진다.
이뿐만이 아니다. 이통사들은 선택약정할인율 25% 상향으로 매출 직격탄이 예상되고 있지만, 자급제가 시행되면 요금제만 제공하면 되기에 보조금 개념이 사라져 사실상 선택 약정 요금할인 제도로 인한 피해는 물론, 지원금상한제 일몰로 인한 추가 비용을 걱정하지 않아도 된다.
이통사들은 요금 청구액에 단말기 할부 구매 금액이 포함된 경우도 전체 통신비로 인식되는 경향이 대선 때마다 '통신비 인하' 공약으로 나오는 주원인으로 보고, 이번 자급제 시행만이 다음 정권에서도 이어질 수 있는 '통신비 인하' 공약을 원천 차단할 수 있는 유일한 방법으로 보고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자급제가 시행되면 영세 유통점들이 어려움을 겪을 것이 예상되지만, 이를 보완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를 마련해 골목상권을 보호하면 된다"며 "정부의 찍어누르기식 통신시장 개입 속 완전자급제가 시행되지 않는다면, 이통사들의 피해가 커져 국가 통신산업 전체가 마비될 수 밖에 없다"고 말했다.
이어 "통신산업 위기가 곧 국가경제 위기로 이어지는 만큼, 통신생태계 상위에 있는 이통사들의 숨통을 자급제로 튀어줘 관련 산업의 활기를 다시 불어넣어야 한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