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쓰지 않은 선불카드의 잔액이 쌓이고 있다.
금융사들이 연간 1000만장에 달하는 선불카드를 매년 찍어내는데 정작 고객들의 미사용금액은 좀처럼 줄어들지 않기 때문이다.
이에 선불카드 사용을 촉진하기 위해 금융당국이 각종 조치를 취했지만, 금융사들이 내놓는 기프트카드 대부분이 주인을 알 수 없는 무기명이어서 골칫거리다.
30일 박찬대 의원(더불어민주당, 인천 연수구갑)실에 따르면 국내에서 카드사와 겸영은행 19곳이 발행한 선불카드는 지난해 1126만장으로 전년도 651만장에 비해 73.1%나 급증했다. 올해 상반기에는 202만장이 발행됐다.
이처럼 시중에 유통된 선불카드는 크게 늘었지만 카드 1개당 평균 발행 금액은 지난해 1만원 수준으로 전년도(1장당 평균 13만원)보다 크게 감소했다.
이는 소액의 선불카드가 시중에 많이 유통됐다는 의미다. 그만큼 선불카드 대중적으로 많이 쓰인다는 뜻이기도 하다.
하지만 정작 카드를 받아든 고객들의 이용 규모는 줄어들고 있다.
지난해 7175억원으로 전년도에 비해 12.7%, 2014년에 비해서는 24.9% 감소했다.
선불카드의 유효 기간은 보통 5년이다. 적어도 5년 전에 발행된 선불카드는 2017년에도 쓸 수 있다는 얘기다.
그런데도 최근 들어 이용 금액이 줄어드는 추세인 것이다.
이는 매년 카드사와 겸영은행들이 수백억원씩 선불카드를 찍어내는데도 정작 고객들이 쓰지 않는다는 의미다.
이에 따라 실제로 고객이 쓰지 않았으나 유효 기간 5년이 지나지 않은 미사용 잔액이 쌓여가고 있다. 특히 지난 6월 말 기준 미사용 잔액은 2655억원으로 6개월 새 10.3% 증가했다.
회사별로는 농협은행이 754억원으로 가장 많았다. 지난해 말 351억원에 비해 2배 이상 급증하면서 카드업계 1위 신한카드 미사용 잔액을 압도했다. 이어 신한카드 323억원, IBK기업은행이 232억원, 롯데카드 204억원 순으로 많았다.
금융당국이 지난해 11월 선불카드 약관을 만들고 환불 규정을 완화하는 등 선불카드 잔액 해소에 힘쓰고 있지만 역부족이다.
문제는 금융당국의 환불 기준은 기명 카드를 기준으로 하는데, 금융사들이 찍어내는 선불카드의 80%가 무기명이기 때문이다.
롯데카드 관계자는 "자사의 경우 롯데리아나 롯데면세점 등 유통 계열사들이 마케팅 활동 등을 위해 선불카드를 비정기적으로 대량 구입한다"며 "선불카드의 대부분이 무기명"이라고 설명했다.
또 금융사 입장에서는 판촉 활동 등에 활용되는 선불카드를 많이 발행할수록 이득이기 때문에 선불카드 발행을 갑작스레 축소하기도 어렵다.
카드를 발행할수록 카드사의 매출로 이어지고, 특히 쓰지 않은 카드는 유효기간이 지나면 카드사 수익으로 돌아오기 때문이다.
이에 금융당국 관계자는 "약관을 만드는 등 선불카드에 대한 환불 기준 등을 만들어도 대개 금융사가 발행하는 선불카드는 무기명식이다보니 누가 카드를 보유하고 있는지 알 수 없기 때문에 환불 등으로 소비자 보호를 강화할 수 있는 방안에 한계가 있다"고 토로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