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체부 관계자 등 출석 예정… 후원 과정 증언 나설 듯"특검, 지원 서둘렀다 VS 변호인단, '공익성-강요' 후원"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뉴데일리DB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공판이 9일 본격적인 증인신문에 돌입한다. 지난 9월부터 진행된 항소심 공판은 현재까지 세 차례의 프레젠테이션 공방(PT)과 한 차례의 서류증거 조사를 마친 상태다.

    이날부터 특검과 변호인단이 신청한 증인들을 상대로 신문이 이뤄짐에 따라 공판 흐름에도 변화가 예상된다. 지난 1심에서 증인신문이 불발된 박근혜 전 대통령과 최순실씨도 증인으로 채택된 만큼 유무죄를 둘러싼 양측의 공방은 더욱 치열해질 전망이다.

    9일 법조계에 따르면 이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5차 공판이 오전 10시, 312호 중법정에서 서울고법 형사13부(정형식 부장판사)의 심리로 진행된다.

    이날 공판에는 강 모 삼성전자 과장과 남 모 문체부 평창올림픽 지원과장이 증인으로 출석한다. 이들 모두 변호인 측이 신청한 증인으로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이하 영재센터) 후원 배경 및 과정 등에 대한 증언을 내놓을 것으로 관측된다.

    앞서 1심 재판부는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16억2800만원)을 부정한 청탁에 따른 대가성 지원으로 보고 유죄 판결을 내렸다. 피고인들이 영재센터가 비영리·공익단체가 아닌 것을 알고 있었다는 점, 대통령의 요구가 구체적으로 특정됐다는 점, 충분한 검토 없이 신속히 지원이 이뤄졌다는 점 등이 근거로 작용했다.

    현재 특검 측은 삼성의 후원이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간의 유착관계에 의해 이뤄진 것으로, 영재센터가 최씨의 사적 이익 추구 수단이라는 것을 인지했다는 주장을 펼치고 있다. 

    특검은 ▲영재센터가 사업자 등록도 안된 상태에서 지원을 요청한 점 ▲삼성이 상대적으로 과도한 금액을 지원한 점 ▲후원금이 내부품의서와 다르게 쓰인 점 ▲안종범 수첩에 기재된 ' 5억원 지원' 등을 근거로 내놓으며 영재센터 후원을 대가성을 띤 뇌물로 보고 있다.

    이에 변호인단은 영재센터의 공익적 측면과 기업 홍보 효과, 정부의 사실상 강요 등이 종합돼 후원에 나섰다며 특검의 논리를 정면 반박하고 있다. 특검이 주장하는 유착관계도 존재하지 않았으며 대통령 역시 영재센터 후원에 대해 언급한 적이 없다는 입장이다. 

    양측은 증인신문 과정에서 강 모 과장과 남 모 과장의 진술을 통해 서로의 주장이 사실이 아님을 입증할 전망이다. 특히 변호인단은 1심에서 유죄 판결을 받은 만큼 이들의 증언을 앞세워 무죄 판결을 호소할 것으로 보인다.

    영재센터 후원과 관련해 실무를 담당한 강씨는 지난 검찰 조사에서 "윗선에서 영재센터 지원을 매우 서둘렀다. 영재센터에서 급하다고 하니 최대한 빨리 후원금을 줄 수 있도록 하라는 취지의 말을 들었고 급하게 지급한 것으로 기억한다"고 진술한 바 있다. 지난 2015년 9월30일에는 영재센터에 '금일 오전 중으로 업체 등록을 해주시면 감사드리겠다'는 메일을 보낸 것도 확인됐다. 

    특검은 강씨의 진술 내용을 앞세워 삼성이 대통령의 요구를 받은 이 부회장을 중심으로 신속한 자금 집행에 나선 것을 방증한다는 주장을 펼칠 전망이다. 또 삼성의 최초 후원 품의가 이뤄진 9월25일까지도 영재센터의 사업자 등록이 이뤄지지 않았다는 점을 앞세워 공익적 측면과는 무관하다는 입장을 내세울 것으로 보인다.

    반면 변호인단은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 목적과 강씨의 진술이 부합한다는 데 무게를 둘 계획이다. 후원이 빠르게 진행된 것은 정부의 거부할 수 없는 요구에 의한 것이라는 입장을 거듭 강조할 것으로 관측된다. 강씨의 메일에 언급된 업체 등록에 대해선 사업자 등록과는 별개의 삼성전자 내부 회계시스템상 업체 등록을 의미하는 것으로, 후원금 지급을 위해 반드시 거쳐야 했던 과정임을 내세울 예정이다.

    이 밖에도 남 모 과장의 진술을 통해 삼성뿐만 아니라 문체부와 강릉시 역시 영재센터를 후원했다는 점을 토대로 공익적 목적이 존재했음을 입증하는 데 주력할 계획이다.

    지난 공판에서 변호인단은 "문체부와 강릉시도 특검이 주장하고 있는 사업자 등록 전에 영재센터를 지원했다"며 "이들도 삼성과 같이 조사했는지 의문이다. 삼성에만 법적 평가를 달리하는 것은 문제가 있다"고 지적한 바 있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그동안 PT공방과 서증조사 과정에서는 양측이 준비해온 자료를 바탕으로 입장을 전달해 다소 밋밋한 흐름 속에 공판이 진행된 측면이 있었다"며 "증인신문에서는 돌발 변수들이 생길 수 있는 만큼 공세 변화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