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차례 종료…특검-변호인단, 쟁점별 항소이유 '눈길''부정한 청탁-안종범 수첩' 논란 재점화…'승계작업' 여부 공방영재센터 및 재단 지원… "특검 '대가성' vs 삼성 '공익성'"
  •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박영수 특별검사(오른쪽). ⓒ뉴데일리DB
    ▲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왼쪽)과 박영수 특별검사(오른쪽). ⓒ뉴데일리DB


    뇌물공여 등의 혐의로 1심에서 실형을 선고받은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에 대한 항소심 PT 공방이 지난달 30일 마무리됐다.

    항소심 공판은 9월 28일 1차 공판준비기일 이후, 1심 판결에 대한 특검과 변호인단의 쟁점별 항소 이유를 밝히는 3차례의 프레젠테이션(PT) 공방으로 진행됐다. 특검과 변호인단은 한 달간 진행된 PT공방을 통해 이 부회장을 포함한 피고인들의 ▲뇌물공여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국회 위증 등의 혐의를 놓고 첨예한 법리다툼을 벌였다.

    오는 2일부터는 본격적인 서류증거조사와 증인신문이 시작될 예정인 가운데, 앞서 진행된 PT 공방의 주요 쟁점을 짚어본다.

    항소심 1차 공판, '경영권 승계-안종범 수첩' 공방

    지난달 12일 열린 항소심 1차 공판에서는 이 부회장의 경영권 승계를 위한 부정한 청탁과 안종범 수첩의 증거능력 등을 놓고 양측의 날선 공방이 진행됐다. 

    특검은 1심 재판부가 경영권 승계라는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은 인정하면서도 개별 현안에 대한 청탁은 인정하지 않은 점에 주목했다.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삼성생명의 금융지주사 전환 추진, 순환출자 해소 등 개별 현안들이 안종범 수첩과 대통령 말씀자료 등에 기재돼 있음에도 명시적 청탁을 인정하지 않아 항소에 나섰다는 주장이다.

    변호인단 역시 개별 현안을 비롯 1심 재판부가 인정한 '포괄적 현안에 대한 묵시적 청탁'에 문제를 제기했다. 이미 지배력을 충분히 확보한 상황에서 승계작업을 할 필요성이 없었을뿐더러, 승계작업이라 판단할 근거도 부족하다는 의견이다.

    변호인단은 특검이 승계작업의 일환으로 지목한 삼성물산 합병 등 구체적인 현안들에 대해서도 반론을 이어나가며 유죄 판결의 부당함을 지적했다. 특히 1심 판결에 대해서는 '나무는 없는데 숲이 있다고 하는 것과 같다'고 꼬집으면서 경영권 승계작업 존재 자체를 강하게 부인했다.

    이날 공판에서는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의 수첩도 뜨거운 논쟁거리로 떠올랐다. 특검은 수첩에 기재된 내용이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의 부정한 청탁을 입증한다는 주장을 내놓았다. 변호인단은 전문증거로서 증거능력이 제한돼야 한다는 입장을 고수했지만, 특검은 안 전 수석이 기재 사실을 인정하는 만큼 진정 성립이 이뤄졌다는 데 무게를 뒀다.

    더욱이 영미법과 국내법을 비교하면서 전문증거의 허용범위를 확대 해석해야한다는 주장을 펼쳐 눈길을 끌었다. 양측은 각자 대법원 판례와 사례를 제시하며 지난 1심에서와 같이 수첩의 증거능력 여부를 놓고 팽팽히 맞섰다.

    ◆"핵심 쟁점은 '뇌물죄'"…'정유라 승마지원' 도마위 

    지난달 19일 항소심 2차 공판에서는 삼성의 정유라 승마지원을 둘러싼 뇌물죄 적용 여부가 도마위에 올랐다. 공여자와 수수자간 대가관계 합의 시점 및 성격에 대한 의견 충돌이 일어난 셈이다.

    특검은 지난 2014년 9월 대구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이뤄진 '1차 독대'를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대가관계 합의로 판단했다. 수수자인 대통령이 뇌물제공을 요구했고 공여자인 이 부회장이 승낙해 수수합의의 전체적인 틀이 만들어졌다는 논리다. 특검은 이를 두고 '외관상 협회 인수 및 선수지원에 대한 합의일 뿐 실제는 정유라 지원을 합의한 것'이라고 강조했다.

    또 2차 독대의 경우 앞서 진행된 뇌물수수 합의를 재차 확인하는 단계로 이후 실무자간 본격적인 뇌물공여 협의가 이뤄졌다고 해석했다. 다만 1차 독대를 핵심 시점으로 꼽으면서도 당시 언급된 내용에 대해선 관련 증거들을 내보이지 못해 아쉬움을 남겼다. 특히 1차 독대와 2차 독대 사이 약 1년의 기간 동안 삼성의 지원이 제대로 이뤄지지 않은 사실을 증명하지 못해 논리적 허점을 남겼다.

    변호인단은 1차 독대가 예정에 없었을뿐더러 승마협회 인수 및 올림픽 승마지원에 대한 요청만 있었다고 반박했다. 2차 독대에 대해서도 '대통령과 최씨의 관계를 몰랐다'며 둘은 상당히 특수한 관계로 이를 파악한다는 것은 누구도 상상조차 못하는 어려운 일이라고 강조했다. 여기에 이 부회장이 독대 자리에서 강한 질책을 받은 것에 무게를 두며 1차 독대에서의 대가관계 협의를 전면 부인했다.

    양측은 승마지원의 뇌물죄 적용 여부에 대해서도 법리다툼을 이어나갔다. 변호인단은 ▲승마지원으로 대통령이 얻은 이익이 없다는 점 ▲코어스포츠가 계약에 따라 용역을 수행했다는 점 ▲삼성은 정유라 외 다른 선수들을 선발하려 했다는 점 등을 내세우며 승마지원의 진정성을 강하게 피력했다. 

    특검 역시 삼성이 승마협회에 보낸 선수 추천 공문의 문제점과 용역계약서의 허위성 등을 내세우며 승마지원의 뇌물죄 성립을 주장했다. 또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증언을 들어 삼성은 최씨 모녀의 존재를 알고 있었던 만큼 승마지원이 대가성을 띠고 있다고 강조했다. 

    변호인단은 김 전 차관의 증언에 신빙성이 없다는 주장을 펼쳤지만, 특검은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은 대통령과 최순실일 것이고 다음이 피고인들이다. 김 전 차관이 허위진술을 많이 할 지 피고인들이 많이 할 지 계산하지 않아도 알 수 있다"고 일축했다.

    ◆'재단-영재센터' 지원…'대가성' 여부가 관건

    항소심 3차 공판에서는 삼성의 한국동계스포츠영재센터 후원 및 미르·K스포츠 재단 출연에 대한 유·무죄 성립 여부를 놓고 양측의 법리공방이 이어졌다. 이날 공판에서는 삼성의 영재센터 및 재단 지원의 성격과 김 전 차관의 역할이 화두로 떠올랐다. 

    변호인단은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과 재단 출연 모두 공익적 목적과 정부의 강요에 의한 지원이었다는 데 중점을 두고 무죄를 주장했다. 영재센터 후원은 스포츠 유망주 발굴과 은퇴선수 취업기회 제공 등 공익적 측면과 대통령 및 김 전 차관 등 정부의 강요가 결합된 지원이라는 뜻이다. 재단 출연 역시 '문화·체육 융성'이라는 정부의 요구에 기초해 공익성을 목적으로 지원한 것일뿐 대가관계는 아니라고 강하게 부정했다.

    반면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 사이에 형성된 '부정한 청탁에 관한 유착관계'에 따른 대가성 지원이라는 점을 강조하며 유죄를 확신했다. 이미 1차 독대 이후 정경유착의 고리가 형성됐다는 전제에 따른 결과다. 또 안종범 수첩에 기재된 '빙상', '재단'이라는 글자를 핵심 근거로 내세우며 대통령이 직접 영재센터와 재단 지원을 지시했다고 거듭 강조했다.

    하지만 당시 1차 독대의 경우 5분이라는 짧은 시간 동안 진행됐고, 대통령이 독대에서 영재센터와 재단을 언급했다는 사실을 입증할 증거 역시 불충분해 이같은 주장은 힘을 잃었다. 특검은 변호인단이 주장한 공익적 측면에 대해서도 기존의 사회공헌 활동과 성격을 달리했다는데 초점을 맞추며 공세를 이어갔지만, 정부와 지자체 역시 영재센터를 지원했고 전경련의 할당 비율에 따라 타기업들도 출연한 사실에 가로막히고 말았다. 

    더욱이 변호인단은 "특검은 삼성이 낸 출연금을 언급하며 상상도 못할 금액이라고 하는데 액수가 적다고 뇌물 성립이 안되는 것이 아니지 않느냐"며 반문하는 등 일침을 가하기도 했다.

    김종 전 문체부 차관의 역할에 대한 양측의 상이한 주장도 눈여겨볼 점이다. 변호인단은 "원심은 김종의 관여 정도를 무시하고 축소했다. 김종은 영재센터 설립, 인사, 조직 등에 직접 관여한 인물로 여러 증거나 진술에 비춰볼 때 촉매 역할만 했다는 원심 판결은 잘못됐다"고 지적했다. 삼성의 영재센터 후원이 김 전 차관을 통해 진행됐음에도 불구, 대통령과 이 부회장의 합의를 통해 이뤄진 것이라는 원심의 판결에 이의를 제기한 것이다.

    이에 특검은 "대통령의 요구를 받은 이 부회장이 직접 지시해 지원이 이뤄졌다는 연결고리를 끊으려 김 전 차관을 언급하는 것"이라고 반박했다. 이 부회장의 관여를 배제하기 위해 김 전 차관의 역할을 부각시키고 있다는 의미다. 다만 변호인단이 주장한 영재센터 내 김종의 역할에 대해선 아무런 반론을 제기하지 않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