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1월 21일 예술의 전당 음악당 콘서트홀
  • ▲ 손수연 오페라평론가ⓒ
    ▲ 손수연 오페라평론가ⓒ

현재 전 세계 오페라무대에서 프리마돈나로 맹활약 중인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가 남편인 베이스바리톤 니콜라 테스테와 함께 첫 번째 내한공연을 가졌다. 

담라우는 독일 출신이지만 맑고 명료한 벨칸토 발성을 구사하는 리릭 콜로라투라(서정적인 음색과 화려한 고음의 기교를 겸비한) 소프라노로 알려져 있다.

청회색의 투명한 눈동자와 금발머리가 매력적인 그녀가 등장하자 예술의 전당 콘서트홀 합창석까지 꽉 메운 관객들은 열광적인 환호를 보냈다. 

이같이 뜨거운 반응에 보답하듯 담라우는 의욕적인 가창과 활발한 연기로 첫 무대를 열었다. 첫 곡인 ‘방금 들린 그 음성(una voce poco fa)'이 담라우와 그다지 잘 어울린다고 할 수는 없었지만 독특한 해석과 정확한 기교로 안정적인 시작을 알렸다. 

1부에서 가장 돋보였던 곡은 줄리엣 왈츠로 불리는 ‘아 꿈속에 살고 싶어요!(Ah Je veux vivre!)’ 였다. 담라우의 개성과 장점이 명확히 드러나는 곡으로, 봄바람에 흩날리는 꽃잎처럼 화사하고 유연하게 뻗어나가는 음색이 인상적이었다. 
  • ▲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한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사진= 코리아아트컴퍼니 제공 ⓒ
    ▲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한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사진= 코리아아트컴퍼니 제공 ⓒ

  • 이날 처음부터 적극적인 액팅과 화려하고 거침없는 고음과 힘 있는 중저음을 들려줬음에도 불구하고 초반 그녀의 컨디션은 썩 좋은 편이 아닌 듯했다. 

    중저음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는 피로감이 다소 쌓여있었고, 추운 날씨 탓에 잠시 가동된 난방은 공연장 안을 건조하게 만들었기 때문에 노래하는 사람으로서는 상당히 부담이 되었을 것이다. 담라우에게 휴식시간을 확보해 주기 위해 프로그램은 남편인 베이스바리톤 니콜라 테스테의 무대와 오케스트라의 연주에도 꽤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프랑스 출신 베이스바리톤 니콜라 테스테는 2016년 뉴욕 메트로폴리탄오페라하우스의 오페라 ‘진주조개잡이’에서 제사장 누라바드로 나온 바 있다. 

    진중하고도 우아한 음색이 특징인 그는 담라우와 좋은 조화를 이뤘고, 솔리스트로서도 존재감 있는 모습을 보여줬다. 특히 베르디 오페라 돈 카를로에서 필리포 왕의 독백을 프랑어 버전으로 소화한 ‘그녀는 날 사랑하지 않아(Elle ne m'aime pas)'에서 역할에 녹아든 표현력이 일품이었다. 

    디아나 담라우는 영리한 소프라노였다. 

    관객으로 가득 찬 공연장의 음향 상태, 자신의 현재 컨디션 등을 확인한 1부가 끝난 뒤, 새롭게 시작된 2부에서는 이를 노련하게 컨트롤하는 모습을 보여주었다. 

    오페라 디노라 중 ‘그림자의 노래(Ombre légère)'는 고난이도의 기교가 요구되는 콜로라투라 소프라노의 명곡이다. 담라우는 최대한 소리의 폭을 좁히고 이마와 비강을 사용해 목에 무리가 가지 않도록 조절하면서 이 곡을 화려하고 매끄럽게 소화해냈다. 

    이는 벨칸토 발성에 대한 탄탄한 기본기를 갖춘 성악가만이 할 수 있는 뛰어난 능력이라고 생각된다. 동시에 소리를 낭비하지 않고 이어 불러야할 오페라 라 트라비아타의 장대한 아리아를 위한 에너지까지 응축해 두는 것 역시 세계 정상의 소프라노다운 모습이었다. 

    공연의 피날레를 장식한 '아 그대인가? (Ah, fors’e lui)'에서 담라우는 자신의 역량과 기교의 대부분을 보여주었다. 필자가 지난 2013년 밀라노 라 스칼라오페라극장에서 직접 보았던 담라우의 비올레타에 비해 한층 원숙해졌다. 능수능란한 기교와 보다 깊어진 감정의 진폭, 폭발적인 가창력까지 모두가 숨죽여 빠져든 20여분이었다. 

    공연의 하이라이트는 앙코르 순서에도 있었다. 

    열정적인 관객의 환호에 답하던 담라우가 악보를 펴들자 울리는 서주는 김성태 작곡의 ‘동심초’였다. 그녀는 비교적 정확한 발음과 유려한 프레이징으로 동심초를 완벽하게 연주했음은 물론이고, 이곡의 악상인 ‘애타는 심정으로’ 또한 그대로 그려냈다. 

    담라우에 앞서 올해 르네 플레밍, 안나 네트렙코, 안젤라 게오르규 등이 한국을 다녀갔다. 

    여러 가지 의미에서 2017년 서울은 세계 정상급 디바(Diva)들의 격전지가 된 셈이다. 이번 내한에서 게오르규의 공연은 실망감을 안겼지만, 플레밍은 풍부한 서정과 볼륨을 겸비한 고상한 무대를, 네트렙코는 강렬한 에너지를 분출하는 드라마틱한 무대를 우리에게 선사했다. 거기에 이날 담라우는 말 그대로 채색이 화려한 기교와 변화무쌍한 음색으로 또 다른 개성을 보탰다. 

    서울에서 세계적인 성악가들의 공연을 만날 수 있는 것은 행복한 일이 아닐 수 없다. 
    올해와 같이 풍부한 성찬을 자주 누렸으면 한다. 
    /오페라평론가 손수연 yonu44@naver.com

  • ▲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한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사진= 코리아아트컴퍼니 제공 ⓒ


  • ▲ 21일 예술의전당 콘서트홀에서 첫 내한공연한 소프라노 디아나 담라우. 사진= 코리아아트컴퍼니 제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