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X 반도체 톱15’, 3%대 약세 … 구성 종목 일제히↓美 관세 불확실성 확대·中 반도체 관련 에너지 규제 영향“AI 수요 여전 … HBM·D램 등 메모리 반도체 성장할 것”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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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국내 증시 반도체 관련주들이 도널드 트럼프 미국 대통령의 관세 정책 불확실성과 중국 정부의 반도체 관련 에너지 규제 강화에 일제히 약세를 나타냈다. 다만, 시장에서는 인공지능(AI)에 대한 글로벌 수요가 여전히 높아 올해 반도체 기업들의 D램(DRAM), 고대역폭메모리(HBM) 중심 메모리 반도체 사업이 지속 성장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28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국내 주요 반도체주들로 구성된 ‘KRX 반도체 Top 15’ 지수는 전장(2325.88)보다 3.15% 급락한 2252.67로 거래를 마쳤다. 거래량과 거래대금은 각각 2185만주, 1조6459억원으로 집계됐다.

    지수 구성 종목들은 일제히 하락했다. 종목별로 살펴보면 이오테크닉스가 5.50% 내리며 낙폭이 가장 컸고 ▲ISC(-5.15%) ▲피에스케이홀딩스(-4.42%) ▲와이씨(-4.30%) ▲원익IPS(-4.27%) ▲한미반도체(-4.26%) ▲주성엔지니어링(-4.20%) ▲SK하이닉스(-3.72%) ▲테크윙(-3.13%) ▲HPSP(-2.96%) ▲삼성전자(-2.59%) ▲리노공업(-1.52%) ▲DB하이텍(-1.35%) ▲티씨케이(-1.30%) ▲LX세미콘(-0.18%) 등이 뒤를 이었다.

    앞서 반도체주들은 전날에도 줄약세를 기록한 바 있다. ‘KRX 반도체 Top 15’ 지수는 27일 2.03% 내렸으며 삼성전자(0.65%)를 제외한 지수 구성 종목 모두가 하락 마감했다. 특히 한미반도체(-6.00%), 테크윙(-5.51%), ISC(-4.58%) 등이 크게 하락했다.

    국내 상장지수펀드(ETF) 시장에서도 관련 종목들의 약세가 이어졌다. 한국투자신탁운용의 ‘ACE AI반도체포커스’는 3.42% 내렸고 신한자산운용의 ‘SOL AI반도체소부장’도 3.42% 빠졌다. 미래에셋자산운용의 ‘TIGER 반도체’와 삼성자산운용의 ‘KODEX 반도체’도 각각 3.18%, 3.03%씩 하락했다.

    이처럼 최근 반도체 기업들의 주가가 힘을 쓰지 못하는 이유는 트럼프 미 행정부가 수입산 자동차·주요 부품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고 발표하면서 관세 정책 관련 불확실성이 높아진 영향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지난 26일(현지 시각) 미국이 수입하는 외국산 자동차에 대해 25% 관세를 부과하는 내용의 행정 명령에 서명했다. 그는 기자회견에서 “우리가 할 일은 미국산 자동차가 아닌 모든 자동차에 25% 관세를 부과하는 것”이라며 “만약 미국에서 만들어졌다면 당연히 관세가 없다”고 밝혔다.

    아직 반도체, 의약품 등 개별 제품에 대한 관세 부과 여부는 밝혀지지 않았지만, 그간 트럼프 대통령이 품목별 관세 부과 방침을 공언해왔던 만큼 시장의 경계감이 커진 모습이다.

    이성훈 키움증권 연구원은 “국내 증시는 트럼프 대통령의 수입산 자동차에 대한 관세 발표와 함께 엔비디아 등 미국 주요 반도체주의 부진이 겹치며 반도체와 자동차 업종 매물 출회가 이어질 것”이라고 내다봤다. 이어 “결국 다음 달 2일 발표될 상호관세를 앞두고 최근과 같은 극심한 변동성 장세는 지속될 것으로 예상된다”고 전망했다.

    조연주 NH투자증권 연구원은 “트럼프 대통령의 자동차 관세 인상에 따른 미국 내 자동차 가격 상승 및 판매 축소는 불가피한 가운데, 자동차 제품별 가격 편차 심화 및 소비자들의 제품 옵션이 축소될 수 있다”면서 “향후 트럼프 관세 정책이 다수 예정돼 있다는 점에서 당분간 경기 침체 공포심리는 지속 확대될 것”이라고 진단했다.

    또한 중국이 반도체 관련 에너지 규제를 강화하면서 관련주들에 대한 투자심리는 더욱 얼어붙었다.

    파이낸셜타임스(FT)는 중국 국가발전개혁위원회(NDRC)가 중국 기업들이 AI 데이터센터를 건설할 때 에너지효율이 높은 칩을 쓰도록 하는 규정을 도입했다고 보도했다. 해당 규정 하에서 중국에서 가장 많이 쓰이는 엔비디아의 H20 칩은 기준을 충족하지 못한다.

    해당 규정은 지난 2023년 마련돼 그동안 권고 수준에 머물렀지만, 이를 엄격히 적용하면 H20 제품도 중국 내에서 사용하지 못하게 된다. 실제 NDRC가 현장 점검과 벌금 부과 가능성을 경고하자 일부 기업은 기존 데이터센터의 H20 칩을 중국산 제품으로 교체한 것으로 알려졌다.

    다만, 시장에서는 AI 시장 성장이 가팔라짐에 따라 반도체 기업들의 주요 사업들도 빠르게 회복할 것으로 전망했다.

    실제 미국의 마이크론테크놀로지와 SK하이닉스는 올해 HBM 생산분을 모두 완판했으며 삼성전자의 경우 올해 HBM 공급량을 전년 대비 2배 수준 확대할 계획이다.

    메모리 반도체 가격도 상승세를 보이고 있다. 시장조사업체 D램익스체인지에 따르면 범용 D램 DDR4 8Gb 제품의 평균 현물 거래 가격은 최근 1.466달러를 기록하며 상승했다.

    모듈 업체 등이 낸드(NAND) 주문량을 늘리면서 낸드플래시 가격도 오르고 있다. 글로벌 낸드 업체인 샌디스크는 고객사들에 낸드 가격을 10% 인상하겠다고 밝혔다. 중국 최대 낸드 제조업체인 양쯔메모리(YMTC)와 미국의 마이크론도 가격 인상에 동참하겠다고 전했다.

    한동희 SK증권 연구원은 “이구환신, 관세 인상을 대비한 풀인(Pull-in) 수요가 메모리 출하 반등·재고 하락을 견인하기 시작할 것이고 제한적 투자 기조 가운데 AI 투자 강세 지속에 따른 HBM·D5 등 선단 공정 수급 여건은 단기에 해소되기 어렵다고 판단한다”며 “AI 투자 확대는 HBM 시장 전망의 상향 요인이며 수요 강세 속 공정 난이도 증가 등 공급 제한은 1년 이상의 장기공급계약 가능성을 높이는 요소가 될 것”이라고 내다봤다.

    박유악 키움증권 연구원은 “범용 D램은 견조한 HBM 수요 전망 하, 가격 상승 사이클에 진입하며 반도체 업종의 주가 상승을 이끌 것”이라면서도 “다만, HBM 수요 및 증설 계획에 대한 지나친 낙관은 오히려 경계해야 한다”고 조언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