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재용, 제2의 프랑크푸르트 선언 … 시진핑 접견트럼프 만난 정의선 … "미국 진출 꿈 펼치겠다"최태원 "상법 개정 신중히" … 정무적 발언까지도구광모, "생존 위한 변화 필수 … 절박감 가져야"
  • ▲ 28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제공상계 대표 회견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회장은 이날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30여 명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뉴시스
    ▲ 28일(현지 시간) 중국 베이징 인민대회당에서 열린 국제공상계 대표 회견에 참석한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 이 회장은 이날 글로벌 기업 최고경영자(CEO) 30여 명과 함께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을 만났다. ⓒ뉴시스
    4대 그룹 총수들이 한 치 앞을 내다보기 힘든 경영환경 속에서 '생존'까지 거론하며 전방위로 뛰고 있다. 미국 트럼프 정부의 관세 정책과 국내 정치적 불안정 상태가 이어지면서 격변기를 넘어서기 위한 생존 경쟁이 치열하게 펼쳐지고 있다는 평이 나온다.

    30일 재계에 따르면 삼성, SK, 현대자동차, LG 등 4대 그룹 총수들이 일제히 위기 대응을 위해 전면에 나서고 있다. 대내외적인 경영 불확실성이 커진 상황에 '생존'까지 거론하면서 위기 의식을 높이는 동시에 글로벌 경영 현장을 직접 누비고 있다.

    ◇ '생존'까지 거론한 삼성·LG 총수들 … 높아지는 위기의식

    삼성과 LG는 회사를 이끌 경영진들에게 강도 높은 '위기극복 의지'를 주문해 눈길을 끌었다. 이재용 삼성전자 회장은 지난달부터 열린 전 계열사 임원 세미나에서 위기 대처에 대한 강력한 주문에 나서면서 "사즉생의 각오로 위기에 대처해야 할 때"라고 생존 문제를 거론한 것으로 알려졌다.

    재계에선 이 회장의 '사즉생' 발언이 그 어느 때보다 엄중하고 무게감을 실은 경고를 임원들에게 날린 것이라고 평한다. 과거 고(故) 이건희 선대회장 시절 경영 위기 상황마다 있었던 '프랑크푸르트 선언', '애니콜 화형식' 같은 위기의식 메시지를 이 회장 방식으로 풀어놓은 것이라는 해석이 뒤따랐다.

    이어 이 회장이 여전히 사법리스크로 경영 전면에 나서지 못하는 상황 속에서도 중국을 방문해 샤오미, BYD 등 현지 유수 기업들과 협력 방안을 모색하는 등 글로벌 경영 행보에 나섰다. 사즉생 각오까지 다질 정도로 위기감이 큰 가운데 이 회장이 다시 현장 경영 리더십을 세우는 과정으로 풀이된다.

    이 회장의 이번 방중의 하이라이트는 시진핑 주석과의 만남이었다. 중국이 미국의 강도 높은 제재로 외국 기업의 투자가 절실한 상황에서 삼성을 포함해 글로벌 주요 기업들이 시 주석과의 만남을 통해 대중 투자와 협력에 나설 수 있어 주목도가 높았다. 삼성은 그 간 중국과 반도체, 가전, 모바일 등에서 두루 협력해왔고 AI(인공지능)로 시장 잠재력이 여전히 풍부한만큼 중국은 놓칠 수 없는 사업 파트너다.
  • ▲ 지난해 11월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한 (주)LG 구광모 대표(가운데) ⓒLG
    ▲ 지난해 11월 경기도 이천 LG인화원에서 열린 사장단 워크숍에 참석한 (주)LG 구광모 대표(가운데) ⓒLG
    조용한 리더십을 이어오던 구광모 LG 대표(회장)도 전날 열린 올해 첫 계열사 사장단 회의에서 위기관리와 생존에 목소리를 높여 주목받았다. LG의 78주년 창립기념일이기도 했던 이날 사장단회의에서 구 대표는 "변화는 더 이상 선택의 문제가 아니라 생존을 위해 반드시 해야 하는 일"이라며 "골든타임이 얼마 남지 않았다"며 시급함을 강조했다.

    구 대표는 생존을 위한 변화를 위해 '선택과 집중'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모든 사업을 다 잘할 수는 없는 것이 현실"이라며 "지속 가능한 경쟁우위, 진입장벽 구축에 사업의 우선순위를 두고 자본의 투입과 실행의 우선순위를 일치시켜야 한다"고 했다. 더불어 미래 경쟁의 원천인 연구개발(R&D) 역시 선택과 집중, 우선순위 구축이 필요한 분야임을 명확히 했다.

    LG그룹도 최근 미국의 강도높은 관세 정책과 배터리 사업 육성 등으로 고민이 깊다. LG전자의 가전 사업은 가장 큰 시장인 미국에서 관세 영향을 받을 경우 직접적인 타격이 불가피하고 북미시장을 겨냥해 운영하고 있는 멕시코 생산공장을 미국 내로 이전해야하는 중대한 변화를 맞을 수도 있어 올해 그 어느 때보다 신중한 경영 판단이 필요한 상황이다.
  • ▲ 정의선(왼쪽 두 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 번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028년까지 미국 현지에 31조원을 투자하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로이터
    ▲ 정의선(왼쪽 두 번째) 현대차그룹 회장이 24일(현지시각) 미국 백악관에서 도널드 트럼프(오른쪽 두 번째) 대통령이 참석한 가운데 2028년까지 미국 현지에 31조원을 투자하는 사업 계획을 발표했다. ⓒ로이터
    ◇ 대미 투자 '정공법' 택한 정의선 … 상법 개정 반대 목소리 낸 최태원

    정의선 현대차 회장은 '정공법'으로 위기돌파에 승부수를 냈다는 평가다. 현대차 그룹은 지난 24일(현지시간) 올해부터 오는 2028년까지 미국에서 자동차, 부품 및 물류, 철강, 미래산업 등 주요 분야에 210억 달러(약 31조 원)를 투자한다고 밝혀 눈길을 끌었다.

    현대차가 이 같은 투자 계획을 발표하자마자 미국 트럼프 정부는 미국 내에서 생산되지 않은 자동차에 25%의 관세를 부과하겠다는 기존 입장을 재확인했다. 더불어 다음달 2일부터는 이 같은 조치가 발효될 것이라고 강경한 입장을 드러냈다. 그러면서 미국 내 생산에 올인한 현대차에 전폭적인 지원과 무관세 효과를 보게 될 것이라며 힘을 실어줬다.

    이를 두고 업계는 물론이고 외신들도 현대차가 절묘한 타이밍에 대대적인 투자 계획을 밝히면서 트럼프 대통령의 직접적인 반응을 이끌어내는데 성공했다고 평했다. 일본 자동차업체들이 선뜻 미국 투자에 나서지 못하고 있는 것도 대조되면서 정 회장의 정공법 대미투자가 더 빛을 봤다는 분석도 나온다.
  • ▲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최태원 SK회장 겸 대한상의회장 ⓒ대한상의
    ▲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 발언하는 최태원 SK회장 겸 대한상의회장 ⓒ대한상의
    최태원 SK 회장은 대한상공회의소 회장 직을 겸하고 있는만큼 불확실성이 큰 경영환경 속에서 국내 기업들의 목소리를 전달하는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지난 25일 상의 회장 취임 4주년 기자간담회에서도 최 회장은 상법 개정안에 반대 의사를 비치며 "상법 개정은 전혀 예측이 안되는 불확실성 탓에 맞닥드리는 리스크와 같다"며 "불확실성이 커지면 기업이 결정을 내리기 어려워지고 결정을 가능한 한 미루게 되는 '초불확실성의 시대'가 되는 것"이라며 우려의 목소리를 높였다.

    최 회장의 이 같은 발언은 최근 국내 기업들이 처한 불확실성 큰 경영환경에 대한 기업 총수로서의 문제의식이 반영된 결과로도 해석된다. 미국 트럼프 정부가 들어서고 중국과 대립각을 세우는 신냉전 정세가 계속되는 가운데 국내에서만큼은 기업에 우호적인 환경을 조성하는 것에 우선순위를 두고 대외 리스크 대응을 지원해야 한다는 뜻을 강조한 것으로 풀이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