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민은행 朴정부 시절 출시한 KB창조금융예적금 신규판매 중단시중은행 지난 정권 흔적지우기 되풀이…공익 실현 목적 흐려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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은행들이 문재인 정부 코드 맞추기에 적극 나서고 있다. 

박근혜 정권 핵심키워드였던 '창조경제'를 지우고 현 정부의 '생산·포용' 색깔을 덧입힌 금융상품 출시에 공들이는 분위기다.   

4일 업계에 따르면 국민은행은 지난 1일 KB창조금융예금과 KB창조금융적금 상품 신규 판매를 중단한다고 밝혔다. 

이 상품들은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창조경제 구현 정책과제에 부응하기 위해 국민은행이 지난 2014년 선보였으나 정권 교체 반년 만에 조용히 사라지게 됐다.

KB창조금융예금은 국민은행이 고객의 만기이자 1%에 해당하는 금액을 창의인재 육성과 청년창업 지원 등을 위한 기부금으로 출연하는 상품이다.

KB창조금융적금도 기본금리 연 1.7%에 우대금리 조건을 모두 채울 경우 최고 2.9%라는 높은 금리를 받을 수 있어 출시 당시 고객들 사이에서 큰 인기를 끌었다.

창조경제 홈페이지에서 회원가입, 창조 아이디어 등록, 우수 아이디어 채택 등을 만족할 경우 우대금리가 제공되다보니, 고금리를 원하는 고객들에게 박근혜 정부의 '창조경제' 정책을 자연스럽게 홍보할 수 있었다.

실제로 지난 2015년 말까지만 해도 예적금 상품 가입 규모가 각각 20만좌, 9만좌를 기록하는 등 큰 인기를 끌기도 했다.

하지만 해를 거듭할수록 창조금융 관련 상품을 찾는 이는 점점 줄어들기 시작했다. 

공익 실현을 위해 은행이 출시한 상품이었지만 박근혜 전 대통령 탄핵과 정권 교체 등 정치적 이슈 맞물리면서 상품 본래 의미가 퇴색했고, 결국 고객들도 외면한 것으로 풀이된다.

이에 올해 대대적으로 상품 리뉴얼 작업을 펼치고 있는 국민은행은 고객이 찾지 않는 상품들은 과감히 정리한다는 기조 아래 창조금융 관련 예·적금 상품을 판매 중단키로 했다. 

사실 전 정권 흔적 지우기는 국민은행뿐만 아니라 모든 은행에서 쉽게 찾아볼 수 있다.

박근혜 전 대통령이 강조했던 '통일 대박론'을 지원하기 위해 기업은행과 농협은행이 출시했던 통일관련 금융 상품들은 일찌감치 판매가 중단됐고, 과거 이명박 정부가 추진했던 녹색 금융 상품들도 매년 규모가 급격히 줄어들고 있다.

은행들이 지난 정권과 관련된 상품 판매를 중단한 이유는 제각각이지만 결과적으로 보면 지난 정부 흔적 지우기에 발 빠르게 나선 셈이다.

대신 은행들은 올해 '생산·포용적' 금융을 강조한 상품 혹은 경영 슬로건을 내세우며 현 정부 경제 기조 맞추기에 분주히 움직이고 있다.

앞서 우리은행은 '더큰금융 태스크포스(TFT)'팀을 출범시키고 연체자 재기 지원을 위한 연체가산 금리 인하, 사회 취약계층 대상 수신 수수료 전액 면제, 금융 사각지대 해소 등 은행의 사회적 책임을 실현하기 위해 노력한다고 밝혔다.

신한은행 역시 생산·포용적 금융에 앞장서는 사회적 기업으로 도약하기 위해 2020년까지 총 9조원을 투입하는 '신한 두드림(Do Dream) 프로젝트'를 추진하기로 했다. 

청년고용 등 일자리 창출을 돕고 혁신기업에 대한 투자 및 자금 공급, 사회 취약계층 직접 지원 등 3개 분야로 나눠 총 15개 사업을 진행하고 사회적 금융에 앞장서겠다는 의지를 나타냈다.

최근 국민은행도 연체대출 정상화 가능성 예측 모형을 개발하고, 포용적 여신문화를 만들겠다고 밝혔다. 

고객 독촉 대신 자진 상환을 유도하고, 정상화 가능성이 높은 고객에게는 경매나 소송 등의 법적인 추심활동을 일정기간 유예해 연체에 따른 부담감을 줄일 방침이다. 

다만, 일각에서는 은행들이 최근 현 정부 기조에 맞춰 선보인 상품들이 문재인 대통령 임기 내 유지되다 향후 쉽게 사라질 가능성이 크다는 우려를 내놓고 있다.

이와 관련 은행권 관계자는 "새 정권이 들어설 때마다 은행들이 대통령 경제 정책에 부합하는 상품을 내놓는 것은 금융권의 관습이나 마찬가지"라며 "금융상품에 정치 색깔이 덧입혀지다보니 수명이 짧은데, 상품 본래 취지를 오래 살리지 못하는 것이 아쉽다"고 언급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