유·무죄 판가름 주요 인물 신문 필요성 불구 특검, 증인신청 철회허위진술, 직접 연관 등 증거능력 떨어져…"선고에 영향 없어"


  • 삼성 뇌물사건 항소심의 핵심 증인으로 꼽히던 고영태 전 더블루K 이사에 대한 증인신문이 결국 무산됐다.

    '국정농단의 폭로자'로 불려온 만큼 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피고인들의 유·무죄를 판가름할 주요 인물로 지목돼 왔지만, 연이은 불출석에 따라 증인신청도 철회됐다.

    이에 따라 고영태를 통해 '최순실→청와대→삼성'으로 이어지는 뇌물의 연결고리를 입증하려던 특검의 전략이 사실상 실패했다.

    고씨에 대한 증인 취소를 두고 재판에 상당부분 영향이 있을 것이라는 우려도 제기되고 있지만, 고씨와 피고인들간 직접적 접점이 없어 판결에 미치는 영향은 미미할 것으로 전망된다.

    나아가 삼성측 변호인단에게는 오히려 무죄 입증이 유리해졌다는 분석도 잇따르고 있어 관심이 집중된다.

    14일 법조계에 따르면 고씨는 지난 13일 열린 이 부회장 등의 항소심 13차 공판에서 불출석 사유서를 제출하며 출석을 거부했다. 이날 오후 공판에선 고씨에 대한 신문이 이뤄질 예정이었지만, 고씨는 '신변위협에 따른 가족들의 만류' 등의 사유를 앞세운 것으로 나타났다. 고씨는 지난 9차 공판에서도 같은 이유로 출석을 거부한 바 있으며, 이에 특검과 변호인단 모두 고씨에 대한 증인신청을 철회키로 했다. 

    이에 따라 일각에선 국정농단 사태의 핵심 인물인 고씨의 증인신문 불발이 향후 최종 선고에 미칠 영향을 두고 난색을 표하는 상태다. 고씨가 최순실씨의 최측근이었을뿐만 아니라 항소심 최대 쟁점 중 하나인 미르·K스포츠재단 의혹의 중심에 있다는 이유로 신문의 필요성을 강조하는 모습이다.

    실제 고씨는 미르·K스포츠재단의 설립 및 운영에 관여한 것으로 알려진 만큼 삼성의 재단 출연 배경 및 과정에 대한 신문이 예상돼 왔다. 또 한 때 최씨와 밀접한 관계에 비춰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관계를 확인할 수 있는 인물로 거론돼 이 같은 우려가 제기된 것.

    하지만 대다수 재계·법조계 관계자들은 고씨의 증인신문 불발이 항소심 판결과는 직결되지 않는다는 데 입을 모으고 있다. 고씨의 증언이 일부 사건의 정황을 추론하는 데 활용될 수는 있지만, 판결의 근거로 작용하기에는 무리가 있다는 게 관계자들의 중론이다.

    이들은 가장 큰 이유로 고씨가 피고인들의 혐의와는 직접적 관계에 있지 않다는 점을 들고 있다. 현재 치열한 공방이 진행 중인 삼성의 재단 출연 의혹과 관련해 삼성과 박 전 대통령, 최씨의 관계에 대해 고씨가 전혀 알지 못한다는 주장이다.

    더욱이 재단 출연의 뇌물죄 성립을 위해선 삼성이 재단의 배후에 박 전 대통령과 최씨가 있다는 것 또는 재단이 두 사람의 사적 이익 추구수단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게 확인돼야 하지만, 삼성과 접점이 없었던 만큼 되려 진술의 신빙성만 의심될 것이라는 관측이다.

    삼성의 재단 출연과 관련, 박 전 대통령과 최씨의 공모관계 역시 고씨를 통해서는 확인이 불가능하다는 점도 주목된다. 앞서 고씨는 '최씨가 재단 운영에 직접 개입했다', '최씨와 대통령의 관계가 굉장히 가까운 것으로 알았다' 등의 진술을 한 바 있지만 정작 삼성의 재단 출연과 관련해선 의미있는 증언을 내놓지 못하고 있다. 특히 증인 소환에도 불응하면서 이 같은 공모관계 입증은 더욱 어려워진 상황이다.

    몇몇 관계자들은 고씨의 증언의 증거능력이 떨어지는 이유로 허위 진술 가능성을 앞세우고 있다. 현재 재판이 진행 중인 고씨가 자신의 책임을 회피하기 위해 거짓 진술을 하거나 의도적으로 특검 측 주장에 협조할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것이 그 근거다. 이러한 주장 역시 고씨가 증인신문에 불출석하면서 무게가 실리고 있다.

    고씨의 입을 통해 '최순실→청와대→삼성'의 뇌물 연결고리를 입증하려던 특검의 전략이 실패로 돌아감에 따라 변호인단의 무죄 입증이 한결 수월해졌다는 목소리도 나오는 실정이다.

    법조계 한 관계자는 "고씨에 대한 증인신청 철회를 두고 특별히 어느 한 쪽의 유불리를 따지기는 어렵지만, 당초 특검 측에서 신청한 증인인 만큼 특검의 논리를 보강할 기회가 없어진 것은 사실"이라며 "불과 이틀 전 본인의 재판에 출석했음에도 신변위협을 이유로 두 번씩이나 이 사건 공판에 나오지 않은 것은 스스로 진술의 증거능력을 부인하는 것으로 해석될 수 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특검 입장에서는 고씨에 대한 증인신문 없이도 충분히 유죄 입증이 가능하다는 판단 하에 증인신청을 철회했을 수 있지만, 재단과 관련된 혐의는 고씨의 신문이 불발되면서 결국 1심 판결의 기조를 이어갈 것으로 예상된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