땅콩회향·최순실·세월호 등도 마케팅에 활용… "회사 이미지에 타격일 뿐"
-
이베이코리아가 운영하는 옥션에서 크리스마스를 맞아 진행하는 '크리스마스엔 어서옥션' 광고가 여성의 성상품화를 내세웠다는 지적이 나오고 있다.
21일 관련 업계에 따르면 이베이코리아가 버스 정류장에 설치한 광고가 여성을 성상품화하는 듯한 느낌과 남성은 속물로만 표현하는 사진과 문구를 담았다.
해당 광고는 홀로그램 형식으로 보는 관점에 따라 남성의 표정과 멘트가 바뀌는 형식으로 만들어져 있다. 왼쪽에서 보면 여성이 목도리를 선물하면 "작년에 받은 목도리랑 뭐가 달라"라는 문구와 실망한 남성의 표정이 나온다. 반면 오른쪽에서 보면 여성이 '호텔 숙박권'을 선물하자 활짝 웃는 남성 사진에 "정성이 담긴 선물에 감동했어"라는 문구가 표시된다.문제는 해시테크로 표시된 "#안달난 니 썸남 #취향저격"이 부분이다.
남성이 목도리 선물에는 불만을 표시하고 호텔 숙박권은 반기는 표정과 "안달 난 니 썸남"이라는 문구가 연결되면서 여성을 성상품화하려는 의도가 있다는 것이다.
만일 해당 문구에 노트북이나, 킥보드, 카메라 등 다른 제품이 표시됐다면 문제 될 것 없지만 호텔 상품권은 통상적으로 '숙박'을 의미하기 때문에 해당 내용은 해석 여부에 따라 논란거리가 될 요소가 다분하다. -
G마켓과 옥션을 운영하는 이베이코리아는 기존에도 사회적 이슈 등을 지나치게 광고나 마케팅에 사용하며 구설에 오른 바 있다.
G마켓에서는 조현아 대한항공 부사장의 일명 '땅콩회항' 이슈를 풍자한 마케팅과 국정농단 사태의 주범 '최순실' 씨 모녀를 이용한 마케팅을 진행해 논란이 되기도 했다.
사회적 질타를 받는 이슈를 풍자하는 것은 좋지만, 이를 상업적으로 이용했다는 이유 때문이다.
G마켓은 세월호 희생 학생을 추모하는 단원고등학교 칠판에 '쇼핑을 다 담다'는 로고를 합성한 뒤 마케팅에 활용한 적도 있다.
당시 G마켓이 올린 홍보 글을 보면 텅 빈 교실에 칠판이 보이며 그 앞에 '쇼핑을 다 담다 졸업은 새로운 시작'이라는 문구와 G마켓 로고가 선명하게 찍혀 있다.
하지만 관련 사진을 확대해 보면 뿌옇게 흐린 칠판에는 "XX아 무사히 잘 돌아와야 해 꼭 기다릴게", "무사히만 돌아와 진짜", "XX아 사랑해 얼른 와"와 등 세월호 희생자를 추모하는 글귀로 칠판이 채워져 있다. 이는 단원고 2학년 3반 교실 칠판에 쓰인 추모글이다.
논란이 일자 이베이코리아는 관련 게시글을 내리고 다시는 이런 일이 없도록 노력하겠다고 공식적으로 사과했다.
익명을 요구한 업계 관계자는 "최근 직장 내뿐 아니라 사회적으로 성적 표현에 대한 부분이 물의를 일으키고 있다"며 "기업 차원의 건전한 문화 정립 등이 필수적인 상황 속에서 이번 광고는 마케팅 부분에서 생각이 짧았던 것 같다"고 지적했다.
다른 관계자는 "이베이코리아가 이슈나 풍자에만 몰입한 나머지 해석 여부에 따른 사회적 파장은 전혀 고려하지 않은 마케팅 전략을 펼치고 있다"며 "이러한 전략은 단기간 흥미를 불러일으키는 방법은 되지만, 결과적으로 회사 이미지에 타격을 미칠 수 있다"고 꼬집었다.
이베이코리아가 마케팅을 진행하면서 사회적 인식 및 확인절차를 제대로 거치지 않고 있다는 지적이 이어지는 이유다.
이베이코리아 측은 이러한 논란에 대해 상업적 의도는 전혀 없었으며, 향후 마케팅을 하기 전 확인절차를 더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이베이코리아 관계자는 "이번 광고의 경우 페이스북이나 유튜브 등에서 동영상으로 재치있게 만든 동영상이었다"며 "이걸 버스 정류장 광고로 만들면서 사진을 두 가지밖에 사용할 수 없어 마음에 드는 선물과 그렇지 않은 선물을 표현하다 보니 이런 문제가 생긴 것 같다. 28일부터 광고를 내리겠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그는 "이베이코리아의 마케팅이나 광고가 이슈만 쫓는 것은 아니다"라며 "풍자 마케팅의 경우 고객에게 재밌고 쉽게 접근하기 위해 사용했지만, 다소 자극적인 부분이 있었다는 건 인정한다. 향후 마케팅이나 광고를 진행하면서 좀 더 꼼꼼하게 확인하겠다"고 덧붙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