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란 혁명수비대 해협 봉쇄…유가 배럴당 150달러 폭등 전망OPEC+ 증산 효과 미미할듯…국내 원유 95% 수급 차질 우려물류 해상운임 80% 폭등 전망…스테그플레이션·저성장 가능성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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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폭발 연기가 피어오르는 이란 수도 테헤란 모습. ⓒ연합뉴스
미국·이스라엘의 공습을 받은 이란이 '원유 길목'인 호르무즈해협 봉쇄에 나서면서 글로벌 경제 불확실성이 가중되고 있다. 원유 의존도가 큰 국내 경제에도 초비상이 걸렸다.호르무즈해협 봉쇄가 장기화할 경우 원유값과 수출입 해상 운임 폭등으로 기업들의 원가 부담이 불어나 이는 경제 위축, 물가 상승으로 직결될 수 있어서다. 시장에선 한국 경제가 스태그플레이션(경기침체 속 물가 상승)은 물론 1% 성장도 어려워질 수 있단 우려가 나온다.2일 외신보도에 따르면 아야톨라 세예드 알리 하메네이 이란 최고 지도자 사망 후 양측 간 교전이 격화되는 가운데 이란 이슬람혁명수비대(IRCG)가 호르무즈해협을 봉쇄해 선박 통행을 차단하고 있다.에브라힘 자바리 혁명수비대 소장은 알마야딘 TV와 인터뷰에서 "이란에 대한 침공 이후에 혁명수비대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를 시행하고 있다"고 밝혔다.앞서 로이터 통신도 혁명수비대가 선박들에 호르무즈 해협 통항이 허용되지 않는다고 통보하고 있다고 보도했다.호르무즈해협은 세계 최대 원유 수송로로 세계 해상 원유 수송량의 20∼30%가 지나간다. 이란과 사우디아라비아, 이라크, 아랍에미리트 등 주요 산유국의 수출 통로로 사용되고 있다. 해협 전체 폭 55㎞ 중 유조선 통항 가능 구간은 10㎞ 이내로 모두 이란 영해다.이곳이 막힐 경우 원유값과 해상 운임이 폭등할 수밖에 없다는게 업계 분석이다. 실제 호르무즈 해협이 봉쇄되자 국제유가는 9% 이상 폭등하고 있다.1일 오후 뉴욕상품거래소에서 서부텍사스산중질유(WTI) 선물은 8.01% 급등한 배럴당 72.35달러, 브렌트유 선물은 9.20% 폭등한 배럴당 79.14달러에 거래됐다. 이는 4년래 최대 상승 폭이다. 이날 장외시장에서 브렌트유 가격은 지난주 금요일 종가보다 8∼10% 급등한 배럴당 80달러 안팎에 거래되고 있다.시장 일각에서는 국제유가가 배럴당 130~150달러 선까지 치솟을 수 있다는 전망도 나온다.급한 불을 끄기 위해 석유수출국기구(OPEC)와 러시아 등 주요 산유국 협의체인 OPEC+가 원유를 하루 20만6000배럴 증산하기로 합의했지만 시장 불안을 완전히 잠재우기는 어려울 것이라는 전망이 나온다.전세계 원유 공급량이 하루 1억배럴을 웃도는 점을 고려하면 증산 규모는 0.2%에 못 미치는 수준이다.리스타드 에너지의 지정학 분석 전문가 호르헤 레온은 월스트리트저널(WSJ)에 "일반적 상황에서라면 증산 폭 확대가 유가 하락 압력을 가할 것"이라면서도 "호르무즈 해협 제약으로 원유가 걸프 지역에서 반출되지 못하면 증산의 즉각적 효과는 제한적일 것"이라고 말했다.해협 봉쇄로 국내 경제도 타격이 불가피할 전망이다.한국의 중동산 원유 의존도는 69.1%에 달하는데다 이 중 95% 이상이 호르무즈 해협을 거쳐 국내로 들어오는 까닭이다. 국제유가가 폭등할 경우 정유·석유화학과 항공, 해운 등 산업군의 원가 부담이 급등할 수밖에 없다.수출입 물류 해상운임도 폭등할 가능성이 제기된다.한국무역협회는 전날 서울 삼성동 트레이드타워에서 윤진식 회장 주재로 '美-이란 사태 관련 긴급 수출입 물류 점검회의'를 개최했다.이날 협회는 호르무즈 해협 봉쇄시 오만의 주요 항만을 경유한 우회 경로를 활용하는 방안이 가능하지만 실질적 가동 여부는 불확실하다고 지적했다.지금과 같이 이란의 미사일 공격이 사우디아라비아, 아랍에미리트(UAE), 바레인 등 인접국 내 미군 기지를 겨냥하는 전면전 확산 국면에서는 육로와 영공의 안전을 담보할 수 없기 때문이다.또한 우회 루트를 활용할 경우 해상운임이 기존 대비 최대 50∼80% 오르고 육로 운송과 통관 절차에 따라 운송 기간도 3∼5일 늘어날 수 있다.해협 봉쇄에 따른 원유값과 해상운임 폭등은 기업의 원가 부담과 물가 상승을 초래해 고스란히 국민 부담으로 전가될 수 있다. 국제유가와 직접 연동된 공업제품과 전기·가스·수도부터 상승 압력이 높아질 가능성도 제기된다.시장에선 해협 봉쇄와 원유값 급등이 지속될 경우 국내 경제 성장률이 1%대에 머물 가능성을 점치고 있다.최근 한국은행이 반도체 중심 성장세에 힘입어 올해 성장률을 2%로 상향 조정했지만 이런 낙관적 흐름이 돌변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유가 급등세 속에서 성장률이 1%대 초반으로 곤두박질친다면 '스태그플레이션(Stagflation)' 악몽에 빠질 수도 있다. 스태그플레이션은 침체(stagnation)와 물가상승(inflation)의 합성어로 경제 침체와 물가 상승이 동반되는 현상이다.염병배 충남대 경제학과 교수는 "미국이 전쟁의 장기화를 원치 않는 만큼 장기적으로 우리나라에 미치는 악영향은 크지 않을 것"이라면서도 "다만 호르무즈 해협 봉쇄 장기화로 인한 중국의 원유 수급 문제와 반도체 사이클 하방이 맞물린다는 가정 아래에 우리 경제도 최악의 상황을 맞이할 수 있다"고 전망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