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부 기존 노선 제외… 코레일 적자노선 운행감축 부작용 우려
  • ▲ 무궁화 열차.ⓒ연합뉴스
    ▲ 무궁화 열차.ⓒ연합뉴스

    공공성을 강조하는 문재인 정부 들어 철도 벽지노선 운행의 수혜지형도가 달라질 전망이다.

    동해남부선 등 기존 일부 노선은 지원대상에서 빠지고 두메·낙후지역을 지나는 노선이 새롭게 추가될 것으로 관측된다.

    문제는 지원대상에서 빠지는 노선의 경우 한국철도공사(코레일)가 운행횟수를 줄일 가능성을 배제할 수 없다는 점이다.

    9일 국토교통부에 따르면 한국교통연구원이 수행하는 '철도 공익서비스(PSO) 벽지 노선 선정 기준 및 운영방안'에 관한 연구용역 결과가 이르면 이달 말 늦어도 다음 달 초쯤 나올 예정이다.

    애초 지난달 11월께 결과가 나올 예정이었으나 2개월쯤 용역 기간이 늘어났다.

    새 정부의 정책방향이 공공성을 강조하면서 효율성에 방점이 찍혔던 연구용역 과제에 공공성 관련 내용이 추가된 것으로 전해졌다.

    구체적인 내용은 용역 결과가 나와봐야겠으나 알려진 내용을 종합하면 새 벽지노선 정책은 공급자(코레일) 중심에서 벗어날 것으로 보인다. 벽지노선 지원·선정 기준을 코레일의 경영 손실 규모뿐만 아니라 낙후지역의 교통서비스에 주안점을 두겠다는 의도다.

    PSO는 철도산업발전기본법에 따라 노인·장애인에 대한 무임운송·운임할인과 함께 수요가 적은 벽지 노선을 운영하고 발생하는 철도운영자의 손실을 정부가 보전해주는 제도다.

    현재 벽지 노선은 수입보다 비용이 2배 이상 드는 노선을 말한다. 경전선·동해남부선·영동선·태백선·대구선·경북선·정선선 등 7개 노선이 여기에 해당한다.

    새 벽지노선 정책은 기존 적자노선에 두메·낙후지역 운행 노선을 추가해 지원 대상을 선정한다는 것이다.

    코레일이 노선 운행 결과 수입보다 비용이 많이 들었다며 손실 보전을 요청해도 무조건 들어주지 않겠다는 얘기다. 적자 규모는 다소 작아도 말 그대로 낙후지역을 운행하는 노선에 보조금을 투입하겠다는 의도로 해석된다.

    동해남부선이 대표적인 예다. 이 노선은 코레일로선 적자노선이다. 하지만 일각에선 부산·울산 두 광역지자체를 지나는 데다 전동차 운행 구간이어서 벽지노선이라 부르기 모호하다는 비판이 있었다.

    이와 관련해 국토부의 추가 벽지노선에 대한 구상은 수도권을 제외한 강원, 경북, 전남·북 지역 운행 열차 중 낙후지역을 많이 지나는 노선을 지원대상에 포함하는 것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가령 정부가 낙후지역으로 지정한 성장촉진지역을 경유하는 노선이 지원대상이 될 수 있을 것"이라고 부연했다.

    경원선을 예로 들면 수도권인 경기지역을 지나고 적자 규모로 볼 때 벽지노선 지원대상은 아니지만, 강원지역의 도로와 인구증가율 등을 고려할 때 지원이 필요하다는 의견도 제기된다는 설명이다.

    국토부는 연구용역 결과가 나오면 이를 토대로 지원 대상을 선정해 재정 당국에 내년도 PSO 예산을 신청할 계획이다.

    국토부 관계자는 "결국 돈줄은 기획재정부가 쥐고 있어 장담할 순 없으나 (기재부도) 새 정부의 정책방향을 신경 쓸 거로 보인다. 올해 PSO 예산만 해도 260억원쯤 올랐다"며 "(일단 내년에는) 전체 보전액 규모를 최소한 현재와 비슷하게 유지할 생각"이라고 밝혔다.

    그러나 이는 지원 대상은 늘어나는 데 비해 보전액 규모는 대동소이하다는 얘기여서 일부 제외되는 노선의 운행횟수 감소 등 부작용도 우려된다.

    PSO 손실 보전이 적자 규모 등 코레일의 입맛대로 이뤄지지 않을 경우 코레일이 적자노선의 손실을 최소화하려고 운행횟수를 줄이는 손쉬운 방법을 택할 수 있다는 지적이다.

    벽지노선의 개념을 재정립해 수혜 대상을 확대하려는 정책방향과 달리 코레일의 적자노선 감축 운행을 부채질하는 부작용이 나타날 수 있다는 견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