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ES 참가 4천여 기업 중 30% 차지… "로봇분야 55% 압도적 '우위'"정부 '투자자-소비자' 역할 기반, '차이나스피드' 신조어 탄생"전폭적인 지원에 규제 완화까지… 'AI-자율주행' 등 경쟁력 '쑥'
  • ▲ 중국의 IT산업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제조업을 넘어 신산업까지 경쟁력을 넓혀가면서 국내 업체들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뉴데일리DB
    ▲ 중국의 IT산업이 빠른 속도로 확대되고 있다. 제조업을 넘어 신산업까지 경쟁력을 넓혀가면서 국내 업체들의 위기가 고조되고 있다. ⓒ뉴데일리DB


    "중국 IT산업의 가장 큰 경쟁력은 정부의 파격적인 규제 정책이다. 경쟁력 있는 신산업의 경우 시장이 성숙할 때까지 아무런 규제를 하지 않는다. 제조업은 물론 첨단 IT산업까지 영향력을 넓혀가고 있다. 올해 CES를 통해 '차이나테크'의 경쟁력이 증명됐다"

    세계 최대 가전 IT 전시회 CES 2018이 지난 12일(현지시간) 마무리됐다. CES에 참가한 중국 기업은 전체 참가기업(4000여개)의 30%를 훌쩍 넘는 1379개로 생활가전, 자동차 등 제조업에서부터 로봇, 스마트시티 등 첨단산업까지 다양한 분야에서 움직임이 돋보였다. 로봇과 드론, 스마트시티 부스에서는 중국 기업들의 압도적 우위가 확인됐다. 로봇의 경우 전체 기업(36개)의 55%인 20개가 중국 기업일 정도였다.

    중국 기업들의 IT산업 굴기는 2010년도에 들어서면서 가속화됐다. 개혁개방이 시작된 1980년부터 30년간 '패스트팔로어' 전략에 집중했다면 2010년부터는 '퍼스트무버'로의 역할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반도체, 디스플레이 등 첨단 제조업에서부터 인공지능, IoT(사물인터넷), 자율주행차 등 최첨단 기술에서는 '차이나 스피드'라는 신조어가 생겨날 정도다. 

    국내 경제를 이끌고 있는 제조업에서는 중국이 한국을 앞선지 오래다. 스마트폰의 경우 글로벌 전체 판매량의 절반을 중국 업체(화웨이·오포·샤오미·비보)들이 차지했다. 삼성전자가 글로벌 1위 자리를 유지한채 자존심을 지키고 있지만 중국 업체들의 추격이 거세지면서 안심할 수 없는 상태다. 글로벌 3위 중국 화웨이가 북미시장 진출을 선언함에 따라 북미 3위 LG전자(글로벌 8위)의 위기감도 고조되고 있다. 

    반도체 역시 마찬가지다. 삼성전자와 SK하이닉스가 메모리 반도체에서 압도적인 영향력을 펼치고 있지만 안심할 수 없다. 국제반도체장비재료협회(SEMI)에 따르면 중국은 2019년까지 반도체 공장 15개를 건설할 예정이다. 이는 한국(3개)의 5배, 대만(7개)의 2배 수준이다. 중국 정부가 반도체 산업을 위해 100조원 이상을 투자할 것으로 알려지면서 향후 5년내 반도체 업계의 판도가 바뀔 수 있다. 

    디스플레이 시장에서도 중국 기업의 추격이 매섭다. 대형 디스플레이의 90% 이상을 점유하는 LCD(액정표시장치)에서는 한국 기업들이 거의 따라잡힌 상태다. 중국 대표 디스플레이 업체 BOE(경동방테크놀로지)의 시장 점유율은 글로벌 1위 LG디스플레이와 3%p 차이로 좁혀졌다. 차세대 디스플레이로 꼽히는 OLED(유기발광다이오드) 부문에서도 정부 보조금을 앞세운 중국 기업들이 생산시설 확대가 가속화되면서 글로벌 1위 자리를 내줄 수도 있다.

    인공지능, 드론, 증강현실·가상현실, 자율주행차 분야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자본에서부터 시장, 기술력, 정부 정책까지 사실상 모든 요소를 갖춘 만큼 글로벌 기업들의 구애가 계속되고 있다. 엔비디아, 마이크로소프트, 보쉬 등이 중국 바이두와 자율주행차를 공동 개발한다. 구글과 아마존 인공지능 비서는 중국 TCL의 TV에 나란히 적용됐다. 

    텐센트·알리바바·바이두 등 중국 인터넷 기업들의 위상을 미국 실리콘밸리를 위협하는 수준이다. 텐센트는 5년째 게임, 모바일 메신저에서 세계 1위자리를 유지하고 있으며, 알리바바는 미국 아마존을 압도하고 있다. 바이두는 올해 CES에서 자율주행차와 인공지능 기술로 전세계인의 시선을 사로잡았다. 씨넷 등 주요 외신들은 바이두의 일거수 일투족을 앞다퉈 보도했다.

    중국 기업들이 빠르게 성장할 수 있는 배경에는 정부의 파격적인 지원과 규제 정책이 있다. 정부는 발전 가능성이 높고 경쟁력 있는 산업에 대해 규제를 하지 않는 원칙을 고수하고 있다. 또 정부와 지방자치단체의 지원을 받은 기업이 신제품 및 서비스를 개발하면 이를 채택하는 방식으로 산업을 키워가고 있다. 정부가 투자자와 소비자 역할을 동시에 수행하면서 기업의 경쟁력을 확대해주는 방식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중국 정부의 지원과 기업의 기술혁신이 차이나테크를 이끌고 있다. 다양한 분야에서 차이나 스피드가 적용되고 있다"며 "인공지능, 자율주행차 등 신산업에서도 중국 기업들의 영향력이 확대되고 있다. 더이상 '짝퉁 차이나'라 부를 수 없는 시대가 왔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