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죄, 집행유예 선고시 석방… 구속 354일 만에 '자유의 몸'믈증 없이 정경유착 단정… "재판부 시각 따라 '뇌물죄' 갈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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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의 항소심 재판이 5일 결론에 도달한다. 지난해 2월17일 이 부회장이 구속된 지 353일, 실형 5년이 선고된 1심 선고 이후 164일 만이다. 결과에 따라 다양한 영향이 미칠 수 있다. 유죄가 나오면 삼성과 재계는 큰 충격을 입게 된다. 반대로 무죄나 집행유예가 나올 경우 국정농단 수사는 송두리째 흔들릴 수 있다.◆운명 결정할 서울고등법원 '312호' 중법정이재용 삼성전자 부회장 등 삼성 전·현직 임원들에 대한 항소심 선고공판이 5일 오후 2시 서울고등법원 312호 중법정에서 열린다. 서울고법 형사13부(부장판사 정형식)의 심리로 진행되는 공판은 재판 개시 후 1시간 가량 걸릴 것으로 보인다. ▲단순공여 및 제3자 뇌물죄 ▲특정경제가중처벌법상 횡령 ▲재산국외도피 ▲범죄수익은닉 ▲국회에서의 증언·감정에 관한 법률 위반(위증)등의 5가지 혐의를 받는 만큼 선고까지 많은 시간이 예상된다.공판은 사건의 개요와 선고 요지를 간단히 설명한 후 판단 이유를 설명하는 철자로 진행된다. 정 부장판사는 뇌물공여에 대한 판단을 시작으로 횡령, 재산국외도피 등의 혐의를 판단한다. 공소사실별 유무죄 설명을 완료하고 양형 이유를 밝힌다.마지막으로 피고인별 형량을 낭독하고 요지를 설명한 후 공판을 마무리한다. 이 부회장이 1심과 같이 실형을 받으면 다시 서울구치소로 돌아간다. 반면 무죄나 집행유예가 나오면 구치소로 돌아가 소지품을 챙긴 뒤 귀가하게 된다.◆결국은 '뇌물죄' 성립 여부… '묵시적 청탁' 받아들일까박영수 특별검사팀은 "이재용 부회장이 자신의 경영권 승계를 위해 박근혜 전 대통령의 최측근인 최순실씨에게 뇌물을 공여했다"고 주장한다. 대가로 433억2800만원을 제공하거나 약속했다는게 주된 내용이다. 특검은 실제로 지급된 298억2535만원이 뇌물에 해당한다는 논리를 펼치고 있다. 433억원2800만원에 대해서는 뇌물공여, 298억2535만원에 대해서는 횡령죄를 적용했다. 78억9430만원에 대해서는 재산국외도피를, 77억9735만원는 범죄수익은닉에 포함하기도 했다.하지만 1심 재판부는 정유라에 대한 승마지원금 72억9427만원과 동계스포츠영재센터에 후원한 16억2800만원에 대해서만 유죄를 선고했다. 특히 승마지원 가운데 선수단 차량 및 마필 수송차량 구입대금, 공여 약속은 문제되지 않는다고 판단했다. 여기에 미르·K스포츠재단에 출연한 220억2800만원에 대해서도 무죄를 내렸다.1심 재판부는 실형을 선고하면서 "대통령의 적극적인 지원요구에 수동적으로 응해 뇌물을 공여했고, 승계작업과 관련해 묵시적으로 부정한 청탁을 한 사실이 인정된다"고 밝혔다. 뇌물 혐의를 유죄로 판단한 이유로 묵시적 청탁을 앞세운 것이다. 항소심 판결 역시 결국 뇌물공여 혐의를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결정될 전망이다. 재판부가 뇌물 혐의를 유죄로 판단할 경우 실형은 불가피해진다. 반면 뇌물 혐의가 무죄로 판단될 경우 나머지 혐의가 유죄로 나오더라도 집행유예로 풀려날 가능성이 높다.◆'경영권 승계-0차 독대' 재판부 판단은1심은 삼성물산과 제일모직 합병, 합병에 따른 삼성물산 주식 처분, 삼성생명 금융지주회사 전환 등 개별현안에 대한 부정한 청탁을 인정하지 않았다. 하지만 포괄적 현안으로서의 경영권 승계 작업의 추진사실은 일정 부분 인정했다. 삼성SDS 및 제일모직의 유가증권 상장, 삼성물산 합병 등을 통해 이 부회장의 지배력 확보에 직간접적으로 유리한 영향을 미치는 효과가 있었다고 판단한 것이다.항소심 역시 경영권 승계가 핵심 화두로 떠올랐다. 때문에 재판부가 개별 현안과 경영권 승계작업의 연관성을 어떻게 판단하느냐에 따라 재판 결과가 나뉠 수 있다. 1심과 같이 승마와 영재센터 지원만 인정한다해도 실형은 피하기 힘들다. 하지만 재단지원을 포함한 승마를 경영권 승계작업과 별도로 판단한다면 무죄나 집행유예가 나올 가능성이 높아진다.항소심에서 공소장 변경을 통해 추가된 0차 독대에 대한 판단도 관심가는 부분이다. 0차 독대는 특검이 안봉근 전 대통령비서실 제2부속비서관의 증언을 근거로 공소장에 추가한 내용이다. 특검은 박 전 대통령과 이 부회장이 2014년 9월 12일 청와대 안가에서 독대했다고 주장했다. 0차 독대는 대구 창조경제혁신센터 개소식에서 약 5분간 진행된 1차 독대(2014년 9월 15일)를 뒷받침하는 근거로 제시됐다. 따라서 0차 독대의 인정여부에 따라 부정한 청탁과 대가합의에 대한 판단이 나뉠 수 있다. 더욱이 안종범 전 청와대 정책조정수석까지 0차 독대 가능성을 인정함에 따라 상고심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다.한편 선고공판이 열리는 서울고등법원은 재판 준비로 분주한 모습이다. 법원은 만일의 사태를 대비해 경비를 강화하고 법정으로 향하는 통로 곳곳에 추가 인력을 배치키로 했다. 선고공판을 볼 수 있는 방청권 추첨에는 210여 명이 몰리며 경쟁률 6.5대 1을 기록하기도 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