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반적 가격 상승에 소비자 발길 '뚝'대목 불구 판매량 급감, 정부 강력 규제 영향도
  • ▲ 14일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 스마트폰 매장에서 방문객들이 제품 구매에 나서는 모습. ⓒ연찬모 기자
    ▲ 14일 서울 강변 테크노마트 스마트폰 매장에서 방문객들이 제품 구매에 나서는 모습. ⓒ연찬모 기자


    "설날이 코 앞인데 상가를 찾은 사람이 이 정도 밖에 안되면 여기도 죽었다고 봐야죠. 보조금 액수가 워낙 크게 떨어져 어느 매장을 보더라도 판매량이 눈에 띄게 줄었습니다"

    지난 14일 찾은 신도림·강변 등 집단상가는 매년 명절을 앞두고 북새통을 이루던 것과 달리 대체적으로 한산한 모습을 보였다. '페이백의 성지', '스마트폰의 성지' 라는 이름이 무색할 정도로 상당수 매장엔 썰렁한 공기만 감돌았다.

    평소 무심한 표정으로 스마트폰을 만지던 상인들은 방문객들을 상대로 적극적인 호객 행위에 나서며 생소한 분위기를 더했다. 상가를 찾은 방문객들도 이 같은 모습이 의아하기 마찬가지다. 일부는 자신을 향해 쏟아지는 관심에 고개를 숙인 채 빠른 속도로 발걸음을 옮겼다. 

    한 휴대폰 매장 관계자는 "작년 설 연휴 기간과 비교하면 방문객 수가 30% 가까이 줄어든 셈"이라며 "최근 보조금 지원이 급격하게 줄어든 것과 더불어 전반적으로 스마트폰 스펙이 상향 평준화되면서 교체 주기가 늘어났기 때문이다"고 말했다.

    실제 매장 곳곳을 돌아다닌 결과 매년 명절마다 재현되는 대량의 스마트폰 보조금 지급은 찾아볼 수 없었다. 지난해 말까지 출고가의 3분의 1 수준으로 구입할 수 있었던 프리미엄 제품들은 절반 이상 수준까지 가격을 회복했다.

    지난해 10월 40~45만원대 가격으로 판매된 갤럭시노트8(출고가 109만4500원)은 현재 60~65만원대까지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같은 기간 18~22만원대 가격으로 상당수 소비자들의 구매를 이끌어낸 갤럭시S8(출고가 93만5000원)은 35~40만원대까지 오른 것을 확인할 수 있었다.

    또 갤럭시S8플러스(출고가 99만원)의 경우 25~28만원대에서 45~50만원대로, V30(출고가 94만9300원)는 30~35만원대에서 55~60만원대로 가격 상승이 이뤄졌다. 최대 136~150만원대 출고가로 화제를 모아온 애플의 '아이폰X'에는 15~20만원 가량의 보조금이 지급됐다. 

    회사원 성진수씨(34)는 "설을 앞두고 작년 추석과 같은 '보조금 대란'이 있을 줄 알았는데 전체적으로 가격대가 상승해 구매를 미뤘다"며 "출고가 절반 수준의 가격도 싼 편이지만 다시 내려갈 지 모른다는 기대감 때문에 선뜻 구매하기 어렵다"고 말했다.

    매장 관계자들은 명절을 앞두고 통신사들이 보조금 집행에 소극적 태도를 보인 것이 전체적인 가격 상승을 야기했다고 입을 모았다. 대목에 따른 수요 증가를 염두에 둔 처사지만 오히려 역효과를 가져오고 있다는 것이 이들의 설명이다. 일부 관계자들은 지난달 24일 방송통신위원회가 상한선 이상의 보조금을 살포한 이통 3사에 506억원의 과징금을 부과한 것에 무게를 두고 있다.

    판매점을 운영하는 김모씨는 "당분간 보조금 액수에 큰 변화가 없을 것으로 예상됨에 따라 가격 변화에 민감한 20·30대 주 고객층의 수요가 크게 줄어들 것으로 보인다"며 "이에 따라 강변과 신도림 같은 집단상가 내 판매량도 감소할 것으로 보인다"고 전망했다.

    다만 가성비를 중시하는 소비자들을 중심으로 중저가폰의 판매량은 꾸준히 증가하고 있는 것으로 나타났다. 삼성전자가 지난달 출시한 '갤럭시A8'(출고가 59만9500원)의 경우 이날 15~18만원대에 판매돼 큰 관심을 모았다. 더욱이 명절이라는 특수성과 맞물려 '효도폰'으로 각광받고 있어 상인들도 적극적으로 구매를 부추기는 모양새다.                                     

    또 다른 판매점 관계자는 "정부의 영업 단속도 계속 강화되면서 카페나 블로그 등을 통해 온라인 구매를 이용하는 소비자들이 늘고 있다"며 "올해에는 설 대목이라는 말이 낯설게만 느껴진다"고 말했다.